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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의문의 남자는 남과 북 사이를 오가며 물건을 배달을 하는 배달부(윤계상)다. 그런 그가 문화재 밀수에 연루되면서 국정원과의 악연이 시작되고, 남한으로 귀화한 북측 간부의 여인인 인옥(김규리)을 데려오라는 밀명을 받게 된다. 하지만 국정원 뿐 아니라 귀화 간부를 암살하려는 남파 공작원들과 얽히면서, '풍산'의 인생이 뒤틀리기 시작한다.
윤계상은 최근 인기 드라마인 '최고의 사랑'에서 해바라기 같은 부드러운 사랑을 보여주는 한의사 '윤필주' 역을 통해 인기를 얻고 있다. 하지만 윤필주를 기대하고 영화 풍산개를 본다면 여성 관객은 실망할 가능성도 농후하다. 그만큼 이 극을 끌고 나가는 '풍산'이라는 인물에 윤계상이 완벽히 흡수된 느낌 때문이다. 단 한마디도 대사가 없는 역이라 감정을 표현하는데 분명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영화 속 풍산은 묵묵하면서도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뛰어난 개인 '풍산개'의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다. 대사가 없는 이유가 남한에도, 북한에도 치우치지 않는 남자라는 것을 표현하는 의도였다는 것도 관객들에게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영화의 흐름은 술술 풀려나가는 느낌이다.
영화에는 흥미로운 요소가 많이 녹아있다. 과묵하게 여자를 보호하려는 남자와 그런 남자에게 짧은 시간 안에 빠져든 여자의 사랑. 서로 속고 속이면서 믿을 수 없는 상황이 되어버린 남과 북의 현실과 그로 인해 고통 받는 이산가족. 사회에서 존재하는 불신과 그걸 믿을 수밖에 없는 약자.
하지만 영화에서 아쉬운 건 이 모든 걸 한 영화에 담아내면서 영화 후반부는 방향성을 상실한 것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화는 더군다나 인물들의 감정을 담담히 보여주는 형식이 아니라 감정이 폭발하는 형태로 그려내는데, 후반부로 갈수록 폭발하는 감정들이 뒤섞이면서 관객들에게 불편한 느낌까지 안겨준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정말 영화가 말하려는 것은 무엇이었을까 의문이 들기도 한다. 특히 남한의 정보부 직원들과 남파 공작원들이 대치하는 상황은 남과 북의 상황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려고 노력한 것이 눈에 보이지만, 그게 너무 노골적이어서 받아들이는 관객의 입장에서는 그 상황을 강요당하는 느낌이 든다.
앞서 말했듯 영화는 관객들에게 지속적으로 불편한 감정을 준다. 그 불편함이 영화의 잔인성에서 비롯되었을 수도 있고, 영화가 담고 있는 방대한 의미가 힘겨워서 그렇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여태껏 김기덕 감독의 갱들이 모두 그랬듯, 영화는 그 불편함 속에서 우리가 끊임없이 생각해야 하는 주제를 알게 모르게 심어 놓는다.
우리는 이 영화를 통해 '아저씨'만큼 누군가를 지키려는 의지를 느낄 수도 있고, '공동 경비구역 JSA'와 같이 남북 관계에 대해 의문점을 갖게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이 영화는 관객들이 끊임없이 마음 한 구석에서 불편함을 느끼면서 자꾸만 생각하게 되는 실마리를 제시한다. 그리고 그 실마리는 앞으로도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고 있어야할 하나의 열쇠와 같다. 윤란 청룡시네마 명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