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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AG]실체 드러낸 유재학호 3-2 드롭존, 실전에서 어땠나

류동혁 기자

기사입력 2014-09-18 17:38


화성에서 열린 평가전. 대표팀의 기습적인 트랩 디펜스 장면. 한국 대표팀은 3-2 드롭존을 새롭게 장착, 아시안게임에서 필리핀전에 대비한다. 과연 어떤 의미를 담고 있을까. 그리고 17일 인천에서 열린 평가전 2쿼터에서 어떤 효과를 발휘했을까. 사진제공=KBL

18일 인천 삼산월드체육관에서 열린 남자농구 대표팀과 외국인 연합팀과의 평가전.

가장 강렬한 변화. 2쿼터에 게임을 지배한 한국 대표팀의 3-2 드롭존이었다. 이미 유 감독은 "필리핀전을 대비, 3-2 드롭존을 쓸 계획"이라고 했다.

농구월드컵에서 유재학호의 지역방어는 두 가지였다. 2-3 지역방어와 1-3-1 지역방어였다. 그런데 갑자기 드롭존을 꺼내들었다. 이날 평가전에서 2쿼터 내내 사용했다. 과연 실전에서는 어떤 효과가 있었을까.

3-2 드롭존의 의미

농구월드컵에서 한국은 기본적인 테크닉과 파워의 한계를 절감했다. 기본적인 농구 체질 자체를 바꿔야 세계의 벽을 두드릴 수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한국농구의 무능한 행정은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기본적인 기술과 파워가 많이 떨어지는 선수단에게도 비판의 목소리가 있다. 세계의 벽에 대한 무력감이 '한국남자 농구의 한계'로 표현되는 상황. 농구팬의 이런 지적은 100% 올바르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농구가 시급히 개선해야 할 문제는 기본적인 파워와 테크닉을 갖추는 시스템을 갖추는 일이다. 장, 단기적으로 꼭 필요하다.

그런데 아시안게임이 코 앞이다. 안방에서 열리는 대회에서 일단 성적에 모든 초점을 맞춰야 한다. 결국 고심 끝에 유 감독은 3-2 드롭존을 꺼내들었다.

이유가 있다. 농구월드컵에서 준비한 1-3-1 지역방어는 '압박과 역습'이라는 유재학호의 컨셉트를 대표하는 전술. 하지만 근본적인 기술과 파워의 한계 앞에서 무용지물이 됐다. 또 하나, 1-3-1 지역방어를 쉽게 쓸 수 없는 대표팀의 딜레마가 있다. 이 전술은 매우 높은 숙련도가 필요하다.


보통 로 포스트(골밑)에 기동력 좋은 파워포워드를 배치, 좌우 코너까지 커버하는 공격적 존 디펜스. 하지만 유 감독은 하이 포스트(자유투 라인)에 스피드가 뛰어난 가드가 좌우 코너에 디펜스를 하는 변형을 가했다. 문제는 숙련도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게다가 하이 포스트에 배치될 마땅한 가드가 없었다. 스피드와 센스를 동시에 갖춰야하는 자리. 대표팀에 마땅한 선수가 없었다.

때문에 유 감독은 3-2 드롭존을 가져왔다. 유 감독은 "2-3 지역방어의 경우 이란과 중국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카드다. 하지만 앞선의 거리가 멀어 필리핀전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했다.

앞선에 2명이 배치되는 2-3 지역방어는 상대적으로 앞선의 수비벽이 헐겁다. 테크닉과 스피드가 뛰어난 필리핀 가드진을 완전히 봉쇄하기는 적합하지 않은 디펜스 전술이다.

실전에서 어떤 모습이었나

실전에서 드롭존의 영향을 살펴보기 위해 일단 개념 정리부터 하자.

앞선에 3명, 뒷선에 2명에 배치되는 3-2 지역방어. 드롭존은 앞선 3명 중 1명이 기습적으로 골밑까지 내려와 도움 수비를 주는 형태를 의미한다. 사실 3-2 드롭존은 공식용어는 아니다. 농구에서 '드롭(drop)'이란 의미는 외곽에서 골밑으로 떨어진다는 뜻. 결국 3-2 지역방어에서 외곽의 수비수 1명이 골밑으로 내려와 도움을 준다는 의미. 국내에서 많이 사용하는 3-2 드롭존은 중앙에 기동력이 뛰어난 파워포워드를 배치, 골밑으로 기습적인 더블팀을 가하는 포메이션이다. 동부산성을 쌓았던 3년 전 김주성이 그 역할을 했다.

이날 2쿼터 초반 오세근이 외곽 중앙에 배치됐다. 기습적인 수비 변형에 외국인 선수 연합팀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두 차례의 스틸이 모두 속공으로 연결됐다. 3-2 드롭존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가 속공 연결이 용이하다는 점이다.

문제는 앞선 중앙에 위치한 빅맨이 전체적으로 수비를 조율해야 한다는 점. 유재학 감독은 "김주성 뿐만 아니라 이종현 오세근 등도 3-2 드롭존에 잘 적응하고 있다"고 했다.

이 부분은 고무적이다. 3-2 드롭존의 약점 중 하나는 앞선 중앙에 배치된 빅맨의 체력소모가 극심한다는 점이다. 때문에 활용한 자원이 많다는 점은 체력적인 부담을 나눠질 수 있다는 의미.

실제 이날 2쿼터 초반에는 오세근, 후반에는 이종현이 그 역할을 했다. 2쿼터 내내 외국인 선수 연합팀은 효과적으로 3-2 드롭존을 파훼하지 못했다. 즉, 공격의 조직력이 떨어질 경우 대처가 쉽지 않다는 의미.

하지만 약점도 있었다. 3-2 드롭존은 외곽에 많은 찬스를 내준다. 제대로 된 패스가 연결되면, 3점슛 라인 밖 정면과 45도 지점에 찬스가 난다. 중앙의 빅맨이 골밑에 헬프 수비가 들어가면서 생기는 필연적인 약점. 결국 이 전술은 승부처에서 한시적으로 쓸 수밖에 없다. 필리핀전에서는 유효할 가능성이 높다. 필리핀 가드들은 테크닉이 뛰어나다. 하지만 패스게임에 특화된 가드들이 아니다. 센터진과 2대2, 골밑 돌파와 3점포에 능한 선수들이 많다. 즉, 효율적인 패스게임을 하지 못한다면 무리한 3점슛이나 골밑돌파를 할 공산이 크다는 얘기다.

아시안게임에서 꺼내든 대표팀의 3-2 드롭존. 과연 실전에서는 어떤 효과를 발휘할까. 인천=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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