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냉정하게 경기 전체를 단 한 마디로 평가해 보자.
농구월드컵이 열리기 전 가장 우려스러웠던 부분이 있었다.
한국이 앙골라와 '첫 경기'를 펼친다는 점이었다. 한국의 준비부족이 스케줄과 결합된 걱정이었다.
8월19일 삼성과의 경기가 유일했다. 이때 대표팀의 경기력은 매우 좋지 않았다. 그동안 갈고 닦았던 압박수비와 외곽의 패턴 플레이가 많이 무뎌져 있었다. 유재학 감독은 압박과 역습이라는 정확한 컨셉트를 잡고, 12명의 선수를 풀가동한다는 계획을 잡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확실한 수비 조직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그동안 한국 대표팀은 실제 그런 모습을 보여왔다.
'준비부족'은 정확히 말하면 실전의 부족에 따른 경기감각의 저하였다.
그런 점에서 앙골라와의 '첫 경기'는 확실히 우려스러웠다. 감각이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1승 제물'과 결전을 펼친다는 것. 객관적인 전력에서 떨어지는 한국이 조직력이 부족한 상태에서 경기를 치른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게다가 월드컵은 한국 대표팀으로서는 너무나 생소한 경험.
우려는 현실로 드러났다. 한국은 전반에 최악의 경기를 보였다.
공수에서 모두 그랬다. 공격을 너무 빨랐다. 유재학 감독이 "코트 밸런스가 전혀 잡히지 않았다"고 했다.
공은 외곽으로 돌다가 그대로 슛으로 연결됐다. 성공률이 극히 낮은 방법이다. 가장 이상적인 방법은 내외곽으로 공이 유기적으로 돌면서, 모든 선수들이 공을 잡은 뒤 오픈 찬스에서 슛을 던지는 것이다. 특히 큰 경기에서 코트 밸런스를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시간이 흐를수록 팀 자체의 조직력을 향상시키고, 선수들의 감각을 빠르게 복원시키는 보이지 않는 효과를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하지만 경기 초반 공을 잡은 선수는 일부에 불과했다. 슛 셀렉션 자체가 극히 나빴다. 결국 앙골라에게 분위기를 계속 내줬다.
한국의 골밑은 원래 약하다. 앙골라도 그리 강하지 않았지만, 아프리카 선수 특유의 탄력으로 골밑을 장악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한국이 앙골라를 압도할 수 있는 부분은 없었다.
앙골라도 좋지 않았다. 전반 많은 허점을 노출했다. 많이 흔들렸다. 앙골라가 흔들린 이유는 에이스 카를로스 모라이스가 부상으로 전열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앙골라는 2쿼터 올림피오 시프리아노를 중심으로 공격의 짜임새를 구축하기 시작했다.
즉, 한국의 준비부족과 에이스가 빠진 앙골라의 혼란함이 겹쳐지면서 전반은 두 팀 모두 극히 부진한 경기력을 보였다. 그 와중에 주도권을 잡은 팀은 높이와 스피드에서 앞선 앙골라였다.
사실 이 부분은 한국 입장에서는 매우 뼈아프다. 골밑이 약한 한국은 전력 자체가 가장 약한 편이다. 공략해야 할 부분은 상대팀의 허점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상대의 수비를 정교한 패턴으로 공략하고, 기습적인 트랩디펜스와 풀코트 프레스로 상대를 당황하게 했어야 했다. 유재학 감독이 의도했고, 확실하게 준비했던 부분이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수비에서 타이밍이 계속 반 박자 느렸다. 골밑에서 더블팀과 거기에 따른 로테이션의 완성도는 조금씩 떨어졌다. 결국 승부처에서 앙골라에게 분위기를 내주는 외곽포를 허용했다.
예상보다 앙골라의 전력은 약했다. 아프리카 선수권대회에서 보여준 경기력보다 많이 떨어져 보였다. 경기 중간중간 한국의 기습적인 디펜스에 당황하는 모습도 많았다. 한국이 충분히 잡을 수 있는 수준이었다.
한국은 3쿼터 종료 직전 양동근의 3점 버저비터로 48-52까지 추격했다. 유재학 감독은 "철저한 체력전으로 4쿼터 승부를 건다"고 게임 플랜을 말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은 4쿼터 반격하지 못했다. 전반전 워낙 많은 점수 차때문에 3쿼터 체력을 너무 많이 소진했기 때문이다.
결국 앙골라와의 1차전은 전력의 차이가 아닌 준비 부족으로 인해 패했다. 더욱 뼈아픈 부분은 앙골라전 패배가 한국의 월드컵 일정 자체를 좌지우지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최상 시나리오. 앙골라를 잡으면서 분위기를 업그레이드시키고, 멕시코까지 도전한다는 플랜이다. 나머지 팀들(호주, 슬로베니아, 리투아니아)는 객관적인 전력에서 많이 차이가 난다. 그런데 경기감각이 채 갖춰지지 않은 1차전에서 앙골라를 만났다. 결국 아쉽게 패했다.
한국은 원래 이틀 전 스페인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대표팀 코칭스태프의 강력한 요청에 의한 5일 전 출국을 앞당겼다. 이 와중에 KBL 신임 김영기 총재는 프로농구 다음 시즌 규정변화에 집중했다.(변화된 규정들은 대부분 시즌 흥미를 높힐 수 있는 가능성이 높은 규정이다. 그런 변화에 대해 비판할 순 없다.) 하지만 그는 '국제경쟁력을 위해 국가대표 지원 시스템에 대한 계획은 없나'라는 질문에 "아직 거기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다. 계속 지원은 하고 있지만 장기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고 했다. 농구 고위 수뇌부들이 국제경쟁력을 보는 시각이다. KBL 뿐만 이날 KBA(대한농구협회)도 마찬가지다. 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