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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말할 수 있다' 우리은행 박혜진 계약 뒷이야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0-04-22 06:07


사진제공=WKBL

[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제 조금 마음 놓고 쉴 수 있겠네요."

박혜진 지키기, 당사자들에게는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고되고 힘든 작업이었다. 불면으로 보낸 여러 밤, 박혜진이 20일 밤 마지막 도장을 찍어주자 그동안의 고생은 아무 것도 아닌 일이 됐다.

여자프로농구 FA(자유계약) '역대급' 최대어 박혜진이 원소속팀 아산 우리은행 잔류를 선택했다. 2008년 데뷔 후 12시즌 동안 우리은행에서만 뛴 박혜진은 4년 더 우리은행 유니폼을 입고 뛴다.

원래 여자프로농구 FA는 원소속팀 우선 협상이 있어 대어들의 이적이 힘들었는데, 이번 비시즌부터 제도 변화가 있었다. FA 재자격을 얻는 선수들을 2차 FA로 분류, 원소속팀 우선 협상 없이 자유롭게 팀을 선택할 수 있게 했다. 우리은행의 6년 연속 통합우승과 이번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이끈 박혜진이 시장에 나오자, 여자농구판이 들썩였다. 영입만 하면 최소 플레이오프 진출은 확보에, 우승까지 넘볼 수 있는 최강의 카드였다.

적극성의 차이는 있었겠지만, 우리은행을 포함한 6개 전구단이 박혜진 영입전에 '참전'했다. 간판스타를 지켜야 하는 우리은행의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돈으로 승부를 볼 수 있다면 차라리 마음이 편했다. 여자프로농구 FA는 연봉 상한액이 3억원이다. 세간에 알려진대로 인센티브를 더해준다 해도 액수로는 큰 차이를 낼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은행의 전략은 정성이었다.

위성우 감독과 정장훈 사무국장이 만사를 제쳐두고 모든 힘을 쏟았다. 정 국장은 계약 전까지 약 2주간 박혜진의 집이 있는 부산에 머물렀다. 부담을 주자는 건 아니었다. 박혜진이 필요하다고 하면, 번개같이 나타날 수 있는 진정성을 보이고 싶었다. 정 국장 뿐 아니라 위 감독도 부산을 여러차례 왕래하며 박혜진과 얘기를 나눴다. 전주원, 임영희 코치도 부산까지 내려가 지원 사격을 했다.

위 감독은 "말 그대로 정성을 쏟았다. 진심을 전하고 싶었다. 함께하고 싶다는 마음을 최선을 다해 보여줬다"고 밝혔다.

실제 위 감독은 박혜진을 향해 "이제 지도 스타일을 바꾸겠다. 더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고 화도 내지 않겠다"는 공약을 제시했다. 위 감독은 이에 대해 "박혜진은 8년간 나와 함께 하며 단 한 번도 '힘들다'는 얘기를 하지 않았다. 그만큼 성실한 선수다. 말은 안했지만 얼마나 힘들었겠나. 이제 박혜진도 고참이고, 팀의 프랜차이즈 스타가 됐으니 앞장 서서 후배들을 잘 이끌어달라는 얘기를 했다. 또, 필요한 게 있으면 주저 없이 얘기를 해달라고도 말했다"고 설명했다.


위 감독 말에 따르면, 똑같이 FA 자격을 얻은 선배 김정은도 박혜진 잔류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같이 뛰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했고, 자신의 계약보다 박혜진 계약을 우선시 해달라고 구단에 말해 후배를 기쁘게 했다.

계약을 진두지휘한 정 국장은 "솔직히 불안하기도 했다. 그래도 박혜진이 팀이 남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지난 10년간 암흑기, 영광의 시절을 모두 함께 했었다"고 말하며 "박혜진은 금전적 대우 등으로 저울질하는 선수가 아니다. FA 제도가 바뀐 후 자신이 팀을 옮기지 않으면 제도 변화의 의미가 퇴색돼 후배들에게 피해가 갈까 그 걱정을 가장 많이 한 것으로 알고 있다. 새로운 도전을 해보고 싶은 마음도 충분히 이해했다. 박혜진이 어떤 결정을 내렸더라도 존중했을 것이다. 마지막 선택을 우리와 함께하는 것으로 해줘 그저 고마운 마음 뿐이다. 구단도 할 수 있는 최선의 대우를 했다"고 했다. 정 국장에 따르면 박혜진 역시 마음 고생으로 얼굴이 상해, 협상 테이블에서 제대로 쳐다보기 힘들 정도였다고 한다.

위 감독은 계약 전까지 불면의 밤을 보냈다. 위 감독은 "우승한 것만큼 마음이 편해졌다"고 말하며 웃었다. 계약을 마치고 21일 서울행 기차에 오른 정 국장은 "마음 고생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이제 한시름 놓고 쉴 수 있어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한편, 우리은행은 박혜진과 함께 베테랑 김정은, 포워드 홍보람과도 FA 계약을 체결했다. 김정은 역시 선수 상한액 3억원의 연봉을 받게 됐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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