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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용 기자] 감독은 직구 치라고 했는데, 선수는 체인지업에 풀스윙...무슨 사연이?
하지만 염경엽 감독의 과감한 불펜 야구로 더 이상의 실점을 틀어막았고, 타선이 야금야금 추격해 턱밑까지 따라가더니 8회 잠실팬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리는 그림같은 홈런이 나왔다. 염 감독은 "1승 이상의 가치다. 선수들이 자신감을 얻었다"며 감격스러워했다.
재밌는 건 박동원의 홈런이 나오는 과정이다. LG는 8회 희생번트 작전으로 1사 2루 찬스를 만들었다. 염 감독은 타석에 들어서려던 박동원을 불렀다. 그리고 검지와 중지 손가락 2개를 펴 앞으로 찌르는 제스처를 취했다. 이를 본 '레전드' 박재홍 MBC 해설위원은 "직구를 노리라는 사인"이라고 설명했다. KT 투수 박영현이 직구 구위가 워낙 좋고 비율이 높기도 하고, 앞선 상황 좌타자들을 상대로는 체인지업으로 초구를 선택한 반면 우타자 오스틴에게는 직구 승부를 펼쳤던 것으로 눈여겨본 듯 했다. 이날 유독 박영현의 변화구 제구가 잘 되지 않기도 했다.
염 감독은 경기 후 "직구에 타이밍을 잡으면, 체인지업이 들어와도 앞에서 걸릴 수 있다고 생각해 사인을 줬는데 초구에 홈런이 나왔다"며 웃었다.
그렇다면 박동원은 염 감독의 지시를 그냥 무시해버렸던 것이었을까. 박동원은 경기 직후 "사실 노리던 공이 아니었다"고 말해 궁금증을 자아냈었다. 그렇다면 감독 지시대로 직구를 생각했다는 것인데, 스윙은 그게 전혀 아니었다.
박동원이 궁금증을 풀어줬다. 경기 하루 후 "타석에 들어서니 변화구가 올 것 같은 느낌이 있었다. 어떤 특정 구종을 노린다기보다, 변화구(체인지업 아니면 슬라이더)를 생각하고 있었는데, 체인지업이 들어와 칠 수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의 직구를 치라는 제스처는 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긴장되고, 많은 관중 속 흥분 상태에서 감독의 사인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런게 결과론적으로 그게 '신의 한 수'가 됐다.
감독 사인을 봤든 못봤든 해피엔딩이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더그아웃에서 격한 포옹을 나눴다.
김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