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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금 문제라고 들었다."
KGC 구단은 "지난주까지 전 감독이 선수들 훈련을 지휘했다"고 했지만 사실 전 감독은 지난 15일 이후 훈련이 진행중인 안양실내체육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KGC 선수들은 "14일 뵌 게 마지막"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후 훈련은 김승기 코치의 지휘 아래 진행됐다. KT 감독 시절에도 전 감독은 시즌 전 기초 훈련 때는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 일정이 있었다. 전 감독은 15일 미국으로 출국해 외국인 선수 선발 관련 업무를 처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비행기에 오르지 않았다. 전 감독은 하루가 지난 16일 구단에 전화를 걸어 "개인 세금 문제가 있다. 그 사유로 출국금지 조치가 돼있더라"라는 해명을 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5000만원 이상 세금을 미납한 사람에게는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진다. 그리고 25일 사건이 터지기까지 두문불출했다.
여기서 중요한 것. 전 감독 스스로 자신이 출국금지 신분이 됐다는 것을 15일 알았다는 것이다. 다짜고짜 공항에서 개인의 출국을 막지는 않는다. 세금 문제든, 이번 사건 관련이든 법무부는 서면으로 대상자에게 출국금지 사실을 사전 통보한다. 다만 전 감독은 가족이 모두 해외에 있고 오피스텔, 호텔 등에서 생활을 해 서면 확인을 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공항에서 사실을 안 후에는 출입국관리소를 통해 출국금지 사유를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면 세금 문제라는 전 감독의 말은 사실일까. 문제는 이번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 중부경찰서가 전 감독의 출국금지 조치를 5월 초에 했다는 것이다. 이번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김성운 형사과장은 26일 스포츠조선과의 통화에서 "정확한 날짜는 (전화 인터뷰를 하던 순간) 기억이 나지 않지만, 확실한 건 5월 초 우리가 전 감독 출국금지 조치를 내렸다"고 밝혔다. 26일 실시한 공식 브리핑에서도 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범죄 사실을 수사하는 형사과장이 수사중인 피의자에 대한 출국금지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이 사람이 이미 다른 사유로 출국금지 조치가 내려져있는지 모른다는 사실은 말이 되지 않는다. 김 형사과장은 "전 감독이 구단에 세금 문제로 출국금지가 됐다는 얘기를 했다"는 기자의 말에 처음 듣는 얘기라는 반응을 보였다. 김 형사과장은 "전 감독이 15일 출국을 시도했는지 등은 우리가 알 필요가 없다. 확실한 건 우리는 5월 초 혐의를 포착하고 출국금지 조치를 신청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하나 이상한 부분은 전 감독이 지난달 20일 5일간 일본 출장을 다녀왔다는 점이다.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 어려운 큰 액수의 세금 문제라고 했는데, 불과 1달이 채 되기도 전(15일 기준)에는 아무 문제 없이 출국을 했다. 프로농구 최고 수준의 연봉을 받는 감독이 불과 1달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갑작스러운 세금 문제에 휩싸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또, 세금 체납을 하면 출금금지가 된다는 사실을 모를리도 없었다. 중요한 해외 출장을 앞둔 상황에서 자신의 개인 관리를 하지 못했다면 직무태만이다.
만약, 세금 문제로 출국정지를 당한 것이 아니라면 전 감독은 15일 자신이 어떤 상황에 처했는지 알게 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베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진 두 지인의 구속 사실도 분명히 들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구단에 말한 세금 문제는 대책 마련용 핑계로 해석될 수 있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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