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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의 강렬한 반전, 가드들의 자극제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10-18 09:12


오리온스 이승현의 변신은 놀랍다. 현 프로농구 판에서 매우 신선한 자극이다. 사진제공=KBL

17일 고양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오리온스와 LG의 경기. 이승현은 18득점, 7리바운드, 4어시스트, 3블록슛을 기록했다.

표면적 기록보다 더욱 뛰어났던 것은 팀 공헌도였다. 승부처에서 득점포를 가동시켰다. 치열한 몸싸움과 상대의 맥을 끊는 블록슛과 어시스트가 나왔다. 신인 드래프트 1순위의 진가를 보여주는 장면. 아니, 결코 이승현은 신인답지 않았다.

그가 더욱 강렬한 부분은 계속 진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팀에서 유재학 감독은 이승현에 대해 "농구에 항상 배고픈 아이"라는 극찬을 했다.

정확한 평가로 유명한 유 감독의 이 말 속에는 이승현의 뼈를 깎는 노력에 대한 높은 평가가 있었다. 그가 높은 평가를 받은 것은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 탈락 이후 약점으로 꼽혔던 3점포와 외곽의 수비력을 향상시켰기 때문.

하지만 그는 대표팀에서 최종탈락했다.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에 이어 연이은 탈락이다. 뉴질랜드 전지훈련에서 스몰포워드로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결국 유 감독은 "이승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정말 뽑고 싶었지만, 냉정하게 평가했을 때 대표팀에 승선시키기는 쉽지 않았다"고 했다.

이날 오리온스는 3쿼터 LG의 공수 밸런스를 완전히 파괴시켰다. 이승현 장재석 허일영 등 세 명의 장신 포워드를 동시에 투입하는 빅 라인업으로 상대를 압박했다. 결국 오리온스의 대인방어에 LG는 공격할 수 있는 포인트를 모두 잃어버렸다. 사실 빅 라인업은 약점이 있다. 외곽 수비가 약해지고, 패스가 제대로 돌지 않는다. 독이 될 가능성도 있는 용병술이다. 그러나 이승현은 스몰포워드를 완벽히 소화하면서 매끄러운 연결고리 역할을 완벽하게 해냈다. 올 시즌 오리온스가 가장 최대장점 중 하나다.

경기가 끝난 뒤 이승현에게 '올해 대표팀에 떨어졌을 때 어땠냐'고 물었다. 그는 웃으며 "정말 충격이었는데, 제가 못해서 떨어진 건데 어떡하겠어요"라고 대답했다.

올 시즌 그의 경기력을 보면 달라진 게 있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발전한 부분이 있다. 진천선수촌에서 외곽슛 훈련을 할 때 그의 3점슛 정확도는 향상돼 있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슈팅 타이밍 자체가 조금 느렸다. 공을 잡으면서 올라가는 게 아니라 잡은 뒤 반 박자 늦게 습관적으로 3점포를 던졌다.


이승현은 "매일같이 200~300개를 쐈어요. 지난해 아시아선수권대회 대표팀에서 탈락한 뒤부터 그렇게 했어요. 매일 쏘지 않으면 감각이 살아나지 않더라고요"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실 슛 연습은 이번 대표팀 탈락을 한 뒤부터 더욱 열심히 했어요"라고 덧붙였다. 그만큼 탈락의 충격이 있었다는 얘기다.

올 시즌 네 경기에서 이승현의 3점슛을 자세히 살펴보자. 그는 패스를 받자 마자 곧바로 올라간다. 매우 자연스러우면서도 매끄러운 슛이다. 몇 달 전 진천선수촌에서는 보지 못했던 발전된 모습이다.

그 비결에 대해 묻자 "별다른 비결은 없어요. 그냥 계속해서 연습했는데, 그 부분이 몸에서 자연스럽게 흡수된 것 같아요"라고 설명했다.

매우 인상적인 선수다. 충격적 탈락의 아픔에 좌절하지 않고 자신의 발전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당연히 기량이 발전된 그에게는 태극마크를 달 수 있는 기회가 그만큼 커졌다는 의미다.

또 하나 입증된 부분. 기본기와 테크닉은 단시간 발전하기 힘들다. 하지만 프로선수라도 슛만큼은 뼈를 깎는 연습을 한다면 단기간에 향상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 그런 점에서 김종규의 중거리슛 발전도 마찬가지 의미다.

이 점에서 김선형(SK)과 박찬희(KGC)의 슈팅 테크닉은 좀 아쉽다. 김선형은 스피드, 박찬희는 뛰어난 반사신경과 운동능력을 바탕으로 한 탁월한 수비력을 가지고 있다. 슈팅능력만 보강된다면 아시아권에서는 정상급 가드가 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중국의 주전 포인트가드를 맡았던 궈 아이룬 역시 마찬가지 케이스다.

그들은 기본적으로 3점슛이 부정확하다. 림에서 4~5m 밖에 있는 미드 레인지 슛도 마찬가지다. 강력한 몸싸움을 허용하는 현대농구에서 가드들은 3점포 뿐만 아니라 스크린을 받고 드리블로 수비수를 따돌린 뒤 생기는 찰나의 틈을 중거리포(농구월드컵에서 리투아니아 유스케비셔스가 제대로 보여줬다.)로 공략해야 한다. 필수적인 요소다. 김선형은 초반 3게임에서 평균 8.7득점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에 비해 현격히 낮아진 수치다.

그들의 소속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면 아쉬운 기록이다. 물론 대표팀 차출로 인한 체력적인 부담 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하지만 김선형이 고전하고 있는 가장 큰 이유는 올 시즌 몸싸움의 전면적인 허용으로 인한 슛 찬스의 실종이 가장 크다. 국제대회와 같은 몸싸움을 허용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득점력을 가져가기 위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정확한 3점포와 스크린을 이용한 슈팅 테크닉이 꼭 필요하다. 박찬희도 마찬가지다.

사실 이승현에 대해 프로 데뷔전 평가가 엇갈렸다. 파워포워드로서는 작은 키(1m97)가 가장 큰 문제였다. 파워포워드와 스몰포워드 사이에서 어정쩡한 트위너가 될 수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엄청난 훈련을 통해 자신의 기량을 올렸다. 당연히 그의 가치는 올라간다. 단 1년 만에 3점포를 완벽하게 마스터했다. 그의 변신은 현 프로농구 선수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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