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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학-전창진, 두 명장의 흥미로웠던 지략 대결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11-06 20:42



유재학과 전창진, 두 명장이 펼친 지략대결이 흥미로운 한판이었다.

모비스와 KT는 6일 울산동천체육관에서 단독 2위 자리를 놓고 한판 승부를 벌였다. 이날 경기 전까지 양팀 모두 7승3패를 기록하며 나란히 2위에 자리하고 있었다.

순위는 같았지만 객관적 전력은 누가봐도 모비스가 앞섰다. 농구는 기본적으로 높이에 의해 좌우되는 스포츠. 로드 벤슨, 리카르도 라틀리프, 함지훈의 막강한 센터진을 보유한 모비스에 비하면 KT의 골밑은 초라했다. 앤서니 리처드슨과 아이라 클라크는 모두 외곽 공격 위주의 플레이어. 그렇다고 토종 빅맨인 장재석과 민성주가 함지훈보다 낫다고 보기에도 무리였다.

KT 전창진 감독은 경기 전 작심한 듯 얘기를 꺼냈다. "아예 스몰라인업으로 팀을 꾸릴 것이다"이라는 의외의 코멘트였다. 어차피 높이 위주의 멤버를 꾸린다 해도 모비스와 대적할 수 없다는 것을 전 감독은 알고 있었다. 때문에, KT의 강점인 외곽 공격을 확실하게 살린다는 의도였다. KT가 시즌 초반 의외의 선전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조성민, 리처드슨, 오용준 등의 외곽포가 대폭발한 힘이 컸다.

그렇다고 무조건 슛이 터지기 만을 바란게 아니었다. 비장의 카드를 들고나왔다. 전 감독은 "외곽슛은 한계가 있다. 우리가 넣을 점수는 정해져있다. 무조건 수비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말했다. 작은 선수들이 상대코트부터 압박수비를 펼쳤고, 극단적인 지역방어로 상대의 골밑 공격을 막아냈다. 앞선에 3명, 뒷선에 2명의 선수가 스되, 상대 센터가 골밑에서 공을 잡으면 나머지 밑선 수비수까지 적극적으로 도움수비에 들어왔다. 상대 외곽 공격 대비에는 소홀할 수밖에 없는 극단적인 전술이었다.


그런데 이 생소한 수비에 모비스 선수들이 당황했다. 무리하게 골밑을 파고들다 연거푸 공격 찬스를 살리지 못했고, 선수들이 자신감을 잃은 모습이었다.

그 사이 KT 선수들의 외곽슛은 야금야금 터졌다. 2쿼터 종료시까지 스코어가 31-30 모비스의 1점 리드. 골밑슛은 70%, 외곽슛은 30%의 확률이라고 했을 때 확실히 KT의 의도대로 경기가 풀렸음을 의미하는 스코어였다.

3쿼터 역시 모비스가 좀처럼 실마리를 풀지 못하며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하지만 3쿼터 막판 경기 흐름이 급격하게 무너지기 시작했다. 작은 키로 힘겹게 수비를 하던 KT 선수들의 집중력이 한순간 떨어지고 만 것. 특히 만수 유재학 감독의 역발상이 빛이 났다. 모비스 선수들은 3쿼터 막판부터 무리하게 골밑을 들어가지 않고 수비수들을 안으로 모은 뒤 외곽 선수들에게 찬스를 만들어줬다. 3쿼터 막판 함지훈과 양동근이 쉬운 미들슛을 성공시키며 52-45로 점수가 벌어졌다.


4쿼터에는 모비스의 외곽슛이 대폭발했다. 박종천과 이대성이 3점슛 3개를 합작해냈다. 3방의 3점포를 얻어맞은 KT의 수비는 봉인해제됐다. 라틀리프가 골밑을 휘저으며 순식간에 점수차가 20점 이상으로 벌어졌다.

전 감독의 과감한 작전이 통할 뻔 했다. 하지만 만수 유 감독도 가만히 있을리 없었다.


울산=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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