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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은행-신한은행, 26일 맞대결은 사실상 최종전?

남정석 기자

기사입력 2014-12-25 17:20


지난 13일 열린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의 시즌 3번째 맞대결에서 우리은행 박혜진(왼쪽)이 신한은행 김연주와 브릴랜드의 밀착 마크를 뚫고 패스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WKBL

'마지막 승부?'

여자 프로농구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박싱데이'인 26일 시즌 4번째 맞대결을 펼친다. 시즌 반환점을 맞는 시점에서 1경기에 불과하지만 그 중요도는 남다를 수 밖에 없다. 조금 섣부른 얘기일 수 있지만 사실상 올 시즌 상위권 판도를 확정짓는 마지막 일전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다.

우리은행은 24일 삼성 블루밍스전에서 초접전 끝에 종료 5초 전에야 승부를 결정지었다. 이날 승리로 우리은행은 역대 시즌 개막 후 최다인 16연승 신기록을 작성할 수 있었다. 아무리 뒤지고 있어도 결국 마지막에 웃는 팀은 우리은행이라는 것이 올 시즌의 '공식'인데, 이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주전 가드 이승아가 직전 경기에서 발목 부상을 당해 이날 아예 경기장에 오지도 않았지만, 이은혜라는 식스맨을 처음으로 풀타임 기용하며 승리를 낚아냈다. 주전 공백으로 인한 공백도 다른 선수들이 거뜬히 메울 정도로, 우리은행은 통합 2연패를 차지한 지난 2년간 부쩍 성장했다.

우리은행 전성시대가 오기 전까지 무려 6시즌동안 통합 챔피언을 지냈고, 지난 2년간 우리은행의 최고 라이벌이었던 신한은행이었지만 적어도 올 시즌은 다르다. 앞선 3번의 맞대결에서 우리은행에 모두 패했다. 그나마 지난 13일 3번째 경기에서 예전의 라이벌 대결다운 모습이 연출됐을 뿐 앞선 2차례의 경기에선 완패를 당했다.

리딩 가드 최윤아가 고질적인 무릎 부상으로 들쭉날쭉한 경기력을 보이고 있고, 최근 몇년간 하락세를 보였던 하은주도 이제 예전의 경기력을 기대하기 힘들다. 두 선수 모두 팀 훈련을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상태에서 경기에만 나서다보니 동료들과의 호흡도 좋은 편이 아니다.

여기에다 외국인 선수 브릴랜드가 부상을 당해 한 달 이상 결장한다. 급하게 대체 선수로 티아나 호킨스를 영입했지만 다음달 초부터 뛸 예정이다. 이전까지는 테크니션 포워드인 크리스마스가 홀로 상대팀 외국인 선수의 매치업에 나서야 한다. 시즌 최고의 위기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우리은행 위성우 감독이나 전주원 코치 등이 신한은행전에 나서는 부담감이 거의 없다. 두 사람 모두 신한은행은 친정인데다, 5년간 스승으로 모셨던 임달식 감독이 버티고 있어 심적으로 버거움을 느꼈다. 그 심리상태는 우리은행 선수들에게도 당연히 전해지면서 제 실력을 발휘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런데 올 시즌부터 신한은행은 정인교 감독이 새롭게 부임했고 연고지도 안산에서 인천으로 옮겼다. 위 감독이나 선수들 모두 "솔직히 신한은행전에 느꼈던 부담감이 이제 완전히 사라졌다"고 말할 정도다.

어쨌든 이제 신한은행이 우리은행의 호적수라고 말하기 힘들 정도가 됐다. 우리은행은 홀로 독주를 하고 신한은행은 힘겨운 중위권 싸움에 휘말린 상태다. 하지만 현재로선 우리은행에게 패배를 안길 수 있는 유일한 팀은 신한은행 정도밖에 없다. 두 팀의 3차전에서도 이 사실이 입증됐다. 물론 당시에는 이승아나 브릴랜드 모두 정상적으로 나섰지만 26일 맞대결에선 두 선수 모두 뛰지 않는다. 두 선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에 유불리를 따지기는 힘들다.


만약 우리은행이 이 경기마저 승리한다면 연승 기록은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하나외환과 KDB생명, KB스타즈 등 올 시즌 큰 어려움 없이 꺾었던 3개팀과 2차례씩 연달아 6경기를 하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신한은행이 지난 2008~2009시즌에 기록한 단일 시즌 19연승, 그리고 2008~2009시즌에 이어 2009~2010시즌까지 2개 시즌에 걸쳐 기록한 역대 최다인 23연승에도 도전해볼 수 있다.

따라서 신한은행은 자신들의 기록을 지켜기 위해서라도 26일 경기에 사력을 다할 공산이 크다. 게다가 이날 패하면 앞으로 남은 맞대결에서 모두 이긴다해도 시즌 상대전적에서 밀리는 동시에 챔피언결정전까지 올라가더라도 이미 기싸움에서 뒤지게 된다. 3년만의 챔피언 탈환을 위해 정규시즌 35경기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일전이다. 연말 여자농구 최고의 맞대결이 다가왔다.
남정석 기자 bluesk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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