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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 전창진, 서장훈도 예외없었다

최만식 기자

기사입력 2012-10-05 03:18 | 최종수정 2012-10-05 06:36


프로농구 KT의 전창진 감독은 시즌 개막이 다가올수록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올시즌 6강도 힘들 것이라는 주변의 평가를 어떻게 딛고 일어설지 관심이 모아진다. 스포츠조선 DB



"서장훈도 예외없던데요."

2012∼2013시즌 개막을 앞둔 요즘 프로농구판에서 회자되는 KT의 특이(?)사건이 있다.

이른바 '전창진 감독의 서장훈 호통 사건'이다.

KT는 지난달 25, 26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톡의 스파르타크 프리모레팀을 초청해 친선 연습경기를 치렀다.

경기 도중 서장훈이 상대 선수와 몸싸움을 하다가 상대 선수가 휘두른 팔꿈치에 맞자 순간적으로 발끈했다.

그러자 경기를 지휘하던 전 감독이 서장훈에게 버럭 호통을 쳤다. 구단 관계자와 선수 등 경기를 보던 사람들 모두 움찔할 정도로 강도가 셌다고 한다.

상대 선수의 신경전에 흥분하지 말고 경기에 집중하라는 메시지였다. 이에 서장훈은 금세 고개를 숙이며 흥분을 가라앉혔다고 한다.

서장훈은 올시즌 최고령(38세) 선수로 KT에서 마지막 시즌을 뛴 뒤 은퇴할 계획을 갖고 있는 현역 최고의 거목이다.


이런 서장훈에게도 호통을 치는 '호랑이' 전 감독의 카리스마가 화제에 오른 것이다. 한 관계자는 "그동안 많은 경기를 봤지만 천하의 서장훈에게 대놓고 호통치는 감독은 처음 봤다"고 했다.

어린 후배 선수들에게 본보기가 되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서장훈이라고 예외는 없었던 것이다.

이처럼 무서운 '호랑이'도 다가오는 시즌을 생각하면 나약한 사슴이 되고 만다. 훈련 중에 호통 소리가 점차 높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도 그럴 것이 올시즌 KT의 객관적인 전력은 6강에 들기도 힘들 것으로 분류되고 있다. 시즌은 코 앞으로 다가왔지만 악재만 겹쳐있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이후 포워드 박상오와 김영환이 다른 팀으로 빠져나가고, 베테랑 포인트 가드 표명일이 은퇴하면서 국내 선수층이 크게 약화됐다.

포인트 가드 대안으로 LG에서 뛰던 김현중을 영입했지만 일본 전지훈련을 거치는 과정에서 팀 조직력 적응에 더딘 모습을 드러냈다.

김현중 뿐만 아니라 서장훈 오용준 민성주 등 다른 팀에서 영입된 선수들이 기존 선수들과의 호흡을 제대로 갖추지 못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팀의 에이스인 조성민은 골반 부상으로 인해 전지훈련에 함께 하지 못했다.

게다가 외국인 선수 복도 없다. 외국인 선수 드래프트때 선발했던 브랜든 코스트너가 정강이 부상을 하는 바람에 제스퍼 존슨으로 교체하면서 전 감독의 당초 구상에 엇박자가 났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1라운드 7순위로 선택한 대리언 타운스는 기대 이하의 기량으로 다른 팀에서 만만하게 보는 용병이 됐다.

지난 러시아팀과의 연습경기에서는 선수들 대부분이 체력적으로 부실한 문제점까지 드러냈다. 움직임이 많은 농구를 추구하는 전 감독으로서는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다.

전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이처럼 약한 전력으로 시즌을 맞는 것은 처음이라는 게 주변의 평가다. 전 감독은 "주변에서 우리가 6강 플레이오프에 진출하기 힘들 것이라고 하는데 자존심은 상하지만 어쩔 수 없는 현실 아니겠냐"며 풀죽은 목소리를 냈다.

시즌 개막이 다가올수록 답답한 나머지 호통이 높아져 가고, 코트 밖에서는 갖가지 고민 때문에 기가 죽어 있는 전 감독. 승부사인 그가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갈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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