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11월 19일 열린 제1회 박찬호 야구캠프. 박찬호와 류현진을 눈앞에서 직접 보며 꿈을 키운 김혜성이 LA 다저스에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다. 개회식에서 박찬호가 류현진에게 인사말을 권유하는 모습. 허상욱 기자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3회초 무사 1루에서 팀 코리아 김혜성이 2루타를 날리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18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팀 코리아와 LA 다저스의 경기. 3회초 1사 3루 강백호의 희생플라이 때 김혜성이 득점하고 있다.
'박찬호, 류현진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던 한 어린이의 꿈이 실현되고 있다. 그들이 활약했던 미국 메이저리그 명문 클럽 LA 다저스를 김혜성이 선택했다.
김혜성(26)이 메이저리그 명문팀 LA 다저스와 전격 계약했다. 포스팅 마감 직전인 4일 새벽(한국시각), 김혜성은 다저스와 3+2년 최대 2200만 달러(한화 약 324억원) 계약에 합의했다. 계약 세부 내용을 보면 2025-2027 시즌까지 바이아웃 150만 달러를 포함해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84억원)가 보장된다. 여기에 2년 구단 옵션이 추가됐다. 다저스가 옵션을 행사할 경우, 최초 3년 계약은 바이아웃을 제외한 1100만 달러가 되며, 추가 2년 동안 1100만 달러가 더해진다. 이번 계약에는 마이너리그 거부 조항은 포함되지 않았다.
시애틀 매리너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LA 에인절스가 유력 후보로 거론됐었다. 다저스는 예상 밖 선택이었다. 현재 다저스의 2루수 자리에는 타격에 강점을 보이는 개빈 럭스가 있고, 미겔 로하스와 크리스 테일러도 내야 백업으로 포진해 있다. 유격수 포지션에서도 무키 베츠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있어, 김혜성의 출전 기회는 제한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서는 2루와 유격수 백업, 그리고 대주자 역할이 예상된다. 비록 주전 경쟁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김혜성의 다재다능한 수비력과 주자 능력은 긍정적인 요소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김혜성이 다저스를 선택한 배경에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 소속사 CAA에 따르면, LA 에인절스가 5년 2800만 달러의 더 높은 금액을 제시했고, 시애틀 매리너스, 시카고 컵스,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도 관심을 보였다고 한다.
같은 CAA 소속인 오타니 쇼헤이의 존재가 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오타니는 미국에서 김혜성과 만나 여러 조언을 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지난 연말 김혜성의 미국 체류 기간 중 두 선수는 함께 훈련하며 친분을 쌓았다. 계약 발표 후 오타니는 SNS에서 한글로 "환영합니다 친구야"라는 글을 올리며 김혜성을 환영했고, 김혜성도 이에 화답했다.
박찬호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는 야구 꿈나무들. 이 어린이들 가운데 김혜성이 있다.
박찬호를 비롯해 이승엽, 이대호, 류현진, 송승준, 김태균, 김선우 등이 코치로 참석.
어린이에게 투구폼을 지도하고 있는 류현진의 모습. 류현진은 이듬해 LA 다저스에 진출했다.
13년 전인 2011년 11월로 돌아가보자. 당시 12살이던 김혜성은 제1회 박찬호 야구캠프에 참가했다. 17년 간의 메이저리그 경력을 마감한 레전드 박찬호와 당시 현역 프로 선수들이었던 류현진, 이승엽, 김선우, 김태균, 이대호 등이 멘토로 참여한 캠프다.
김혜성은 2017년 2차 1라운드로 키움(당시 넥센)에 지명되며 캠프 출신 1호 프로선수가 됐다. 이후 2018년 열린 박찬호 캠프에 코치로 참가했다. 김혜성은 당시 어린이들 앞에서 "8년 전 고양 문촌초등학교 6학년 때 여러분이 앉은 자리에 나도 있었다. 그때 코치님으로 류현진 선배님, 김태균 선배님, 이대호 선배님, 정근우 선배님이 왔다. 정말 좋았다"며 "그 분들같은 훌륭한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고 말했다.
1999년 LA 다저스 시절 박찬호. 스포츠조선 DB
12살 어린이 김혜성의 꿈을 키워준 박찬호와 류현진은 모두 LA 다저스에서 전성기를 보냈다. 박찬호는 다저스에서 9시즌 동안 84승58패2세이브 평균자책점 3.77을 기록했다. 특히 1997년부터 2001년까지 5시즌 연속 10승을 거두며 당시 IMF 외환위기로 고통받던 한국인에게 큰 희망과 위안을 줬다.
스포츠조선 DB
류현진은 다저스에서 2013년부터 2019년까지 78승48패, 평균자책점 3.27을 기록했다. 특히 2019년에는 14승5패, 평균자책점 2.32로 내셔널리그 평균자책점 1위를 차지했다.
이제 김혜성이 그들의 뒤를 잇는다. 어린 시절부터 꿈꿔온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새로운 한국인 메이저리거의 역사를 써내려갈 그의 도전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