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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해냈다" 헐크가 만든 기적…라오스 야구에 바친 제2의 인생, 포기않는 자에게 좌절은 없다 [항저우ON]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9-28 13:38 | 최종수정 2023-09-28 15:31


"우린 해냈다" 헐크가 만든 기적…라오스 야구에 바친 제2의 인생, 포기…
사진=이만수 전 감독 SNS

[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헐크'는 뜨거운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첫 승의 감격 속 자신이 바친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라오스 야구 대표팀은 27일 중국 샤오싱 야구장에서 열린 싱가포르와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예선전에서 6회 5득점 빅이닝을 연출하며 8대7로 승리했다. 이는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첫 국제대회 승리다.

라오스 야구협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이만수 감독은 자신의 SNS에 '우리는 해냈습니다'로 시작하는 장문의 감회를 토로했다.

그는 "코치진부터 선수 모두가 싱가포르전에서는 '그라운드에서 죽을 각오'였다. 라오스는 절대 이런 문화가 아니다. 인터뷰나 지인들에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첫승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태국이나 싱가포르를 이긴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라오스 선수들은 기량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선에 나서야한다. 야구 경력이 1~2년밖에 안 된 선수들도 있다"면서 "내 인생철학인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Never ever give up)'는 자세로 선수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용기를 줬다"고 가슴 벅찬 순간들을 되새겼다.

이 감독은 "중국 담당자가 우리에게 다가와 야구를 잘 모르는 중국인들도 라오스와 싱가포르 경기를 보면서 '야구가 이렇게 재미있고 스릴 넘치는 경기인줄 몰랐다'며 많은 중국인들이 엄지척을 했다고 한다"면서 "9회초 스리아웃이 되자마자 곧바로 그라운드로 뛰쳐나가 선수들과 함께 마운드에서 뒹굴었다. 불가능처럼 보였던 일들이 10년 만에 기적처럼 다 이뤄졌다"면서 감격을 숨기지 않았다.


"우린 해냈다" 헐크가 만든 기적…라오스 야구에 바친 제2의 인생, 포기…
사진=이만수 전 감독 SNS
이어 "누구 할 것 없이 눈물을 흘렸다. 라오스 국가대표 선수들에게 첫 승이 금메달보다 값진 승리였다. 선수들이 달려와 나를 헹가래 쳐줬다. 공중에 3번 뜨는 사이 지난 10년이 필름처럼 스쳐지나갔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감독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88년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현역 시절 타격 3관왕과 최고의 기록을 세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한없이 울었다. 지난 10년간 말없이 나의 위해 헌신한 사랑하는 아내한테 오늘의 첫승을 바치고 싶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라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은 '동남아시아 야구의 아버지'로 불린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사령탑을 그만둔 2014년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 야구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야구 불모지에 야구를 보급하는 사명을 짊어졌다.


"우린 해냈다" 헐크가 만든 기적…라오스 야구에 바친 제2의 인생, 포기…
사진=이만수 전 감독 SNS
그 첫발을 딛은 곳이 라오스였다. 그는 라오스에 사비로 직접 야구장을 짓고, 최초의 야구팀을 창단하고, 야구리그를 만들었다. 자신의 야구계 영향력을 최대한 활용해 국내에서 스폰서를 모집하고, 야구용품 지원에 나섰다. 대한야구협회도 이 전 감독을 통해 코치를 파견하는 등 야구 보급에 나섰다.

급기야 라오스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개가를 올렸고, 권영진 전 대구고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태국에 0대15, 스리랑카에 10대15로 대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라오스는 물론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인도차이나반도 국가에도 야구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라오스 대표팀을 이끄는 사령탑은 김현민 전 진영고 감독이다. 라오스는 지난 26일 태국전에서 1대4로 패했지만, 싱가포르를 꺾으며 아시안게임 첫 승의 감격을 누린 것. 이 전 감독도 협회 부회장 겸 라오스 대표팀 단장을 맡아 함께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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