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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1m88 큰 키에서 내리꽂는 각도큰 직구, 미소띤 표정과 여유, 시원시원한 투구패턴, 구석구석 찔러넣는 제구력까지.
무엇보다 개막시리즈 2연패의 울분에 가득 찼던 김태형 감독을 웃게 한 호투였다.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활용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피지컬이 좋은데다 릴리스포인트가 워낙 높다보니 공이 나오는 궤적이 상당히 좋다. 저 높이에서 150㎞ 직구부터 다양한 변화구까지 나오니 타자 입장에서 상대하기 어렵다"며 혀를 내둘렀다.
ABS(자동볼판정시스템)의 낮아진 존을 효과적으로 공략하는 제구력도 인상적이었다. 최고 148㎞ 직구(18개), 140㎞를 상회하는 슬라이더(44개)에 포크볼(15개) 스위퍼(8개) 커브(4개)로 이어지는 느린 변화구 조합이 절묘했다. 커브와 포크볼이 타자들의 시선을 흔들었고, 잠시 긴장이 느슨해졌다 싶으면 여지없이 빠른공이 꽂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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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슨은 1회말 첫 타자 최지훈에게 볼넷을 내줬지만, 다음타자 정준재의 투수 땅볼을 유도해냈다. 이후 1루 견제가 빠지는 실책이 있었지만, 박성한을 삼진, 에레디아를 우익수 뜬공처리하며 첫 이닝을 마쳤다.
마운드에 적응한 데이비슨은 2회 3자범퇴로 기세를 올렸다. 최고 148㎞ 직구에 슬라이더와 포크를 섞어 던지며 오태곤 이지영을 땅볼, 고명준을 삼진으로 순식간에 돌려세웠다.
3회에는 아차 하는 순간 한방을 허용했다. 1사 후 하재훈을 상대로도 볼카운트 0B2S로 몰아붙이고 있었다. 직구만 잔뜩 노리고 있던 하재훈은 한복판으로 쏠린 148㎞ 직구를 놓치지 않고 제대로 잡아당겼고, 그대로 왼쪽 담장을 넘기는 동점포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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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투수 쪽으로 향하는 타구가 많았던 이날, 민첩하게 대처하는 모습은 '제5의 내야수'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을 정도였다.
4~5회는 모두 3자범퇴, 6회에는 박성한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큰 위기 없이 넘겼다. 7회에도 선두타자 오태곤에게 볼넷을 허용했고, 희생번트와 폭투로 2사 3루가 됐지만, 앞서 홈런을 허용했던 하재훈을 상대로 망설임없는 승부로 3루 땅볼을 유도, 이닝을 끝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건 경기 진행 속도였다. 5회까지 데이비슨의 투구수는 56개에 불과했다. 6~7회 다소 투구수가 늘어났지만, 그래도 89개로 7회를 마쳤다. 7회말을 끝났을 때 경기 시간은 1시간49분에 불과했다.
오른손타자의 몸쪽을 대각선으로 찌르는 변화구가 강렬했다. 초구부터 스트라이크를 잡아가며 능동적으로 타자를 상대하는 모습도 인상적이었다.
김태균 해설위원은 "직구와 슬라이더가 거의 동일한 위치에서 나온다. 피치터널이 굉장히 잘돼있다. 또 다양한 변화구도 갖췄는데, 빠른공 느린 변화구 섞어가는 레퍼토리가 굉장히 좋다. 피칭디자인이 워낙 잘돼있어 타자 입장에선 굉장히 위력적으로 느껴질 것"이라고 감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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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후 데이비슨은 "지난 주말 결과가 좋지 않았다. 오늘 승리하는데 도움이 되고 싶었다. 휴식일인 어제 상대팀의 타자 공략법을 포수와 함께 분석을 했던 것이 첫 등판에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고 돌아봤다.
이어 "'아웃 카운트를 늘이는데 초점을 맞추자'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했다. 슬라이더와 포크볼이 경기 운영에 좋은 역할을 했고, 투구수 조절에 큰 도움이 됐다"고 덧붙였다.
"오늘은 시즌의 첫 등판에 불과하다. 앞으로 꾸준히 노력해 KBO리그에 적응하고, 팀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인천=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