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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원 현장]

정재근 기자

기사입력 2023-10-20 12:41 | 최종수정 2023-10-20 14:46


'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
패배의 쓰라림을 뒤로 한 채 승자에게 축하를 건넨 두산 이승엽 감독과 양의지. 창원=박재만 기자, 정재근 기자

[창원=스포츠조선 정재근 기자] 패자에게 내일은 없었다. 하지만 승자를 향한 진심어린 축하는 따뜻한 울림으로 남았다.

두산 베어스가 단 한 경기로 아쉽게 가을 야구를 끝냈다. 두산은 19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NC 다이노스와의 포스트시즌 와일드카드 결정전 1차전에서 9대14로 패했다. 정규시즌을 5위로 마친 두산은 준플레이오프 진출을 위해 2연승이 필요했지만, 0%의 확률은 이번에도 깨지지 않았다.

시작은 좋았다. 상대 선발투수인 NC 태너 털리의 공을 초반부터 때려냈다. 3회까지 3-0 리드를 잡으며 분위기를 가져왔다. 두산 선발투수 곽빈도 3회까지 무실점으로 NC 타선을 봉쇄했다. 하지만 4회 NC 서호철의 만루포로 단숨에 분위기가 넘어갔다. 거기에 김형준의 백투백 홈런까지 터지며 기세를 뺐겼다.

두산은 5회 두 점을 내며 다시 동점을 만들었지만, 5회말 강승호의 실책으로 다시 역전을 허용했다. 이후 7회 2실점, 8회 6실점이 이어지며 결국 9대14로 패했다.


'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
경기 후반 패색이 짙어지자 아쉬운 표정 감추지 못한 이승엽 감독. 창원=정재근 기자

'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
두산과 NC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춘 이용찬

'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
2020시즌 NC 우승 때 양의지를 보며 많은 걸 배운 김형준
승자에겐 더할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 패자에겐 너무나 아쉬운 단판 승부로 와일드카드 결정전이 끝났다. 환호하는 NC 선수단 맞은 편에 패자의 품격을 잊지 않은 두 사람이 있었다. 올 시즌 처음으로 감독 지휘봉을 잡은 초보감독 이승엽, NC 다이노스의 첫 우승을 이끌었던 양의지다.

이승엽 감독은 NC 더그아웃으로 걸어가 강인권 감독과 악수를 나누며 축하 인사를 건넸다. 감독 뷔임 첫 해 많은 기복이 있었지만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끈 이 감독. 불과 1경기 만에 끝난 가을야구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상대 팀 감독을 향해 축하 인사를 잊지 않았다.

양의지는 NC 선수들을 향해 진심이 담긴 축하의 박수를 보냈다. 올 시즌 다시 두산으로 복귀한 양의지는 2020시즌 NC의 통합우승을 이끈 주역이다. 2016시즌 두산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며 시리즈 MVP가 된 양의지는 2020시즌 또 한 번 한국시리즈 MVP가 됐다. 우승 집행검을 함께 들었던 옛 동료들을 향한 양의지의 축하는 진심이었다.


'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
경기 종료 후 강인권 감독을 찾아가 축하 인사를 건넨 이승엽 감독. 창원=박재만 기자

'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
자신을 이긴 후배에게 축하 선물로 배트를 건넨 양의지

'악수와 박수, 방망이' 패자의 품격 잊지 않은 베테랑과 초보 감독 [창…
승패를 초월한 두 사람의 우정이 빛난 순간
양의지는 이날 맹활약을 펼친 NC 포수 김형준에게도 축하 선물을 했다. 경기 후 김형준이 두산 더그아웃을 찾아왔다. 양의지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2020시즌 NC의 한국시리즈 우승 당시 김형준은 엔트리에 이름을 올렸지만 한 번도 경기에 출전하진 못했다. 하지만 멘토와도 같았던 양의지의 활약을 옆에서 지켜볼 수 있었던 건 김형준에게 엄청난 경험이 됐다.

이제는 상대팀 포수가 된 양의지 앞에서 김형준은 홈런 두 방을 몰아치며 승리를 이끌었다. 김형준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양의지 선배님을 통해 많이 배웠었다. 같이 이런 중요한 경기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뜻깊었다.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감사한 마음으로 자신을 찾아온 김형준에게 양의지는 배트 한 자루를 꺼내 선물했다. 후배의 활약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을 담았다. 김형준은 양의지에게 연신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했다. 패자의 품격이 빛을 발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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