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한예슬 미국행 '스파이명월' 조기종영 불가피, 어쩌다 이지경까지…

고재완 기자

기사입력 2011-08-15 18:36 | 최종수정 2011-08-15 20:31


KBS2 '스파이 명월'이 한예슬의 촬영 거부로 결방 사태에 이르렀다. 사진제공=이김프로덕션

'결국 조기종영 될 수밖에 없을까?'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렇다"이다. 주연배우 한예슬이 14, 15일 촬영을 거부한데 이어 15일 오후 미국 LA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며 드라마가 다시 방송될 수 있는 확률은 '0'에 가까워졌다. 타이틀롤 없이 드라마를 촬영한다는 것은 가능성이 없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KBS 측은 15일 오후 "15일은 '스파이명월 스페셜' 대체 방영, 16일은 정상방송"이라는 공식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16일 방송분은 그동안 촬영분으로 임시방편으로 메워볼 수 있어도 이후 방송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조기종영'은 정해진 수순이다.

예기치 못한 사고가 아닌, 주연배우의 촬영 거부로 결방 사태가 빚어진 건 사상 초유의 일이다. 이를 두고 안팎에서는 터질 게 터지고야 말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예고된 '참사'라는 것.

사실 '스파이 명월'은 방송 전부터 잡음에 시달렸다. 한예슬이 캐스팅 직후 뺑소니 사고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게 시작이었다. 경찰 조사 후 무혐의 처분을 받긴 했지만 이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에도 불편한 기색이 역력했다.

뚜껑이 열리자 상황은 더 악화됐다. 한예슬 에릭 이진욱 등 화려한 캐스팅과 KBS 드라마극본 공모 수상작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게 알맹이가 허술했기 때문. 개연성 없는 내용 전개와 흐름을 끊는 편집, 미숙한 연출력, 주연배우들의 연기력 논란 등 드라마의 완성도와 관련한 문제 중 어느 하나 비난의 화살에서 비껴가는 게 없었다. 첫 회 기록한 시청률 9.6%(AGB닐슨)가 자체 최고시청률일 정도로 '스파이 명월'은 시청자들에게 철저히 외면 받았다.

이런 상황 속에 촬영장 분위기가 좋을리 없었다. 시작부터 쏟아진 포화에 제작진과 출연진은 크게 당황했고, 회가 거듭되도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 관계자들조차 '이 작품이 어서 끝나기만 기다릴 뿐'이라고 공공연히 말할 정도였다.

'스파이 명월' 제작진 측은 15일 "이번 촬영중단은 천재지변이나 예기치 않은 사고 등 불가항력적인 상황이 아니다. 한예슬이 촬영에 응하지 않으면 결방될 수 있음을 충분히 인지하고 있는 상태에서 일방적으로 잠적했다"고 지적하고 "이 때문에 드라마 제작에 차질을 초래한 것은 공인의 자세가 아니다"라며 유감을 나타냈다.


모든 촬영장엔 갈등이 존재한다. 그래도 '완주'라는 하나의 목표를 위해 악전고투하다 종방연 불참 등의 형태로 종영 후에서야 갈등이 밖으로 불거져 나오곤 한다. '스파이 명월'처럼 드라마가 한창 달려가야 할 중반에 터져나온 경우는 흔치 않다.

한예슬이 제작 현장에서 사라진 현재,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방송사다. 후속으로 방송될 예정이던 '포세이돈'이 아직 준비가 부족한 상태인 것을 감안하면 KBS 측이 어떤 고육지책을 내놓을지도 관심거리이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