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던 탱구 맞아?' 괴력 선발에 홀로 8구, 10구 '대혈투'...1번 자리가 사람 만드네 [수원 현장]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5-03-22 22:52 | 최종수정 2025-03-23 08:07


'우리가 알던 탱구 맞아?' 괴력 선발에 홀로 8구, 10구 '대혈투'.…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

[수원=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개막전 역전승보다 기쁜, 리드오프 김태연의 활약.

한화 이글스 김경문 감독은 22일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KT 위즈와의 2025 시즌 개막전을 앞두고 외야, 1번 경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타율 2할9푼1리 12홈런 61타점을 기록한 김태연이 1번-좌익수로 낙점을 받았다. 김 감독은 "나는 정할 때까지 많은 고민을 하지만, 한 번 정하면 잘 바꾸지 않는다"고 말하며 "김태연은 싸울 줄 안다. 현재 가장 좋다. 왼쪽, 오른쪽 투수 가리지 않고 칠 수 있다"고 믿음을 보냈다.

사실 지난 시즌 김태연의 성적이라면, 다른 외야 경쟁자들보다 압도적 우위였다. 하지만 김 감독은 호주 스프링캠프에서부터 김태연에 대해 "우선권은 없다. 경쟁"이라고 잘라말했다. 오히려 김태연 외 다른 선수들의 가능성을 더 자주 언급했다.


'우리가 알던 탱구 맞아?' 괴력 선발에 홀로 8구, 10구 '대혈투'.…
17일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시범경기 한화와 삼성의 경기. 1회말 한화 김태연이 삼성 백정현을 상대로 선제 솔로홈런을 날렸다. 하이파이브를 나누고 있는 김태연. 대전=송정헌 기자songs@sportschosun.com/2025.03.17/
이게 김태연의 승부 본능을 자극했던 것일까. 시범경기 4할 맹타를 휘둘렀다. 정규시즌은 아니지만 대전한화생명볼파크 개장 첫 홈런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그렇게 김 감독의 눈도장을 확실히 찍었다.

그런데 1번에까지 배치할 줄은 몰랐다. 장타력은 늘 인정받았지만, 정교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스윙이 공격적이지만, 컨택트 능력이 월등하다거나 출루율이 높은 스타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김 감독의 촉은 확실했다. 살 떨리는 첫 타석. 원정팀이니 경기 처음을 장식하는 선수였다. KT 선발 헤이수스의 구위가 워낙 위력적이라 어려울 게 뻔한 싸움. 하지만 김태연은 1B2S 불리한 상황서 연거푸 볼 2개를 골라내고, 풀카운트에서 2번이나 커트를 해냈다. 중견수 플라이로 물러났지만 시작부터 무려 8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 힘을 뺌은 물론, 뒤에서 대기하는 동료들이 헤이수스의 공을 충분히 볼 수 있게 도왔다. 1번타자로서의 좋은 역할이었다.


'우리가 알던 탱구 맞아?' 괴력 선발에 홀로 8구, 10구 '대혈투'.…
22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T의 개막전. 3회초 2사 2루 김태연이 1타점 적시타를 치고 있다. 수원=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5..3.22/
3회 두 번째 타석. 또 끈질겼다. 2S으로 밀렸지만, 풀카운트로 다시 몰고갔고 커트 싸움으로 10구까지 던지게 했다. 여기에 0-2서 1-2로 따라가는 추격의 적시타까지 기록했다. 빗맞은 타구가 좌중간에 떨어지며 행운의 적시타로 연결됐는데, 그 타점보다 중요했던 건 압도적인 피칭을 하던 헤이수스에게 10개의 공을 던지게 했다는 것이었다. 그 중간 괴력의 파울 홈런으로 잠깐 설레게 한 건 보너스.


역전의 7회, 네 번째 타석에서는 점수에 직접 관여하지는 못했지만 사구로 다시 한 번 출루에 성공했다. 멀티 출루.

한화가 패했다면 모를까, 4대3 극적 역전승을 거뒀기에 리드오프 김태연의 활약은 충분히 가치가 있었다. 이날 FA 이적생 심우준이 결승타를 쳐 그쪽으로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쏠렸지만, 마치 1번타자가 되기 위한 맞춤형 과외를 한 것과 같은 김태연의 변신도 충분히 주목을 받을만한 체크 포인트였다. 이날 헤이수스는 안타, 볼넷 각 2개씩만 허용하는 압도적인 피칭을 했다. 삼진 7개. 김 감독이 야심차게 출전시킨 문현빈, 임종찬 등이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다. 모든 한화 타자들이 애를 먹는 가운데, 김태연마저 없었다면 이날 역전승은 꿈으로만 남을 일이었을지 모른다.


수원=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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