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미지명? 난 태생이 키움" 19세 신인 거포의 '고향 개막전' 선전포고 "이를 갈고 준비하겠다" [고척 현장]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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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입력 2025-03-19 00:45


"삼성 미지명? 난 태생이 키움" 19세 신인 거포의 '고향 개막전' 선…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의 시범경기, 8회말 키움 여동욱이 솔로홈런을 치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18/

[고척=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삼성 개막전, 이를 갈고 준비하겠습니다."

시작과 끝이 시원한 '빠던'이었다. 그렇게 주전 3루수로 개막을 맞이할까.

키움 히어로즈 홍원기 감독은 지난해 말 마무리 훈련을 지켜본 후 "타격만 놓고 보면, 정말 괜찮은 신인 선수가 들어왔다"고 귀띔했다.

키움은 미국 1차 스프링캠프에는 신인을 전원 제외했다. 하지만 2차 대만 실전 캠프에서는 기회를 줬다. 그리고 그 선수가 주전 3루수 후보로 떠올랐다. 주인공은 여동욱.

동기 전태현과 선의의 경쟁이 펼쳐졌다. 두 사람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했다. 그리고 시범경기 첫 경기에서 여동욱이 강인한 인상을 심어줬다. NC 다이노스 목지훈을 상대로 장외 홈런을 쳐버린 것. 그리고 화끈한 '빠던(배트플립)'이 장안의 화제가 됐다.


"삼성 미지명? 난 태생이 키움" 19세 신인 거포의 '고향 개막전' 선…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의 시범경기, 키움 3루수 여동욱.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18/
시범경기 계속해서 기회를 얻었다. 안타는 간간이 쳤지만 멀티히트 경기는 없었다. 확실히 프로 선배들의 변화구 승부에 어려움을 느끼는 듯 보였다. 타율이 계속 떨어졌다. 하지만 18일 마지막 시범경기인 롯데 자이언츠전 2-2로 맞서던 8회 상대 마무리 김원중을 상대로 극적은 결승 솔로포를 때려냈다. 그리고 또 그의 손에서 방망이는 멋지게 날아갔다.

물론 당장 확실한 1군 주전으로 뛰기에는 부족한 면이 있다. 시범경기 타율이 2할1푼4리다. 정확도를 키워야 한다. 하지만 '걸리면 넘어간다'는 건 확실하게 알렸다. 스윙도 호쾌하고 쇼맨십도 있다. 스타가 되기에 충분한 자질을 갖추고 있다. 다른 팀이면 모르겠지만, 당장 마땅한 주전 3루수감이 없는 키움이니 이 홈런이 개막전 주전 3루수 쐐기탄이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삼성 미지명? 난 태생이 키움" 19세 신인 거포의 '고향 개막전' 선…
18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와 키움의 시범경기, 6회말 1사 1,2루 키움 여동욱이 타구를 날리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5.03.18/
여동욱은 "김원중 선배님이 너무 좋은 투수라, 과감하게 승부하실거라 생각하고 타격에 임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며 "2S 상황이라 더 짧게 치려고 신경을 썼던 게 강한 타구로 연결된 것 같다"고 겸손하게 말했다.


여동욱은 "시범경기 타격감이 좋지 않았다. 감독님이 시범경기 많은 기회를 주셨지만, 내가 주전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다. 고등학교 때는 만만하게 보고 들어가는 경기, 투수들도 솔직히 있었다. 하지만 프로에서는 그럴 수 없다는 걸 느꼈다. 한 경기 집중하면 체력적으로 힘들다는 게 뭔지도 느끼고 있다. 시범경기 부족한 성적에 코치님, 형들께 조언을 많이 구했다. 이번 경험을 잘 정리해 시즌에 들어가야 할 것 같다"고 밝혔다.


"삼성 미지명? 난 태생이 키움" 19세 신인 거포의 '고향 개막전' 선…
사진=김용 기자
하지만 이내 19세 다운 모습을 보였다. 자신에게 기회를 많이 주는 홍 감독 얘기가 나오자 "저는 홍원기 감독님밖에 없습니다"라고 우렁차게 외쳤다. 또 첫 홈런을 치면 홍 감독을 안아주는 등 세리머니를 할 마음이 있느냐고 묻자 "감독님만 허락해주신다면 나는 너무 좋다"고 해맑게 말했다.

여동욱은 대구 출신이다. 대구 상원고를 졸업했다. 삼성 라이온즈에 친구들이 많다. 배찬승은 대구고 라이벌이었고, 함수호는 같은 학교 친구였다. 여동욱은 "수호와 개막전에 꼭 야구장에서 만나자고 얘기했다"며 웃었다.

개막전에 출전하면 고향 대구에서 데뷔하게 된다. 여동욱은 "이를 갈고 준비하겠다"고 당차게 말했다. 삼성이 자신을 지명하지 않은 게 서운해 그런 거냐고 묻자 "나는 태생이 키움이었다"고 말해 웃음을 선사했다. 이내 "고향 연고팀과의 경기니,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각오를 밝혔다.


고척=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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