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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집중분석] 부쩍 늘어난 트레블링의 역습, 빛과 그림자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12-30 07:47


강화된 트레블링으로 가장 피해를 많이 보고 있는 외국인 선수 데이비드 사이먼이다. 그가 스핀무브를 할 때 부쩍 휘슬이 울리는 경우가 잦다. 돌파 장면. 사진제공=KBL

최근 프로농구의 강력한 변수 하나가 있다. 최근 가장 많이 나오는 휘슬. 트레블링이다.

스텝이 조금만 이상하거나, 두 발이 공중에 떠 있으면 그대로 불린다. 최근 한 달 동안 급격한 변화가 일어났다.

일명 워킹이라 불리는 트레블링은 농구의 기본적인 바이얼레이션이다. 실책에 포함되며, 공격권이 넘어간다. 즉, 공격자의 턴오버의 일종이다.

공을 들고 걷는 것을 방지하는 규칙이다. 세발 이상 걷거나, 드리블 직전이나 직후, 중심축이 되는 발(피봇)이 떨어지면서 양 발이 지면에서 떨어지면 불린다.

최근 프로농구에서 이런 장면들이 많이 나온다. 의문이 생긴다. 왜 갑자기 이런 변화가 나타났을까. 그리고 어떤 의미가 있을까.

얼마나 많이 증가했나

KBL에서는 트레블링 만을 집계하진 않는다. 밑의 표를 보면 12월8일 이후 실책이 급격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12월8일부터 1주일간 297개의 실책이 있었다. 15일부터 20일까지 339개, 22월부터 27일까지 316개가 나왔다.

9월부터 11월까지 1주일 단위로 실책이 최소 168개에서 최대 241개 정도만 나왔다. 12월8일 이후부터 급격히 늘어난 것을 알 수 있다. 정확한 수치로 나오진 않지만, 이 증가분이 대부분 트레블링이다.


단적인 예로 지난 27일 울산에서 열린 모비스와 SK전에서 필자가 기록지에 체크한 트레블링은 모두 7개였다. 이날 양팀 모두 21개의 실책을 범했는데, 무려 33.3%의 비율을 차지했다.

트레블링의 역습

사실 그동안 문제가 있었다. 국내리그에서는 너무 관대한 것이 문제였다.

웬만큼 발을 끌거나 축발이 순간적으로 떨어져도 휘슬이 울리지 않았다. 2005년 도하 아시아선수권대회 이후 국제경쟁력을 논할 때마다 고쳐야 하는 규정으로 엄격한 트레블링을 얘기했다.

그러나 그때마다 KBL은 외면했다. 오히려 2000년대 중반 캐링 더 볼(일명 오버 드리블)과 같은 규정을 만들어 '집중단속'했다.(KBL의 병폐 중 하나는 일관된 판정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해당 시즌에 특정 파울에 대해 강조하면, 그 부분에 대해 무더기 파울이 나오곤 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대표팀의 한 선수는 국내리그에서 사용하는 스핀 무브 이후 슛을 시도하다 번번이 트레블링을 지적받기도 했다.

올 시즌 전 트레블링에 대한 갑론을박이 있었다. 피바 룰을 기준으로 판정 기준을 설정하겠다고 공표했는데, 그 핵심 중 하나가 엄격한 트레블링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느슨해진 규정 때문에 습관화된 스텝에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경우 공격작업이 제대로 되지 않는다는 딜레마가 있었다. 현 집행부에서 가장 강조하는 것이 다득점에 의한 경기 흥미도 향상이었기 때문이다.

프로농구 한 관계자는 "최근 KBL에 피바 심판위원장이 방문, 트레블링에 대한 강화를 강조하면서, 이같은 변화가 일어났다"고 말하기도 했다.

칼 융브랜드 FIBA 심판위원장과 코스타스 리가스 유로리그 기술위원장이 11월12일부터 사흘간 방한, 심판 및 판정기준에 대한 교육을 실시했다.

빛과 그림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이같은 변화에 대해 "어쨌든 결국 긍정적인 부분"이라고 했다.

그는 국가대표 감독 시절 가장 많이 신경썼던 부분이 트레블링에 대한 극복이었다. 연습경기를 할 때 대한농구협회 소속 심판들에게 "최대한 강력하게 트레블링을 불어달라"는 요청을 했다. 그만큼 국제대회에서 엄격한 트레블링 때문에 고전했다.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실제, 엄격한 트레블링은 국제 경쟁력 뿐만 아니라 농구의 기본기를 다지는데 많은 도움이 된다. 물론 단기적으로 득점대가 떨어진다는 부작용이 있을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 한국농구의 미래를 위해서는 바람직한 방법이다.

그러나 시행 시기와 방법에 대해서는 문제가 많다.

이미, 10년 전부터 엄격한 트레블링에 대한 얘기는 항상 흘러나왔다. 국제경쟁력과 밀접한 연관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뒤늦게 FIBA 룰을 도입했다. 그리고 구두로 강조했지만, 결국 시즌 초반에는 그렇게 민감한 휘슬이 울리진 않았다.

또 하나, 시즌 중반 갑작스러운 변화는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다. 시즌 전 10개팀은 판정기준에 따라서 철저한 준비를 한다. 하지만, 리그 중반에 기준을 바꿔버리면, 혼란함을 피할 수 없다.

가장 중요한 부분이 있다. 이런 변화에 대해 KBL은 어떤 구단에도 공식적으로 통보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KBL은 표면적으로 '시즌 전부터 트레블링을 강조했다'는 제스처를 취하고 있지만, 실제 경기를 분석해보면 최근 한 달간 급작스럽게 트레블링에 대한 휘슬이 엄청나게 증가했다. 내부적인 방침이 변화됐다는 의미. 하지만, 리그의 혼란함은 모른 척 한 채 슬쩍 휘슬만 바꿔놓았다. 이해할 수 없는 행정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KBL 올 시즌 1주일 단위 실책 수

일시=실책개수

9월21일~27일=174

9월28일~10월4일=273

10월6일~11일=242개

10월13일~18일=215개

10월20일~25일=249개

10월27일~11월1일=168개

11월3일~8일=239개

11월10일~15일=241개

11월17일~22일=244개

11월24일~29일=236개

12월1일~6일=241개

12월8일~13일=297개

12월15일~20일=339개

12월22일~27일=316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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