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항 패션이 대중에게 어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무대의상과 달리 연출되지 않은 스타들의 자연스러운 일상 룩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일상 룩은 알고 보면 스타일리스트의 손길이 더해진 연출된 패션이라는 것, 연예인이 걸친 옷은 대중들이 결코 구입하기 쉽지 않은 고가의 협찬 제품이라는 씁쓸한 현실.
홍보대행사 B실장은 "홍보 효과를 톡톡히 본 제품은 고마움의 의미로 증정을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톱스타의 경우는 제품 협찬이 곧 선물 증정으로 이어지는데 1000만원을 호가하는 명품은 제품 증정만으로도 노출이 되지만, 중저가 브랜드라면 물품에 현금까지 더해져야 거래가 성립된다"는 게 그녀의 설명이다.
인기 스타의 경우는 협찬이 워낙 넘치다 보니 선택이 아닌 간택 수준에 이르렀다. 밀려드는 브랜드를 본인의 취향대로 골라 협찬 받는다. 선호하는 브랜드는 분야와 연령대별로 다르다. 여배우는 명품 가방 브랜드를 선호하는데 여행용 트렁크가 특히 인기. 트렁크는 일반 핸드백보다 가격대가 훨씬 높고 공항 패션이 아니면 협찬이 잘 이뤄지지 않기 때문. 아이돌은 질보단 양, 가방보단 의류나 슈즈 브랜드를 선호한다.
광고 계약서엔 과거에 없던 '공항 패션'이란 조항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진 브랜드 홍보팀 C과장은 "계약 기간 동안 공항을 몇 번 갈지 모르니 노출 횟수를 미리 약속받을 순 없다. 단, 해외에 나갈 일이 생기면 사전 협의를 통해 조율을 하는 것이 관례"라고 귀띔했다.
다른 경로로 협찬이 이뤄졌는데 공항에서 대박난 케이스도 있다. 유명 여자 아이돌 멤버 D는 과거 플래그십 오프닝 행사에 참석해 원피스를 선물로 받았다. '편하다'는 이유로 공항에서 또 한 번 입었는데, 포토월에선 전혀 시선을 끌지 못했던 이 원피스가 스타일리시한 공항 룩으로 주목받아 불티나게 팔렸다는 후문.
하지만 대한민국 스타 모두가 협찬을 받진 않는다. 본인의 의지가 빛나는 순수 패션파도 있다. 작품을 마치고 휴가차 여행을 떠나는 한 여배우는 드라마가 소위 대박나 갖가지 유명 브랜드의 협찬이 줄을 이었지만, 그녀에게 간택받은 업체는 한 군데도 없었다. 제품 증정에 거마비까지 더한 파격적인 협찬 조건을 제시한 브랜드에 "사생활을 침해받기 싫다"며 매몰차게 거절, 뚝심을 보여줬다.
이희승 기자 fashiion_i@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