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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창진, 15일 출국금지로 미국 출국 못했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5-05-27 06:35 | 최종수정 2015-05-27 07:50



"우리는 세금 문제라고 들었다."

프로농구 최고 명장 중 한 명이라는 KGC 전창진 감독의 충격적인 소식. 불법 스포츠 도박 베팅 및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됐다는 내용. 경찰측은 혐의 입증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고, 전 감독은 "절대 죄를 짓지 않았다"며 적극 대응할 것이라는 의사를 밝혔다. 어느쪽 말이 맞는지에 모든 관심이 쏠린 가운데, 전 감독의 석연치 않은 행보를 보인 내용이 있어 눈길을 끈다.

전 감독 사건이 세상에 알려진 것은 25일 밤. 그리고 26일 농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런 가운데 전 감독이 15일 미국행 비행기를 타려다 공항에서 출국금지 조치로 인해 발길을 돌렸던 사실이 확인됐다.

KGC 구단은 "지난주까지 전 감독이 선수들 훈련을 지휘했다"고 했지만 사실 전 감독은 지난 15일 이후 훈련이 진행중인 안양실내체육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KGC 선수들은 "14일 뵌 게 마지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후 훈련은 김승기 코치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 KT 감독 시절에도 전 감독은 시즌 전 기초 훈련 때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일정이 있었다. 전 감독은 15일 미국으로 출국해 외국인 선수 선발 관련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전 감독은 하루가 지난 16일 구단에 전화를 걸어 "개인 세금 문제가 있다. 그 사유로 출국금지 조치가 돼있더라"라는 해명을 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 세금을 미납한 사람에게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그리고 25일 사건이 터지기까지 두문불출했다.

석연치 않은 부분이 많다. 외국인 선수 영입은 프로농구단이 시즌 전 해야할 일 중 가장 핵심 업무다. 외국인 선수를 어떻게 뽑느냐에 따라 팀 성패가 갈린다. 특히, 올시즌에는 제도 변경으로 2명의 외국인 선수가 같이 뛸 수 있고 선수 키 제한도 있기에 더욱 그랬다. 구단은 출국하지 못한 전 감독에게 "바로 다음 일정을 알아봐드리겠다"고 했으나 전 감독이 "주말이니(15일은 금요일) 천천히 다음 일정을 생각해보자"라고 했다. 구단이 다시 "세금 문제 해결을 도와드리겠다. 빨리 일 처리가 되면 월요일(18일) 출국편을 바로 알아봐드리겠다"라고 하자 전 감독이 "세금 문제가 워낙 복잡해 단시간 내에 처리하기 힘들 것 같다"고 했다고 한다. 프로 감독이 세금 문제에 연루됐다는 것도 문제지만, 감독으로서 가장 중요한 업무인 외국인 선수 영입 관련 출장을 미룰 이유가 없다. 오히려 한시라도 빨리 떠나는게 상식적인 행보. 구단은 여기서 조금 이상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전 감독이 세금 문제에 대해 워낙 자세하게 내용 설명을 해 그대로 믿고 있었다. 외국인 선수 관련 작업은 현지에 미리 나가있던 프런트가 진행하는 것으로 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전 감독 스스로 자신이 출국금지 신분이 됐다는 것을 15일 알았다는 것이다. 다짜고짜 공항에서 개인의 출국을 막지는 않는다. 세금 문제든, 이번 사건 관련이든 법무부는 서면으로 대상자에게 출국금지 사실을 사전 통보한다. 다만 전 감독은 가족이 모두 해외에 있고 오피스텔, 호텔 등에서 생활을 해 서면 확인을 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공항에서 사실을 안 후에는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출국금지 사유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금 문제라는 전 감독의 말은 사실일까. 문제는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중부경찰서가 전 감독의 출국금지 조치를 5월 초에 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성운 형사과장은 26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정확한 날짜는 (전화 인터뷰를 하던 순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5월 초 우리가 전 감독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26일 실시한 공식 브리핑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범죄 사실을 수사하는 형사과장이 수사중인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이미 다른 사유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은 말이 되지 않는다. 김 형사과장은 "전 감독이 구단에 세금 문제로 출국금지가 됐다는 얘기를 했다"는 기자의 말에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형사과장은 "전 감독이 15일 출국을 시도했는지 등은 우리가 알 필요가 없다. 확실한 건 우리는 5월 초 혐의를 포착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신청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상한 부분은 전 감독이 지난달 20일 5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이다.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큰 액수의 세금 문제라고 했는데, 불과 1달이 채 되기도 전(15일 기준)에는 아무 문제 없이 출국을 했다. 프로농구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감독이 불과 1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갑작스러운 세금 문제에 휩싸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세금 체납을 하면 출금금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를리도 없었다. 중요한 해외 출장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 관리를 하지 못했다면 직무태만이다.

만약, 세금 문제로 출국정지를 당한 것이 아니라면 전 감독은 15일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베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두 지인의 구속 사실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단에 말한 세금 문제는 대책 마련용 핑계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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