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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적, 이름은 한국인인데 외국인 MVP가 된다?
KBL은 지난 시즌 도중 국내 선수 MVP와 외국인 선수 MVP를 따로 시상하기로 결정했다. 외국인 선수 MVP가 아닌 외국인 선수상을 따로 주다, 불공평하다는 지적에 MVP를 통합 시상하게 됐다. 압도적인 활약을 펼친 외국인 선수들이 늘 국내 선수들에게 밀리는 부작용이 발생했다. 그런 가운데 지난 시즌 원주 DB 프로미에서 뛰던 디온테 버튼이 엄청난 활약을 펼쳤고, 버튼이 MVP가 될 수 없다는 사실에 논란이 일어 결국 KBL은 MVP를 나누어 시상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한 시즌 만에 국내-외국인 MVP를 나누어 시상하는 게 또 다른 부작용을 낳게 됐다. 라건아 때문이다. 라건아는 이번 시즌 47경기 평균 32분9초를 뛰며 24.7득점 14.4리바운드를 기록했다. 많은 선수들이 현대모비스 우승에 공헌했지만, 라건아 없이는 불가능한 우승이었다.
라건아는 특수한 신분이다. 귀화를 통해 이중 국적으로 한국인이 됐지만, 곧바로 국내 선수 자격을 얻을 경우 라건아를 보유한 팀이 너무 강해지기 때문에 연맹이 특별 규정을 만들었다. 이번 시즌 포함 향후 6시즌 동안은 사실상 외국인 선수 신분이다. 외국인 선수 출전 규정에 맞춰 뛰고 있고, 보수도 외국인 선수 기준으로 받는다. 사실상 무늬만 한국인인 상황이다.
KBL 이사회도 MVP 수상 가능성이 높은 라건아 안건에 대해 토의를 했다. 결론은 외국인 선수로 출전 쿼터가 정해지고, 보수도 받는데 MVP 수상도 외국인 선수로 받아야 한다는 결론이 내려졌다.
국가대표 경쟁력을 강화하겠다며 귀화를 추진하는 건 좋았는데, 대책 없이 너무 급하게 일을 처리하다보니 어려 곳에서 혼란이 생긴다. 이번 시즌 장신 외국인 선수 신장 제한을 2m로 정한 것도 1m99의 라건아가 기준점이 됐다.
보통 우승팀에서 MVP가 나오는 게 일반적 수순이다. 하지만 현대모비스는 라건아의 존재감이 너무 크다. 함지훈, 이대성 등도 잘했지만 강력한 MVP 후보라고 내세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그래서 국내 선수 MVP는 평균 16.9득점을 기록하며 토종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는 전주 KCC 이지스 이정현이 유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차라리 국내-외국인 가리지 않고 통합으로 MVP를 선정했다면 올해는 차라리 일처리가 더 쉬울 수 있었다. 지난해 버튼 논란을 잠재우기 위해 급하게 규정을 바꾼 KBL이었는데, 1년 만에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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