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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리그 MVP를 둘러싼 편견과 오해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5-03-04 17:25 | 최종수정 2015-03-05 06:43


모비스 양동근. 스포츠조선DB

2014-2015 프로농구 서울SK와 울산모비스의 경기가 22일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렸다. 모비스 라틀리프가 SK 심스의 수비사이로 돌파를 시도하고있다.
잠실=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5.01.22/

LG 데이본 제퍼슨. 스포츠조선DB

묘한 기류가 있다. 복잡다단하게 얽혀 있으면서도 세밀하게 피드백을 주고 받는다.

정규리그 MVP에 관련된 미묘한 분위기다.

모비스는 정규리그 1위를 확정했다. 때문에 당연히 MVP 후보는 모비스에서 나오고 있다. 두 선수다. 주전 포인트가드 양동근과 리카르도 라틀리프다.

여기에 강력한 대항마가 있다. LG 데이본 제퍼슨이다. 물론 2위 싸움을 하고 있는 동부와 SK에서도 훌륭한 선수들이 많다. 하지만 애런 헤인즈(SK) 김주성(이상 동부) 등 두 팀의 상승세를 이끈 선수들은 MVP 자격에 2% 부족한 느낌이 있다. 헤인즈의 경우 득점 4위(19.9득점), 리바운드 5위(8.7개)로 제퍼슨에 비해 개인기록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1위 프리미엄'이 있는 것도 아니다. 김주성은 53경기에 나서 평균 28분25초를 뛰었다. 11.9득점, 6.6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출전시간이 부족한 면이 많다. 경쟁자 양동근은 34분59초를 소화했다.

●제퍼슨은 MVP 자격이 있을까

결국 삼파전이다. 모비스의 핵심 양동근과 라틀리프, LG의 제퍼슨이다.

제퍼슨의 경우 시즌 막판 임팩트가 너무나 강렬했다. LG의 11연승을 이끌면서 엄청난 득점 레이스와 경기지배력을 보였다. 개인기록도 훌륭하다.

46경기에 나서 평균 27분57초를 뛰면서 경기당 평균 22.4득점, 9.0리바운드, 2.9어시스트, 1.1스틸, 1.1블록슛을 기록했다. 득점 1위, 리바운드 4위다. 기록만 놓고 보면 강력한 MVP 후보다. 기량의 클래스가 다른 점도 감안해야 한다. 모든 감독들은 "제퍼슨은 1대1로 막을 수 없다"고 했고, 정규리그 1위를 차지한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한국에서 뛸 수준의 선수가 아니다"라는 높은 평가를 했다.


하지만 제퍼슨은 MVP 후보에서 제외해야 할 듯 하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MVP가 될 수 있는 자격이 부족하다.

이유가 있다. LG의 초반 부진을 보자. 11연승을 하기 전, LG는 암울했다. 좋은 전력에도 12승20패, 6위 싸움도 쉽지 않아 보였다. 이유가 뭘까. 여러가지 복잡적인 변수가 있다.

김종규 문태종의 대표팀 합류에 따른 부작용, 갑작스러운 기승호의 부상 등이 있었다. 하지만 가장 핵심적 이유는 제퍼슨의 부진이다.

그가 부진한 이유는 명확했다. 몸을 제대로 만들어 오지 않았다. 체력적으로 매우 부족했다. 한마디로 상대 선수와 싸울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특히 시즌 초반 수비는 '자동문 수준'이었다. 수비에서 쓸 체력이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제퍼슨의 부진은 LG에 많은 혼란함을 가져왔다. 준비된 시스템이 작동되지 못했고, 팀 조직력이 붕괴됐다. 결정적인 수비미스로 패배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평균 출전시간에 부담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28분 정도면 MVP가 되기에 오히려 모자란 출전시간이다.

MVP에서 'V(valuable)'는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가치'는 모든 것을 포함한다. 그의 기록 뿐만 아니라 출전시간과 실제적인 팀 공헌도, 그리고 팀 성적까지 고려가 된다.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선수에게 주는 상이기 때문이다. 성적에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는 신인왕과는 또 다른 의미가 MVP에는 담겨져 있다.

제퍼슨의 초반 부진으로 LG는 2위까지 주어지는 플레이오프 직행티켓을 놓쳤다. 리그 전체를 봤을 때 냉정하게 말하면 LG가 4위까지 오른 것도 제퍼슨 때문이다. 그러나 강한 전력을 갖추고도 4강 직행을 하지 못한 첫번째 이유도 제퍼슨 때문이다.

물론 뛰어난 개인성적때문에 충분히 MVP 후보가 될 순 있다. 그러나 위에서 지적한 절대적인 기준에서 MVP 자격에 부족한 부분이 있다. 현 시점에서 모비스 쌍두마차와 비교했을 때 팀 전체적 공헌도와 꾸준함 그리고 팀 성적에서도 많이 떨어진다.

팀 성적이 나빴지만, MVP를 탄 경우가 한 차례 있다. 2008~2009시즌 6강에서 탈락한 KT&G 속공농구를 진두지휘한 주희정(경기당 평균 15.1득점, 8.3어시스트, 4.8리바운드)이 받았다. 당시 54경기에서 38분37초를 뛰었다. 제퍼슨과는 상황이 많이 다르다. 팀 성적은 나빴지만, 주희정의 팀 공헌도는 절대적이었다. 게다가 상대적으로 6위팀까지 임팩트가 뛰어난 선수가 없었다. 접전 끝에 주희정이 낙점됐다.

●MVP 기준은 절대적이어야 한다

이상한 분위기가 감지된다.

올스타전 MVP를 김선형이 받았다. 역대 올스타전 최다리바운드(23개)를 기록한 라틀리프가 받지 못했다. 납득이 가지 않는 결과에 김선형은 물론, 라틀리프도 당황스러워했다. 농구 팬의 비판이 이어졌다.

그리고 MVP 투표를 앞두고 있다.

양동근과 라틀리프가 남아있다. 두 선수의 스탯을 비교해 보자.

양동근은 53경기에 나서 34분59초를 소화했다. 11.8득점, 2.2리바운드, 4.8어시스트, 1.8스틸을 기록했다. 팀 최고참으로서 모비스의 조직농구를 이끈 점이나, 강력한 모비스 수비의 리더였다는 보이지 않는 공헌도를 감안하면 충분히 MVP 자격이 있다.

라틀리프를 보자. 53경기에 나서 평균 28분56초를 뛰었다. 19.9득점, 10리바운드, 1.8어시스트, 1.7블록슛을 기록했다. 라틀리프 역시 보이는 기록만큼 보이지 않는 공헌도가 높다. 강력한 파워를 바탕으로 한 골밑 장악력은 압도적이다. 특히 올 시즌 미드레인지 점프슛을 완벽히 장착한 점과 함께 쉴 새 없는 트랜지션 게임으로 상대를 압박한 부분은 매우 높은 평가를 받아야 한다.

누가 받아도 괜찮다. 양동근은 더 많이 뛰었고, 라틀리프는 더 좋은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여기에서 문제가 발생한다. 라틀리프 동정여론이다. 보통 정규리그 우승을 하면 사령탑들이 'MVP를 어떤 선수가 받았으면 한다'고 기자회견장에서 많이 얘기한다. 표가 갈려서 혹시 MVP가 다른 팀 경쟁선수에게 넘어갈 수 있는 걱정 때문이다. 모비스는 유재학 감독을 비롯해 라틀리프의 MVP를 밀고 있는 뉘앙스다. 최초의 외국인 선수 MVP가 나올 수 있다.

그 근거는 적합하지 않다. 올스타전 MVP를 놓친 동정여론과 함께 양동근이 이미 두 차례 MVP를 받았다는 사실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라틀리프가 MVP를 받는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하지만 MVP의 기준은 절대적이어야 한다. 상황에 따른 상대적 기준은 들어갈 필요가 없다. 명확하면서도 간단하다. 해당 시즌에 가장 뛰어난 활약, 가장 가치있는 선수에게 주면 된다. 때문에 양동근과 라틀리프, 그리고 제퍼슨을 둘러싼 MVP 문제는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최근 KBL은 외국인 선수상을 부활시킨다는 얘기가 있다. 당장 올 시즌부터 할 수도 있다고 한다. 외국인 선수상의 부활은 리그 발전에 도움이 된다. 하지만 올 시즌 당장 도입한다는 것은 너무 노골적이다.)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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