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시즌을 앞두고 KBL은 전세계 농구계의 조롱거리가 됐다. 외국인 선수 신장제한(장신 2m, 단신 1m86)을 도입하면서 어쩔 수 없이 KBL을 떠난 선수들이 있다. 키가 큰 것이 최고 장점인 농구에서 오히려 키가 커서 눈물을 훔친 셈이다. 어떻게든 자신의 키를 줄이려는 우스꽝스런 키재기 사진은 이미 외신을 타고 세계로 뻗어나갔다.
도입 단계부터 반발은 극심했다. 이사회와 KBL집행부의 밀어붙이기식 행정에 대다수 구단 실무진이 반대의사를 표명했지만 이미 안건은 통과된 뒤였다. 인권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한국농구의 퇴보를 걱정하는 이가 많았다. 첫 번째가 국제 경쟁력이었다. 이미 각국 농구는 높이 경쟁에 들어갔다. 2m 이상의 장신이라고 해서 스피드가 떨어지지 않는다. 국내 선수들의 장신 경험치가 급전직하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다. 또 실시간으로 세계가 하나로 묶이는 지금, '우물안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걱정도 컸다.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는 조별리그 첫경기 광저우 롱 라이언스(중국)에 연장패배 뒤 조기 귀국이 확정됐다. 광저우의 핵심전력은 NBA 10년경력에 빛나는 2m8의 장신 외인 모리스 스페이츠였다. 높이와 외곽슛을 갖춘 빅맨을 수비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임을 눈으로 확인했다. KBL 최고센터인 라건아도 선전했지만 때론 힘겨워하는 모습이었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선수들의 기량 발전도 한계에 부딪힐 수 밖에 없다.
올시즌이 끝난 뒤 KBL 신임 집행부는 여러 의견을 종합해 외국인 선수 규정을 재차 손볼 것으로 알려졌다. 2019~2020시즌의 가장 유력한 개선안은 '자유계약 외인 1명 보유'다. 2명 대신 1명으로 줄이고 신장 제한없이 몸값도 구단 자율에 맡긴다는 얘기다. 절반이 넘는 구단들이 이 안을 지지하고 있다.
라건아를 올시즌부터 보유하는 현대모비스는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수 있다. 전력불균형을 경계하는 타구단들이 라건아 외에 다른 외국인 선수를 허용할 지는 의문이다.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더 뛰어난 장신 외국인 선수들이 들어오면 우리가 다소 부담스럽겠지만 전체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에 걸림돌이 될 순 없다"고 했다. 논의를 통해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이다.
마카오=박재호 기자 jh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