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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5회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컸습니다. 끝까지 막고 싶었어요."
키움 히어로즈는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전에서 장단 21안타를 몰아치며 17대10으로 승리, 개막 3연패 후 귀중한 첫 승을 따냈다.
이날 주목을 받은 건 신인드래프트 '전체 1순위' 투수 정현우. 데뷔전을 치렀다. '완성형 좌완'이라는 평가 속에, 19세 어린 선수가 위기 상황서 어떤 투구를 펼칠까 궁금했는데 승리 투수가 됐으니 그걸로 만족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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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팀이 11-4로 앞서고 있었다. 1이닝만 버티면 데뷔전 승리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그 1승이 뭐가 중요하냐, 다음에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할 수 있지만 당사자들의 마음은 또 다르다. 이 1승으로 선수는 자신감을 얻을 수 있고, 내년 연봉이 대폭 뛰어오를 수도 있는 것이다. 기회가 왔을 때는, 잡고 싶은 마음이 크다. 사실 어떻게든 이기려 정현우를 마운드에 뒀다는 건 맞는 말이 아니다. 점수차가 컸기에 구위 좋은 불펜이 나와 이닝을 끝내주는 게 팀적으로는 더 나을 뻔 했다. 홍 감독이 '혹사' 논란을 정면 돌파 한 것은 오로지 정현우 개인의 결실을 맺게 해주기 위함이었다.
홍 감독도 투구수가 122개까지 늘어날 거라 예상은 못했을 것이다. 점수차가 크니 힘을 빼고 맞혀 잡는 피칭으로 110개 이내에서 이닝을 끝내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구위가 떨어진 정현우가 안타, 볼넷을 내주며 힘겨운 싸움을 했다. 교체 타이밍을 잡아야 하는게 너무 어려운 순간이었다. 승리 요건을 눈앞에 둔 막내 투수를 매정하게 교체해버리면 그걸로 '마지막까지 고생한 어린 선수에게 가혹한 결정이었다'며 또 다른 후폭풍이 생길 수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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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현우도 "4회 끝나고 다음 이닝만 기다렸다. 점수차가 워낙 커 5회까지 책임지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 끝까지 막고 싶었다"고 당시 상황은 설명했다. 이어 "고등학교 때 105개까지 던졌다. 오늘은 경기 중간 팔을 풀지 않고, 마운드에서만 공을 던져 크게 문제는 없었다.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지만 만약 내가 선택할 수 있었다면 나는 5회에 무조건 올라갔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제 중요한 건, 다음 등판까지의 컨디션 관리다. 난생 처음, 전력을 다해 많은 공을 던졌기에 온 몸이 뻐근할 상황이다. 휴식일을 늘리든, 다음 등판 투구수를 제한하든 후속 조치가 잘 이뤄져야 정현우의 데뷔 시즌이 순조롭게 풀릴 수 있다.
광주=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