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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울한 KBL "버튼 2위 시나리오 다 준비했는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8-01-04 11:11



"설마 투표 결과를 조작하겠습니까."

남자프로농구 올스타 팬투표 결과가 발표됐다. 한국농구연맹(KBL)은 3일 올스타 팬투표 결과를 공개했고, 그 결과 1위는 오세근(안양 KGC), 2위는 이정현(전주 KCC 이지스)가 차지했다. KBL은 이번 올스타전에 팬투표 1, 2위 선수가 매직-드림팀 주장이 돼 선수 선발을 하는 드래프트 제도를 처음으로 도입했다. 충분히 팬들의 흥미를 이끌만한 요소다.

그런데 시작부터 삐걱댔다. 소위 말하는 '댓글 여론'이 좋지 않다. 이정현이 2위가 된 게 문제라는 것이다. 투표 막판까지 디온테 버튼(원주 DB 프로미)이 2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는데, 투표 종료를 얼마 남기지 않고 투표 현황이 블라인드 처리됐고, 결국 이정현이 역전을 했다. 이게 외국인 선수를 배척하고 국내 선수끼리 주장 맞대결을 시키려는 KBL의 조작이라는 내용이었다. 물론, 판정 논란 등으로 팬들의 신뢰가 떨어질 대로 떨어진 KBL의 불편한 현실을 보여주는 장면이기는 하지만 확실한 근거 없이 투표 조작으로 몰고가는 팬들의 반응도 분명 지나치긴 했다.

그래서 KBL에 전후 사정을 물어봤다. 일단 KBL은 투표 조작설에 펄쩍 뛰며 "그게 말이 되는 일인가"라고 했다. 이어 "투표는 외부 기관에 일임했고, 우리는 3일 오전 결과만 받아 순위에 따른 보도자료를 작성했다. 만약, 조작을 했다면 요즘 세상에 어떻게든 알려질 일이고 또 우리가 굳이 조작을 할 이유도 없다"고 설명했다.

지난 시즌까지 한 팀에서 뛰다 FA 운명이 갈리며 이제는 적이 된 오세근-이정현 대결 구도를 만드는 게 흥행에 있어 이득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버튼을 3위로 끌어내리기 위해 투표 종료 직전 현황 발표를 블라인드 처리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가 있다. KBL은 이에 대해 "마지막까지 현황이 공개되면 오히려 필요 이상의 경쟁으로 비현실적 몰표 등이 나오는 걸 방지하기 위한 조치였다. 투표 시작부터 마지막엔 블라인드 처리하기로 방침이 결정돼있었다"고 말하며 "투표 초중반에는 분명 버튼이 앞섰지만, 블라인드 처리 직전에는 이정현이 수백표 차이로 따라붙었다. 그리고 그 시점 KCC와 DB 팬덤 사이 투표 독려 경쟁이 온라인 사이트나 팬카페 등에서 일어난 것도 우리가 파악하고 있었다. 마지막에 이정현에 표심이 몰리며 역전이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KBL은 이번 팬투표 1, 2위 선수가 하는 드래프트 장면을 중계방송할 깜짝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오세근은 사실상 확정이 됐었고, 2위가 이정현이 되느냐 버튼이 되느냐에 따른 방송 구성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했다. KBL은 "홍보팀이 이정현, 버튼 2위 두 가지 시나리오를 모두 준비하느라 방송팀과 이틀 동안 회의만 했다. 버튼이 2위가 될 경우 통역 등 과정이 필요해 생중계 보다는 편집을 해 녹화 중계를 하는 게 낫다, 그리고 버튼이 KBL 첫 시즌이니 KBL 선수들을 잘 아는 리카르도 라틀리프(서울 삼성 썬더스)를 부주장으로 선임해 같이 드래프트 하는 방식까지 모두 짜놨는데 조작 얘기가 나오니 힘이 빠진다"고 밝혔다.

KBL은 "어찌됐든 팬들께서 이번 올스타전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드래프트도 팬들이 흥미를 가질 수 있게 다양한 이벤트 요소 등을 더할 계획이다. 많은 기대와 응원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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