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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소위 멘붕(멘탈붕괴)이란 말은 이럴 때 쓰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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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캠프에 나서는 KIA 선수는 총 47명. 투수 22명, 포수 4명, 내야수 12명, 외야수 9명이다. 2024년 신인 가운데에서는 투수 조대현과 김민주가 이름을 올렸다. 캔버라에서 3일 훈련-1일 휴식 체제로 체력 및 기술, 전술 훈련을 소화한다.
가장 우려되는 건 캠프 일정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느냐다.
비시즌 기간 몸관리에 집중해 캠프 첫날부터 훈련을 무리 없이 소화할 수 있는 상태를 만드는 건 기본. 문제는 이런 몸 상태를 체크하고 보완점을 마련하면서 전술을 짜는 작업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진 수석코치가 중심을 잡고 코치진 의견을 최대한 모은다고 해도, 이미 새 감독 선임 작업에 들어간 상황에서 확실하게 결정을 내리긴 어려운 상황. KIA가 선임을 최대한 서두른다고 해도 캠프 초반 일정 합류는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결국 귀중한 시간 동안 선수 개개인의 역량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셈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각 포지션마다 선수단 중심을 잡아줄 베테랑 선수들이 버티고 있다는 점이다. 투수조에 포진한 '대투수' 양현종(36)을 비롯, 야수조에도 최형우(41) 김선빈(35) 나성범(35)이 있다. 고향팀 KIA에서 새출발하는 서건창(35)도 호주 캠프에 동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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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는다. 초유의 사령탑 공백 속에 진행하는 스프링캠프. 코치진 뿐만 아니라 선수들에게도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구단이 불미스러운 일에 휘말리면서 안팎의 관심을 받고 있는 상황은 부담을 넘어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는 부분이다.
현시점에선 선수단의 마음을 하나로 모으고 시즌 준비에 집중하는 게 최대 과제. 그래서 새롭게 주장 완장을 찬 나성범의 역할이 중요해졌다.
나성범은 지난 시즌까지 주장 역할을 했던 김선빈으로부터 바통을 이어 받았다. 자격이 충분했다. 2022시즌을 앞두고 6년 총액 150억원에 KIA와 계약한 그는 실력 뿐만 아니라 특유의 성실함으로 후배들이 귀감이 되며 팀의 중심으로 우뚝 섰다.
실력은 설명이 필요 없다. 계약 첫해였던 2022시즌 타율 3할2푼(563타수 180안타) 21홈런 97타점, 지난해엔 부상으로 두 달 늦게 시즌을 시작했음에도 58경기 타율 3할6푼5리(222타수 81안타) 18홈런 57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98의 성적을 거뒀다. 부상 후 재활 과정에서도 후배 선수들이 운동을 배우고 싶어할 정도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였다.
지난 시즌 막판 햄스트링 파열로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던 나성범. 올 시즌을 앞두고는 예년보다 일찍 훈련을 시작했다. 부상으로 팀의 5강 싸움에 도움이 되지 못했던 데 대한 자책 뿐만 아니라 올 시즌을 건강한 몸으로 완주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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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붙은 물음표가 제법 많다. 주전감을 찾아야 하는 1루수 자리 뿐만 아니라 시즌 막판 손목 분쇄골절상을 한 유격수 박찬호와 APBC(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에서 부상해 수술대에 오른 김도영의 활약 여부를 지켜봐야 한다. 소크라테스 브리토는 역대 외국인 타자들이 쉽게 이겨내지 못했던 KBO리그 3년 차에 접어들었고, 불혹을 넘긴 베테랑 최형우도 활약 여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투수조 역시 마무리 정해영의 구위 회복 여부와 필승조 재편 등 다양한 숙제를 안고 있다. 건강이 담보된다면 팀을 충분히 이끌어 갈 수 있는 역량이 있는 나성범의 활약 여부가 그래서 중요하다.
캠프지로 향하는 비행기에 오르는 KIA 선수단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무겁다. 어느덧 FA 3년차에 접어든 '뉴 캡틴'이 과연 어떻게 위기의 팀을 하나로 묶어낼지 관심이 쏠린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