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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고생하는 선수들 얼굴 어떻게 보나요."
그들의 눈물은 선수단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었다. 지난 2개월은 그래도 연기한 지급 날짜를 지켰는데, 이번에는 날짜를 더 늦추고도 지키지도 못해 영락없는 '양치기 소년'이 돼 버렸다.
사실 구단 프런트의 잘못도 아니다. 이른바 '부모 노릇' 못하는 모기업(대우조선해양건설)이 프로 구단을 '낙동강 오리알' 신세로 만들어 버린 바람에 빚어진 재앙이다. 소유주는 능력이 안된다고 손을 놓아버리면 그만이다. 그렇지만 어떻게든 구단을 꾸려가야 하는 프런트들은 선수단이 얼마나 고생하는지 잘 알기에 똑같이 월급 못받는 처지인데도, 자꾸 미안한 마음만 앞선다.
캐롯 구단의 재정 고통은 급여에만 있는 게 아니다. 현재 이벤트 대행사, 경호 업체 등 협력 업체에 걸린 부채만 해도 2억원을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외상 거래로 1개월 뒤 후지불로 버텨왔지만 모기업의 지원이 완전히 끊기면서 부채로 쌓여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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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더 눈물겨운 뒷이야기가 있다. 허 재 경기부문 대표와 박노하 경영총괄 대표가 사재를 털어가며 구단 운영비를 감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외상 거래가 안되는 급한 구단 운영비 결제를 위해 개인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다. 지원 중단으로 잔고가 바닥난 법인카드는 무용지물이다. 급한 김에 자꾸 카드를 긁다 보니 두 대표의 카드 사용액은 1억원을 훌쩍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가운데 개천에서 용난다고, 자식들은 훌륭한 성과를 내고 있다. 김승기 감독과 선수단은 '역대 최고의 슈터 전성현'이란 히트상품과 함께 일찌감치 '봄농구' 준비에 들어갔다.
프런트도 코트 밖 '새봄'을 불러왔다. 현재 캐롯의 시즌 홈경기(25경기) 평균 관중은 2201명. 지난 시즌 오리온 시절 평균 744명에 비해 3배나 급증하는 놀라운 흥행이다. 10개 구단 관중 동원 순위에서도 지난 시즌 꼴찌에서 5위로 급상승했고, 흥행 보증수표라는 서울 삼성의 잠실실내체육관(평균 1814명)도 훌쩍 뛰어넘었다. 프런트들이 선수단 못지 않게 얼마나 열심히 뛰었는지 잘 알 수 있다.
농구 불모지 고양에 새로운 '봄날'을 선사했건만, 캐롯의 눈물은 당분간 마를 날이 없을 것 같다. 2월분 급여도 또 연기한 처지인데, 31일까지 완납해야 하는 가입금 잔여분(10억원)은 더 막막하다.
어찌보면 캐롯 구단의 눈물겨운 생존기는 열흘 앞 끝을 향해 가는 게 아니라 이제부터 시작이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