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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부를 지배한 휘슬, 누구의 책임인가[KBL 바꿔야 산다 #4]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4-16 07:58




일단 심판 문제, 판정문제는 힘들다. 농구 팬도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항상 많은 사건, 사고가 있었다. 1차적 비판대상은 심판이다. 그리고 KBL로 옮겨간다. 총체적 난국으로 보인다.

올시즌에 앞서 김영기 총재와 이재민 사무총장의 주도로 FIBA 룰이 도입됐다.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시즌 막바지 연습경기 때조차 룰이 적용되지 않아, 10개 구단은 갑갑해 했다.

베일을 걷었다. 몸싸움에 대한 완화, 그리고 U1파울(일종의 속공파울인데, 속공상황을 끊는 모든 장면에 해당한다. 기준이 불분명해 시즌이 끝났지만, 여전히 U1 파울의 실체는 불투명하다)이 도입됐다.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코트에 서 있는 모든 대상자가 그랬다. 선수와 코칭스태프 뿐만 아니라 심판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1라운드는 흥미로웠다. 몸싸움이 완화되면서, 경기 자체가 박진감이 배가된 측면이 있었다. 농구 팬의 반응도 나쁘지 않았다. 물론 부작용은 있었다. 노골적인 핸드체킹이나, 슛동작에서의 터치도 무시되는 경우가 많았다.


김주성과 포웰의 더블 파울 당시, 포웰이 격분하던 모습. 사진제공=KBL
이 부분만 수정했다면, 올 시즌 프로농구는 더욱 재미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다시 뒤죽박죽되기 시작했다. 몸싸움에 대해 다시 민감해졌다가, 풀어지기도 했다. 매 경기를 자세히 분석해 보면 알 수 있다. 현장에서 "도대체 판정 기준이 뭔가"라는 또 다른 불만이 나왔다. 심판들 조차 헷갈리는 부분이 많았다. 당시 몇몇 감독은 "심판들이 잘못하는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들도 불쌍하다. FIBA 룰에 대한 기준을 익힐 시간이 없었고, 기준 자체가 왔다갔다 하니까 판정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애로사항이 있을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즌 내내 굳건해야 할 판정기준은 수시로 바뀌었다. 1라운드까지는 몸싸움이 완화됐지만, 2라운드부터는 혼란스러워졌고, 플레이오프에서는 또 다시 몸싸움이 완화되는 듯 했다.

하지만 중간중간, 다시 민감한 파울이 불렸다.4강 플레이오프 동부와 전자랜드의 3, 5차전, LG와 모비스의 4차전, 그리고 챔프전 2차전 등을 유심히 살펴보면, 몸싸움에 대한 기준이 뒤죽박죽인 것을 알 수 있다.

전자랜드의 돌풍과 LG의 선전. 6강과 4강 플레이오프는 흥미진진했다. 4강 플레이오프 5차전까지 가는 혈투가 있었다.

하지만 동부와 전자랜드의 5차전. 동부의 홈 경기. 김주성과 리카르도 포웰의 더블파울. 그리고 경기 막판 오심이 속출했다. 전자랜드에 불리한 판정들이었다. 전자랜드 유도훈 감독은 격앙된 표정으로 경기가 끝나자 마자 심판위원장에게 전화를 했다.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렸다. 결국 심판설명회에서 9개 중 6개가 오심이었다는 보고서가 나왔다. 1점이 중요한 초박빙의 상황에서 나온 판정들이었다. 때문에 거센 비판이 일었다.

하지만 그 이전에도 징조는 있었다. 6강, 4강전의 치열함 때문에 가려진 부분이 있지만, 동부와 전자랜드의 3차전과 LG와 모비스의 4차전은 판정에 문제가 있었다. 전자랜드의 홈 경기였던 3차전은 동부가 55대51로 승리를 거뒀지만, 사이먼에 대한 골밑의 무수한 파울에 대해 불어주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사이먼의 인내심에 감탄했다"고 말한 농구관계자들도 많았다.

모비스와 LG와의 4차전은 자유투 숫자가 극명하게 갈렸다. 2승1패로 모비스가 앞서 있는 상태. LG의 홈 경기였다. LG는 29개의 자유투를 얻은 반면, 모비스는 7개만 얻었다. 결국 5차전으로 이어졌다.

때문에 전자랜드와 LG의 투혼에 감탄하면서도 일부에서는 "인위적으로 5차전까지 끌고간다는 느낌이 있다"고 했다. 판정기준을 말하는 게 민망할 정도로 휘슬 자체가 어지러운 상황이었다.

특정팀의 유, 불리를 말하려는 게 아니다. 논란이 된 판정에는 공통점이 있다. 올 시즌 프로농구에서 나온 얘기가 있다. 직, 간접적으로 "홈팀에 대한 판정이 불리하지 않게 하려 한다"는 보이지 않는 KBL의 기준이 있었다.

플레이오프에 나온 판정의 난맥상의 공통점은 과도한 홈 어드밴티지다. 사실상 승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휘슬이었다.

그런데 이 부분이 단지 심판진의 문제만일까. 먼저 FIBA 룰 도입 제도 자체가 많이 늦었다. 여기에 기준은 오락가락했다. '홈팀에 대한 불리하지 않은 판정'이라는 기준 자체가 아이러니컬하다. 판정은 불편부당해야 한다. 당연히 홈팀이든 어웨이팀이든 정확하게 불어야 한다. 하지만 수없이 나온 '홈팀에 대한 불리하지 않은 판정'은 즉, 홈팀에 대한 휘슬의 배려를 뜻한다. 이런 일그러진 상황에서 심판진의 혼란은 가중될 수밖에 없다.

물론 국내 심판진의 아쉬움을 감싸려는 의도는 아니다. 필자는 그동안 공중볼에 대한 미흡한 대처와 흔들리는 기준에 대해 수없이 지적했다. 교육이 필요하고, 이 부분은 꼭 고쳐야 한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위에서 지적한 심판진에 대한 가혹한 상황에 대한 수정, 보완은 꼭 필요하다. 이 부분에서 KBL은 '강공모드'로 일관한다. 심판진의 '목숨'을 놓고 정책 기준으로 삼는다. KBL 김영기 총재는 취임 직후인 2014년 7월 "앞으로 심판 재교육과 평가방법을 완전히 새롭게 변화시킬 것"이라고 했다. 대대적 심판진 개혁으로 5명의 베테랑 심판과 재계약하지 않았다.

하지만 심판진의 처우 개선과 불합리했던 FIBA 룰의 빠른 도입에 대한 반성은 없다. 여기에 김 총재와 유희형 심판위원장(예전 김 총재가 총재로 있던 시절에도 유희형 심판위원장이 함께 있었다)이 장악하고 있는 심판진의 판정에 대한 간섭여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다. '홈팀에 대한 불리하지 않은 판정'이라는 기준 자체가 있다는 것은 매우 심각한 부분이다. 만약 이 부분에 대한 김 총재와 유 심판위원장의 입김이 들어갔다면, 이사회에서 이런 부분을 재조사해서 바로 잡아야 한다. 감시, 제어를 해야 한다. 결국 올 시즌 승부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오심에 대한 책임에서 KBL은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

늘 그랬던 것처럼, 판정에 대한 사건사고가 터지면 KBL은 해당 심판을 징계하는 선에서 처리했다. 그리고 마치 심판진의 개혁인 양 얘기한다. 번지수가 잘못된 얘기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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