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39득점 길렌워터의 약점과 만수의 대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1-16 12:12


모비스 유재학 감독.
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14.11.02/

오리온스 길렌워터가 이승현과 리바운드 볼을 따내고 있다.
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14.10.30/



트로이 길렌워터는 올 시즌 프로농구 최고 외국인 선수다.

막기가 매우 까다롭다. 내외곽의 공격이 모두 정확하다.

부드러운 슛 터치를 지녔다. 때문에 공격범위가 3점슛 밖에서도 가능하다. 정확한 3점슛 능력을 지니고 있고, 미드레인지 슛 역시 일가견이 있다.

파워가 뛰어나다. 리그 최고의 파워를 지녔다고 평가받는 모비스 리카르도 라틀리프나 LG 크리스 메시와의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팀 동료들은 그의 이름과 괴력을 합쳐 '물탱크'라는 별명을 지어주기도 했다.

결국 넓은 공격범위와 뛰어난 파워를 동시에 갖추고 있는 선수다. 때문에 모비스 유재학 감독은 "막기가 매우 까다로운 선수"라고 했다. 하지만 1라운드 맞대결 이후 단서를 달았다. "까다롭지만 못 막을 선수는 아니다"라고 했다.

그의 발언이 주목받은 이유는 복합적이다. 최근 2년간 챔프전 우승을 차지했던 모비스다. 리그 최고의 명장으로 평가받는 그는 특히 단기전 상대팀 맞춤형 전술이 매우 인상적이다. 2012~2013 챔피언결정전에서는 SK 헤인즈를 봉쇄했고, 지난 시즌에는 LG 데이본 제퍼슨의 벽을 결국 넘어서 우승반지를 차지했다.

더욱 강렬한 부분은 정규리그에서 준비과정이다. 정규리그에서 전술을 시험해 본 뒤 플레이오프에서 더욱 정교해진 수비를 들고 나온다.

올 시즌 오리온스는 현 시점에서 모비스와 함께 강력한 우승후보 중 하나다. 길렌워터 뿐만 아니라 국내 선수층 자체가 두텁다. 이승현 장재석 허일영 김동욱 이현민 김강선 뿐만 아니라 노련한 임재현과 김도수 등도 포진해 있다. 때문에 오리온스와 모비스가 챔프전 혹은 플레이오프 중요한 길목에서 만날 가능성이 많다. 모비스가 리그 3연패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길렌워터를 막아야 한다. 오리온스 입장에서도 우승반지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모비스의 벽을 넘어야 한다. 때문에 유 감독의 발언은 의미심장하다.


두 팀은 15일 처절한 명승부를 펼쳤다. 연장 2차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모비스가 100대91로 승리했다. 길렌워터는 39득점을 올렸다. 4쿼터까지만 따져도 36득점. 올 시즌 최다득점이다.

유 감독의 첫번째 '실험'은 실패한 것일까.

하지만 좀 더 세심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길렌워터는 올 시즌 15게임을 뛰면서 2점슛 야투율 58.45%, 3점슛 야투율 30.61%를 기록했다. 그런데 모비스 기록지를 보면 2점슛 야투율은 45%(22개시도 10개 성공), 3점슛 성공률은 50%(6개시도 3개 성공), 자유투 성공률 83%(12개 시도 10개 성공)를 기록했다.

3점슛과 자유투 성공률이 높았다는 것은 슛 컨디션이 괜찮았다는 의미. 시즌 평균보다 높았다. 그런데 문제는 2점슛 야투율이 13% 정도 떨어졌다는 점이다.

이유가 있는 하락이다. 이날 두 팀 경기를 자세히 살펴보면 길렌워터의 세밀한 약점과 모비스의 수비가 결합된 결과다.

일단 길렌워터의 약점부터 보자. 그는 시즌 전 오리온스 추일승 감독과 신경전이 있었다. 몸을 제대로 만들어오지 않았다. 적정 몸무게를 유지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즌 돌입에 맞춰 그는 컨디션을 조절했고, 결국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절대적인 기준에서 길렌워터의 비시즌 몸관리는 좋지 않다. 이 부분은 체력적인 부분에 분명히 영향을 준다. 즉, 이승현과 같은 강한 체력을 유지하긴 힘들다. 실제 길렌워터의 경기를 보면 뛰어난 파워와 좋은 공격센스를 가지고 있지만, 코트를 미친듯이 누비면서 '점령'하는 느낌은 아니다. 요소요소에 길목을 잡고 공수를 전개한다. 4쿼터까지 36득점을 올렸지만, 승부처인 1, 2차 연장에서 활약이 떨어진 부분도 체력적인 영향 때문이다.

또 하나, 순간적인 순발력 역시 인상적인 수준은 아니다. 게다가 효율적인 패스가 많이 나오지 않는다. 오리온스의 3연패 도중 '길렌워터 의존증'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고군분투하는 길렌워터에 비해 능력있는 토종선수들이 부진하다는 의미. 그런데 이 원인은 복합적이다. 이승현은 "좀 더 활발한 움직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이 부분이 완전한 해법은 아니다. 길렌워터의 스타일 자체에서 비롯되는 부분이 있기 때문.

모비스는 이날 길렌워터를 많이 괴롭혔다. 문태영과 라틀리프의 2대2 공격이 여러차례 나왔다. 문태영이 스크린을 받은 뒤 공격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오리온스는 길렌워터와 이승현(혹은 장재석)이 바꿔막기를 시도했다. 이 과정에서 길렌워터는 문태영의 슛과 패스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했다. 승부처에서 여러차례 이런 모습이 있었다. 모비스 벤치의 의도적인 작전이었다.

유 감독은 항상 "길렌워터에 줄 점수는 주지만, 국내선수들은 철저히 막아야 한다"고 했다. 패스능력이 뛰어나지 않은 길렌워터의 약점을 지적한 말.

길렌워터의 수비는 복합적인 전술이 사용됐다. 매 쿼터 세밀하게 수비전술이 변화됐다.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3쿼터부터 시작된 더블팀이었다.(2012~2013 시즌 헤인즈 봉쇄 때 방법과 비슷했다)

그가 골밑에 자리를 잡는 순간, 모비스 수비수 중 길렌워터 반대편에 마크맨이 있는 선수는 준비를 한다. 그리고 공을 잡고 드리블을 시작하는 순간 더블팀을 들어온다.(더블팀은 크게 세 가지 타이밍이 있다. 공을 잡는 순간, 잡고 드리블을 치기 직전, 드리블을 시작한 후 등으로 나뉜다. 일선 지도자들은 '원, 투, 스리 카운트'라고 지칭한다)

모비스가 선택할 수 있는 더블팀이었는데, 자칫 어설픈 더블팀은 오리온스에게 외곽포를 허용, 수비 밸런스가 완전히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길렌워터의 감각이 중요한데, 만약 더블팀이 들어오는 상황에서 그의 패스능력이 걸출했다면 이 작전은 그렇게 유용하지 않다. 지난 시즌 LG 제퍼슨은 이같은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결국 모비스는 더블팀을 하면서도 외곽슛 기회를 주지 않았다.

길렌워터는 고립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무리한 공격이 많았다. 결국 2점슛 야투율이 떨어지는 원인이 됐다.

하지만 모비스도 아직 불완전하다. 더블팀의 정확도가 높지 않았다. 타이밍이 미세하게 늦는 경우가 많았는데, 파워가 뛰어난 길렌워터에게 여지없이 골밑 찬스를 허용했다.

즉, 두 팀은 명승부를 펼쳤지만, 모비스도 오리온스도 숙제가 남겨진 경기였다. 지난 2년간 모비스는 남겨진 숙제를 해결한 뒤 플레이오프에 돌입했다.

오리온스의 행보가 중요하다. 길렌워터의 미세한 약점을 어떻게 메울 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시간은 충분하고, 해결가능한 약점들이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슛터치도 부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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