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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근 "잘나가는 선형이가 내 승부근성 자극"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13-02-07 07:22


◇오세근이 재활훈련 도중 휴식시간이 주어지자 V자 포즈를 취하며 밝게 웃고 있다.
  평창=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KGC의 '괴물' 오세근. 괴물이란 별명에 어울리지 않게 그는 최근 외롭다. 발목수술을 받은 후 강원도 평창 휘닉스파크에 위치한 JDI 재활센터에서 3주째 홀로 재활훈련 중이다. 안양에서 인근으로 출퇴근하며 재활을 할 수도 있었지만 본인 스스로 평창행을 선택했다. 집중을 위해서다. 오세근은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성격인 나도 지칠 정도다. 운동 뿐 아니라 밥도 혼자 먹고, 잠도 혼자 자야한다"며 재활 과정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즐겁게 스키를 즐기는 사람들이 눈앞에 보이지만 다른 세상의 사람들일 뿐이다. 오세근은 "이번 시즌이 될지, 다음 시즌이 될지 모르겠지만 코트에 설 날을 생각하며 꾹 참는다"고 말했다.

아침 9시부터 밤 10시까지 이어지는 맹훈

오세근은 이번 시즌을 앞두고 일본에서 오른쪽 발목 수술을 받았다. 뒷꿈치 부근에 가장 굵은 인대인 아킬레스건 안쪽에 위치한, 두 번째로 굵은 인대인 후경골근건이 끊어졌다. 처음에는 봉합을 위한 수술이었지만, 예상보다 부상 상황이 심각해 허벅지 부위의 인대를 옮겨 심는 대수술이 돼버렸다. 오세근은 "집도의가 수많은 수술을 해봤지만 후경골근건 절단 사례는 처음 봤다고 하더라. 그만큼 보기드문 부상이었다"며 안타까워 했다.

오세근의 발을 직접 보니 발목의 붓기가 계속해서 빠지지 않고 있었다. 발 안쪽에 길게 이어진 수술 자국도 눈에 선명했다. 오세근은 "수술 후 발바닥 아치 모양이 무너지며 발 모양이 전체적으로 변하고 있다. 발이 땅에 닿을 때 평소와 다른 곳으로 하중이 전달돼 불편하다"고 했다. 오는 18일 일본으로 넘어가 이에 대한 정밀 검진을 받을 예정이다.

하지만 재활을 게을리 할 수는 없다. 3주째 하루도 빠지지 않고 훈련 중이라고 했다. 오전 8시 반 기상한다. 9시 얼음찜질과 워밍업을 한다. 10시부터 2시간 동안 재활훈련에 들어간다. 지루한 훈련이다. 발가락 하나하나를 움직이는 단순한 훈련도 있다. 하지만 꼭 필요한 훈련이기에 대충하는 법이 없다. 점심식사 후 2시부터 6시까지 훈련이 이어진다. 저녁 8시부터 2시간 동안은 웨이트트레이닝 시간이다. 이 모든 과정을 혼자 한다. 오세근은 "호텔 식사가 너무 지겹다. 오랜만에 사람들이 많으니 김치찌개를 먹으러 가자"며 활짝 웃었다.


◇오세근(왼쪽)이 트레이너의 도움을 받아 하체 근력을 강화시키는 운동을 하고 있다.
 평창=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감독은 "이번 시즌 오세근 투입 없다"고 하는데…본인의 생각은?

KGC 이상범 감독은 일찌감치 "이번 시즌 우리 팀이 플레이오프에 오른다 해도 오세근을 투입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유가 있었다. 사실 이 감독도 오세근의 재활 상황을 봐서 시즌 막판 투입을 고려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해 말 일본에서 오세근의 수술을 집도한 주치의를 만난 후 생각을 접었다고 한다. 이 감독은 "'한국을 이끌어갈 선수면 무리시키지 말라'는 주치의의 말에 나도 마음을 비웠다"고 했다. 아끼는 제자가 자신의 욕심 때문에 더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었다.

오세근은 "감독님께서 그렇게까지 단호하게 말씀하실지 몰랐다. 솔직히 당황스러웠다"면서도 "한편으로는 배려해주시는 마음에 너무 감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욕심이 많은 오세근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곧바로 "그런데 그 이후로 운동을 더욱 열심히 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며 웃었다. 은연 중 기회가 된다면 팀을 위해 코트에 나서고 싶은 마음을 드러낸 것이다. 그는 "너무 뛰고 싶다. 처음 농구공을 만지고 첫 시합 출전을 기다릴 때보다 더 코트에 서고 싶다"고 했다. 실제, 오세근의 SNS 소개글도 '농구하고 싶다'다. 훈련 후 잠이 오지 않으면 지난 시즌 게임 영상을 보며 뛰고 싶은 마음을 억누른다고 한다.


물론, 완전히 회복됐다는 판정을 받는다는 가정 하에서다. 본인 스스로 "코트에서 소극적으로 플레이 하지 않으려면 완벽하게 재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자신이 합류한다고 해서 크게 달라질 건 없다고 생각한다. 오세근은 "현재 몸상태로만 봤을 때는 냉정하게 이번 시즌 출전이 힘들 수도 있다고 본다. 3개월째 공을 만지지 못했다.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도 단시간에 맞춰지는게 아니다. 선배들은 '네가 오면 훨씬 나을 것'이라고 말씀해 주시지만 오히려 해가 될 것 같아 걱정이 앞선다"라고 밝혔다. "답답한 마음에 경기를 보지 않다가 얼마 전부터 챙겨보기 시작했다"는 그는 "초반 동료들이 줄부상을 당할 때는 마음이 찢어졌다. 하지만 지금은 팀이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지금 멤버로도 4강은 충분하다. 챔피언결정전에 오른다면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지난 시즌 우리의 우승을 예측한 사람이 누가 있었는가"라고 말했다.

"잘나가는 선형이가 내 승부근성을 자극한다."

오세근 하면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한 선수가 있다. SK 가드 김선형이다.

두 사람의 스토리가 재밌다. 지난 시즌 프로농구판은 오세근 천하였다. 김선형도 신인으로 나름 선전했지만 신인상과 챔피언결정전 MVP, 스포츠토토 한국농구대상을 휩쓴 오세근의 기세에 빛이 바라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시즌 오세근이 자리를 비운 사이 김선형은 프로농구 최고의 스타로 거듭났다. 오세근은 "선형이가 잘나가는 모습을 보면 배가 아프기도 하다"며 웃고 말았다.

오세근에게 "지금 당장 코트에 나간다면 꼭 맞대결을 펼치고 싶은 선수가 누군가"라는 질문을 던졌다. 1초의 망설임도 없이 "김선형"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오세근은 "선형이가 내 승부근성을 자극한다"며 "포지션은 다르지만 우리는 선의의 라이벌이라고 생각한다. 선형이가 잘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도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라이벌 이전, 두 사람은 중앙대 동기동창이다. 오세근이 1살 형이기는 하지만 그 누구보다 절친한 사이다. 오세근은 "자주 연락한다. 요즘에는 선형이가 '마음 편히 재활하라'며 격려를 많이 해준다. 내가 처한 상황을 알아서 그런지 말을 아끼기도 하지만 고맙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세근은 2013~2014 시즌을 치른 후 군에 입대할 예정이다. 김선형도 같은 시기에 입대를 할 가능성이 높다. 다시 말해, 다음 시즌이 군입대 전 두 사람이 맞대결을 벌일 마지막 시즌이 된다는 뜻이다. 현재까지 스코어는 1대1. 벌써부터 다음 시즌 두 사람의 뜨거운 맞대결이 기대되는 것은 왜일까.


평창=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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