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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모+9126억 장벽' 돌파한 선배 있다…"주전 쉬운 팀 있지만" 왜 김혜성 다저스행 비관은 이른가

김민경 기자 영문보기

기사입력 2025-01-05 11:56 | 최종수정 2025-01-06 05:50


'탈모+9126억 장벽' 돌파한 선배 있다…"주전 쉬운 팀 있지만" 왜 …
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한화와 키움의 경기, 연장 11회말 키움 김혜성이 끝내기 솔로홈런을 치고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고척=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4.07/

'탈모+9126억 장벽' 돌파한 선배 있다…"주전 쉬운 팀 있지만" 왜 …
21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MLB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경기. 1회초 5점을 뽑은 샌디에이고. 1타점을 보탠 김하성이 미소짓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1/

[스포츠조선 김민경 기자] "상대적으로 주전으로 자리를 잡기 쉬운 팀도 있었겠지만, 좋은 내야수들이 있는 팀에 가서 성장하고 싶다고 하더라."

2021년 시즌을 앞두고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한 김하성(30)은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손을 잡았다. 계약 규모는 4년 2800만 달러(412억원). KBO리그 기준으로는 큰 금액이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주전을 보장하는 수준이라 보기는 어려웠다.

샌디에이고에는 주전 유격수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26)가 버티고 있었다. 타티스 주니어는 빼어난 수비 능력에 시즌 20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파워도 갖춘 특급 유격수였다. 2021년 시즌 당시 나이는 23살. 김하성보다 어리고 실력도 좋은 타티스 주니어를 구단이 계속 주전 유격수로 키우는 것은 당연해 보였다. 샌디에이고는 2021년 시즌을 앞두고 타티스 주니어와 14년 3억4000만 달러(약 5004억원) 연장 계약까지 안겼다. 김하성이 주전 유격수 경쟁을 펼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그래도 김하성은 도전하겠다며 샌디에이고 유니폼을 입었다. 계약 당시 김하성의 측근은 "샌디에이고와 토론토 블루제이스가 최종 후보였던 것은 맞다. 상대적으로 주전으로 자리를 잡기 쉬운 팀도 있었겠지만, 김하성이 좋은 내야수들이 있는 팀에 가서 성장하고 싶다는 말을 했다. 매니 마차도(33) 같은 선수들을 옆에서 보면 더 잘 배울 수 있을 것 같다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첫해는 예상대로였다. 3루수 마차도-유격수 타티스 주니어-2루수 제이크 크로넨워스(31)까지 김하성이 뛸 수 있는 포지션을 차지한 주전들의 벽이 워낙 높았다. 그나마 크로넨워스와 경쟁 구도를 그릴 만했는데, 크로넨워스는 2021년 생애 첫 올스타로 선정되는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김하성은 메이저리그 투수들의 공에 빠르게 적응하지 못하면서 117경기, 타율 0.202(267타수 54안타), 8홈런, 34타점, OPS 0.622에 그쳤다.

김하성은 미국 매체 '디애슬레틱'과 인터뷰에서 힘들었던 데뷔 시즌을 되돌아보며 원형 탈모까지 생겼던 사실을 고백했다. 김하성은 "그때가 내 야구 커리어에서 정신적으로 정말 바닥을 찍었을 때였다. 나는 메이저리그에 어울리지 않는 선수라 생각했고, 한국으로 돌아가야 되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그래도 김하성이 메이저리그에서 계속 버틸 수 있었던 이유는 유격수, 2루수, 3루수 어느 포지션을 맡겨도 정상급으로 해내는 수비력 덕분이었다. 운도 따랐다. 타티스 주니어가 2022년 시즌을 앞두고 오토바이를 타다 손목을 다쳐 개막 합류가 불발됐고, 재활 기간에 금지약물 복용으로 80경기 출전 정지 징계까지 받으면서 2022년 시즌을 아예 뛰지 못했다. 김하성은 이때 주전 유격수를 꿰찼다. 타티스 주니어가 스스로 자리를 내주는 운이 따랐지만, 김하성이 준비가 잘 돼 있었기에 운을 기회로 바뀔 수 있었다.

2023년 시즌을 앞두고 샌디에이고는 김하성에게 한번 더 시련을 줬다. 당시 FA 유격수 최대어 잰더 보가츠(33)를 11년 2억8000만 달러(약 4121억원)에 영입한 것. 사실상 김하성을 주전 유격수로 더는 쓰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샌디에이고는 2023년 유격수로 보가츠를 기용하면서 김하성을 2루수, 크로넨워스를 1루수로 돌리고 어깨 탈골 부상이 잦은 타티스 주니어를 외야수로 전향시켰다.


김하성은 보가츠 합류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2023년 주전 2루수로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아시아 내야수 최초로 골드글러브(내셔널리그 유틸리티 부문)를 품었고, 수비력을 인정받은 덕분에 지난 시즌에는 보가츠를 밀어내고 다시 주전 유격수를 꿰차기도 했다. 김하성은 타티스 주니어와 보가츠의 몸값을 더해 6억2000만 달러(약 9126억원)라는 말도 안 되는 큰 산을 모두 뛰어넘으며 메이저리그에서 생존 가치를 입증했고, 지금은 FA 시장에서 새 소속팀을 찾고 있다.


'탈모+9126억 장벽' 돌파한 선배 있다…"주전 쉬운 팀 있지만" 왜 …
1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메이저리그 월드투어 서울 시리즈 2024'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팀 코리아의 경기가 열렸다. 경기에 앞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 매니 마차도와 김하성이 포옹을 나누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17/

'탈모+9126억 장벽' 돌파한 선배 있다…"주전 쉬운 팀 있지만" 왜 …
21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 주 피오리아에서 열린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의 스프링캠프 현장, 김하성과 페르난도 타티스 주니어가 워밍업을 소화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피오리아(미국 애리조나 주)=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4.02.21/
김혜성(26·LA 다저스)은 선배 김하성을 좋은 본보기로 삼을 필요가 있다. 김혜성은 4일(한국시각)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팀인 다저스와 계약해 눈길을 끌었다. 3년 총액 1250만 달러(약 184억원)가 보장되고, 2028~2029년 2년 계약을 연장하는 구단 옵션을 발동하면 최대 2200만 달러(약 323억원)을 받는다. 김하성이 샌디에이고에 진출했을 때와 마찬가지로 주전을 보장한다고 보기는 어려운 계약이고, 김혜성의 계약이 훨씬 주전으로 입지를 다지기는 불리하다고 볼 수 있다.

다저스 역시 주전 경쟁이 치열한 팀이다. 김혜성은 2루수와 유격수가 가능한 선수인데, 다음 시즌 다저스 키스톤콤비는 유격수 무키 베츠(33), 2루수 개빈 럭스(28)로 가닥이 잡혀 있다. 베츠는 더 설명이 필요없는 MVP 타자이기에 사실상 김혜성은 럭스와 경쟁을 준비해야 한다. 럭스는 수비력에 늘 물음표가 붙어 있다.

김혜성은 일단 수비로 럭스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해야 한다. 백업 후보로 골드글러브 수비수인 토미 에드먼(29)이 있으나 에드먼은 중견수로 더 많은 출전 시간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베테랑 크리스 테일러(35)와 미겔 로하스(36)와의 경쟁 역시 만만치 않은데, 김혜성은 KBO 역대 최초로 유격수와 2루수 골든글러브를 모두 수상한 선수다. 김하성처럼 타격이 조금 불안해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꾸준히 안정적인 수비력을 보여준다면 김혜성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쓰임을 인정받을 수 있다.

다저스는 김혜성과 계약이 '깜짝'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3월 다저스는 서울에서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개막시리즈를 치르기에 앞서 '팀 코리아'와 평가전을 치렀다. 팀 코리아에는 국가대표에 준하는 국내 유망주들을 소집했고, 김혜성도 당연히 포함됐다. 김혜성은 다저스 강속구 투수 바비 밀러(26)를 상대로 장타를 뽑아내고, 수비 안정감을 뽐내면서 다저스 프런트와 데이브 로버츠 감독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준 것으로 보인다.

브랜든 고메스 다저스 단장은 "우리는 정말 재능 있는 선수를 영입했다고 생각하고, 어떻게 활용할지는 지켜보겠다. 지난해 우리가 부상으로 얼마나 고생했는지 눈치챘는지 모르겠는데, 다양한 포지션 커버가 가능한 선수를 데리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도움이 된다. 김혜성은 서울시리즈 평가전에서 빼어난 운동 능력과 폭발력을 보여줬다. 발도 매우 빠르고, 여러 포지션에서 좋은 수비력을 갖췄으며 타격에도 장점이 있다"고 김혜성을 향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김혜성이 과연 선배 김하성처럼 다저스에서 치열한 생존 경쟁에서 살아남으며 메이저리그에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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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KBO리그 KT 위즈와 키움 히어로즈의 경기. 1회초 1사 키움 김혜성이 삼진을 당하고 있다. 수원=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2024.08.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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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 정규시즌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 LA 다저스 경기.
LA 무키 베츠가 5회 좌월 2점 홈런을 날리고 동료들과 기뻐하고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4.3.21/



김민경 기자 rina1130@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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