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휠체어농구리그 디펜딩챔피언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 선수들이 경기도 남양주시 스포라운드 체육관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스포츠조선 이원만 기자] "또 다시 드라마를 써야죠. 좋은 훈련장 덕분에 더 힘이 납니다."
지난해 뜨거운 관심 속에 출범한 '2022 한국휠체어농구리그(KWBL)'는 시즌 내내 치열한 3파전 양상으로 진행됐다. '최강'이라고 불리는 춘천시장애인체육회를 필두로 제주삼다수와 코웨이블루휠스가 팽팽한 구도를 형성하며 리그를 치렀다. 정규리그는 춘천시장애인체육회의 우승, 하지만 최종 챔피언의 영광은 코웨이가 차지했다.
3위로 정규리그를 마친 코웨이는 플레이오프부터 특유의 '위닝 멘털리티'를 뿜어냈다. 2019~2021 리그 3연패를 차지한 서울시청 휠체어농구단을 인수해 지난해 5월 창단된 코웨이는 '선수 출신 1호 지도자'인 김영무 감독의 지도 아래 지난해 12월 열린 플레이오프에서 제주 삼다수를 격파한 데 이어 챔피언결정전에서도 춘천시체육회를 2승1패로 누르고 초대 우승의 영예를 품었다.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 곽준성(가운데)이 경기도 남양주시 스포라운드 체육관에서 진행된 자체 청백전 때 슛을 시도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김영무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 감독(맨 왼쪽)이 경기도 남양주시 스포라운드 체육관에서 진행된 팀 훈련 때 선수들에게 전술 지도를 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반전드라마 어게인' 노리는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이후 9개월이 흘렀다. 지난 7월 14일에 개막한 2023 KWBL 휠체어농구리그는 이제 3라운드 후반만을 남겨둔 상태다. 팀별로는 3경기씩 남아 있다. 두 번째 시즌이 막바지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코웨이는 또 다시 '반전 드라마'를 써내려가겠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반전 드라마'를 위한 시나리오는 이미 잘 짜여져 있다. 코웨이는 3라운드 전반까지 9승3패를 기록하며 12전 전승으로 질주하고 있는 춘천타이거즈(전 춘천시체육회)에 이어 리그 2위를 기록 중이다. 올 시즌 3패는 전부 춘천타이거즈에 당한 것이다. 비록 라이벌팀에게 3번 연달아 패했지만, 임찬규 단장과 김영무 감독, 그리고 코웨이 선수들의 자신감에는 '단 1'의 데미지도 없다. 지난해처럼 챔피언결정전에서 '역전 우승'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자신감의 근거도 확실하다. 지난 7월부터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이 안락한 보금자리를 마련해 훈련 강도를 한층 끌어올리고 있다. 코웨이 블루휠스는 국내 6개의 휠체어농구 실업팀 중 지자체가 아닌 민간 기업에서 운영하는 유일한 팀이다. 코웨이는 블루휠스 선수 전원을 직원으로 채용, 훈련시간을 근로시간으로 인정해 안정된 환경에서 훈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휠체어농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유망주 육성 프로젝트로 신인 선수를 공개 모집, 양성하는 훈련 프로그램도 적극 지원해왔다. 장애인 스포츠 실업팀의 좋은 예를 만들고자 하는 코웨이의 큰 고민은 전용 훈련장 대관 문제였다. 코웨이는 기존 장애인체육관 시설인 정립회관에서 훈련을 진행해왔다. 그러다 보니 다른 장애인 스포츠 종목과 훈련 일정 등을 조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임찬규 단장을 필두로 한 코웨이 팀 관계자들은 대안을 찾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그러나 쉽게 대안을 찾기가 어려웠다. 일단 장애인 편의 시설을 갖춘 실내 농구 코트를 찾기가 어려웠다. 휠체어농구에 대한 편견도 큰 난관이었다. '바퀴 때문에 농구 코트가 상한다'는 말도 안되는 오해도 받았다.
이창민-한정훈-김수빈 스포라운드 공동대표(윗줄 왼쪽부터)가 임찬규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장(가운데 아래)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휠체어농구가 코트를 망친다?' 편견과 악담에 맞선 스포라운드
그렇게 어렵게 연습코트들을 수소문하던 임 단장과 코웨이 휠체어농구단 앞에 지난 여름 '3명의 귀인'이 등장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호평동에서 '새로운 농구메카'를 만들어나가고 있는 스포라운드의 한정훈(44), 김수빈(41), 이창민(32), 공동 대표였다. 이들 3명의 스포라운드 대표진은 '농구의 저변 확대'와 '새로운 농구메카의 완성'이라는 목표로 의기투합했다. 프로농구 SK와 LG, KCC를 거친 엘리트 프로선수 출신 한 대표와 대구 한국가스공사 등의 공식 유니폼 후원사인 스티즈를 운영하는 김 대표, 그리고 현재 3X3 농구선수로 활약하고 있는 이 대표가 뭉쳐 지난 1월 남양주의 낡은 승마장을 개조해 정식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코트 2개면을 갖춘 실내농구장을 열었다.
이창민-한정훈-김수빈 스포라운드 공동대표(윗줄 왼쪽부터)가 임찬규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장(가운데 아래)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농구장 오픈 이후 유소년 팀 운영과 교육, 대회 운영, 코트 대여 사업 등을 시작하며 '농구 메카'의 초석을 다지던 스포라운드가 코웨이 휠체어농구단과 만난 건 올 여름이었다. 한 대표는 "프로선수 출신이지만, 솔직히 휠체어농구는 잘 몰랐다. 그런데 임 단장님께서 팀 훈련장을 찾고 있다는 연락을 주시면서 코웨이와 인연이 닿게 됐다"면서 첫 만남을 회상했다.
사실 스포라운드 측이 코웨이 농구단과 손을 잡기는 쉽지 않았다. 한 대표는 "대관을 고민하던 내게 바퀴 때문에 코트가 상한다는 식의 안 좋은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많았다. 프로 선수 출신으로서 이해가 안됐다. 거의 100㎏이나 나가는 프로 선수들이 전력질주하고 점프하는 곳인데, 고작 바퀴 때문에 상한다는 게 말이 되나. 일부러 나쁜 말을 하는 것 같았다"고 했다. 한 대표는 "그런 편견이 이상하고 싫었다. 실제로 보니 전혀 사실과 달랐다. 또한 훈련하는 것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휠체어 농구의 매력에 빠져 들었다"며 "이젠 열정적인 휠체어농구의 팬이 됐다"고 밝혔다.
한국휠체어농구리그 디펜딩챔피언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 선수들이 경기도 남양주시 스포라운드 체육관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한국휠체어농구리그 디펜딩챔피언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 선수들이 경기도 남양주시 스포라운드 체육관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코웨이 휠체어농구단과 스포라운드의 시너지, 챔피언 2연패 정조준
임 단장과 스포라운드 대표 3인의 '운명적인 만남' 덕분에 코웨이 휠체어농구단은 지난 7월 7일부터 남양주 스포라운드 체육관에서 본격적으로 훈련에 매진하고 있다. 김영무 감독은 "지금 온 신경을 리그 챔피언 2연패와 전국체전에 쏟고 있다. 결국은 춘천을 이겨야 한다. 1, 2차전은 전력으로 붙었지만 졌고, 3차전 때는 조절하면서 이런저런 테스트를 해봤다. 체전과 챔프전 결승에서 이기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며 현재의 목표를 밝혔다.
한국휠체어농구리그 디펜딩챔피언 코웨이 휠체어 농구단 선수들이 경기도 남양주시 스포라운드 체육관에서 자체 청백전을 진행하고 있다. 남양주=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20/
이어 김 감독은 "작년과 흐름이 비슷하다. 우리는 드라마를 만드는 팀이다. 더구나 이렇게 잘 세팅돼 있는 훈련장 덕분에 더 큰 힘이 난다. 70% 정도는 역전 우승의 자신이 있다. 남은 기간 30%를 더 채우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 새로운 훈련장 덕분에 남은 30%도 잘 채울 수 있을 것 같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임찬규 단장은 "코웨이 본사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스포라운드 측에서 쾌적한 훈련 환경 조성에 도움을 주셔서 선수단도 힘이 난다. 챔피언 타이틀 유지라는 목표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면서 "장애인 스포츠에 관한 스포라운드 대표들의 이해와 포용력에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 우리가 이곳에서 훈련한 덕분에 또 우승한다면, 스포라운드가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모두 아우르는 진정한 '모두의 농구장', '농구메카'로서 더 널리 알려질 수 있을 것 같다. 꼭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원만 기자 w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