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아들도 신기했는데 어떻게 이런 인연이...'박세혁 아버지' 日 최고 명문 캠프에 떴다

김용 기자

기사입력 2024-02-06 11:33 | 최종수정 2024-02-06 14:06


아들도 신기했는데 어떻게 이런 인연이...'박세혁 아버지' 日 최고 명문…
◇아베 감독(왼쪽)과 박철우 전 감독. 사진제공=박철우 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아들 덕에 이런 호사도 누려봅니다."

일본프로야구 최고 명문팀인 요미우리 자이언츠. 요미우리의 시즌은 2월부터 시작된다. 워낙 팬들의 관심이 많은 팀이다보니, 미야자키와 오키나와로 이어지는 전지훈련에도 엄청난 팬들이 모여든다.

요미우리에 이번 시즌 더 큰 관심이 쏠리는 건 최고의 스타 플레이어였던 '전설' 아베가 새롭게 1군 감독으로 취임했기 때문이다. 은퇴 후 2군 감독과 1군 코치로 차근차근 지도자 수업을 받았던 아베는 하라 다쓰노리 감독 후임으로 선임돼 감독 커리어를 시작하게 됐다.

그런데 아베 감독이 이끄는 요미우리 캠프에 낯익은 얼굴이 한 명 있었다. 누군가 했더니 박철우 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이었다. 왕년의 해태 타이거즈 4번타자로 이름을 떨치다, 은퇴 후 SK 와이번스-KIA 타이거즈-두산 베어스 등에서 2군 감독과 여러 파트 코치로 맹활약했다. 타격 파트의 명코치 중 한 명이다. 프로팀 뿐 아니라 광주진흥고 감독, 독립구단 고양 원더스 코치로도 일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췄다. 지도자로서 존재감 뿐 아니라 '박세혁 아버지'로 더 유명하다. 박 전 감독의 아들은 NC 다이노스에서 뛰는 국가대표 출신 포수 박세혁이다.

2000년 코치 생활을 시작한 후 거의 쉬는 시즌 없이 달려오다, 2022 시즌 두산 벤치코치 보직을 마지막으로 잠시 그라운드를 떠나있었다. 하지만 환갑의 나이에도 야구에 대한 열정이 식지 않았다. 요미우리 유니폼을 입고 낯선 일본에서 야구 공부를 하는 이유다.


아들도 신기했는데 어떻게 이런 인연이...'박세혁 아버지' 日 최고 명문…
사진제공=박철우 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어떻게 된 사연일까. 먼저 박 전 감독은 요미우리 스프링캠프에서 약 2달간 코치 연수를 받는다. 명문 요미우리가 아무에게나 코치 연수를 시켜줄 팀이 아니다. 그래서 유니폼을 입기까지의 과정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박 전 감독이 아베 감독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진 야구를 배우고 싶은데 도와달라고 한 것이었다. 아베 감독은 얘기를 듣자마자 "뭐가 문제될 게 있나. 어서 오시라"며 흔쾌히 OK 사인을 냈다.

그렇다면 조카뻘 되는 아베 감독과 박 전 감독은 어떻게 직접 연락을 할 정도의 인연을 맺었을까. 여기엔 박세혁이 있다. 박세혁과 아베 감독의 친분은 이미 유명하다. 2019년 겨울 아베와 절친했던 고토 고지 코치, 조인성 코치 등의 도움으로 박세혁은 요미우리 베테랑 스타 아베와 괌에서 단 둘이 훈련을 하는 엄청난 행운을 얻었다. 그 인연은 아베 감독이 은퇴를 하고, 2군 감독 부임이 결정난 2020년 겨울에도 이어졌다. 아베 감독은 자신을 어려워하는 일본 후배들과 다르게 붙임성 있게 다가오는 박세혁을 알뜰살뜰 챙겼다. 그 때 훈련이 끝이 아니었다. 두 사람은 지속적으로 연락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그 과정에서 박 전 감독도 자연스럽게 아베 감독과 친분을 쌓았다.


박 전 감독은 "괌 훈련 중 식사도 자주 하고 많은 얘기를 나눴었다. 아베 감독이 '술을 정말 잘 드신다'고 했던 기억이 난다"고 말하며 웃었다.

박 전 감독은 "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다 잠시 쉬는 시간을 갖고 있었는데, 몸이 근질근질 하더라. 나이 든 지도자라는 타이틀을 달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아베 감독에게 연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아들도 신기했는데 어떻게 이런 인연이...'박세혁 아버지' 日 최고 명문…
◇간판스타 사카모토(오른쪽)와 박 전 감독  사진제공=박철우 전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일본팀에서 이런 경험을 하는 건 처음이라고.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현역 은퇴한 후 야쿠르트 스왈로스로 연수를 떠날 기회가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무산됐고, 20년이 훌쩍 넘어 처음 일본 야구를 생생하게 접하게 됐다.

박 전 감독은 "배울 점이 정말 많다. 일단 투수들은 캐치볼할 때부터 다르다. 기본기가 정말 탄탄함을 느낀다. 불펜 피칭에서도 제구가 흔들리는 투수가 거의 없다. 그런데 선수들의 폼은 각기 달라도 팔 스윙, 체중 이동 등은 일관성이 있다는 게 흥미롭다"고 말하며 "에이스 스가노도 튀지 않는다. 다른 선수들이 하는 모든 기본 훈련을 성실하게 수행한다. 그리고 일본 투수들은 몸쪽 공을 던지는 훈련을 따로, 많이 하는 부분도 눈여겨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전 감독은 이어 "타자들은 능력치가 우리 타자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다만 타자들 역시 기본, 또 기본이다. 향후 현장에 돌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경험들이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소감을 밝혔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