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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헐크'는 뜨거운 감동을 숨기지 않았다. 라오스 야구 역사상 첫 승의 감격 속 자신이 바친 지난 10년을 돌아봤다.
그는 "코치진부터 선수 모두가 싱가포르전에서는 '그라운드에서 죽을 각오'였다. 라오스는 절대 이런 문화가 아니다. 인터뷰나 지인들에겐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첫승을 하겠다'고 큰소리쳤지만, 태국이나 싱가포르를 이긴다는 생각은 해보지 못했다"고 돌아봤다.
이어 "라오스 선수들은 기량이 어느 정도 올라오면 자신과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선에 나서야한다. 야구 경력이 1~2년밖에 안 된 선수들도 있다"면서 "내 인생철학인 '절대 포기하지 않는다(Never ever give up)'는 자세로 선수들과 화이팅을 외치고 가슴을 주먹으로 치며 용기를 줬다"고 가슴 벅찬 순간들을 되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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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감독은 "(메이저리그) 시카고 화이트삭스가 88년만에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했을 때도, 현역 시절 타격 3관왕과 최고의 기록을 세워도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엔 한없이 울었다. 지난 10년간 말없이 나의 위해 헌신한 사랑하는 아내한테 오늘의 첫승을 바치고 싶다. 여보. 정말 고마워요"라고 덧붙였다.
이 전 감독은 '동남아시아 야구의 아버지'로 불린다.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사령탑을 그만둔 2014년부터 동남아시아 지역에 야구를 전파하기 시작했다. 국내외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야구 불모지에 야구를 보급하는 사명을 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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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기야 라오스는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하는 개가를 올렸고, 권영진 전 대구고 감독이 국가대표팀 사령탑을 맡았다. 당시만 해도 태국에 0대15, 스리랑카에 10대15로 대패한 바 있다.
하지만 이 전 감독은 좌절하지 않았다. 라오스는 물론 베트남을 비롯한 다른 인도차이나반도 국가에도 야구를 퍼뜨리기 위해 노력중이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라오스 대표팀을 이끄는 사령탑은 김현민 전 진영고 감독이다. 라오스는 지난 26일 태국전에서 1대4로 패했지만, 싱가포르를 꺾으며 아시안게임 첫 승의 감격을 누린 것. 이 전 감독도 협회 부회장 겸 라오스 대표팀 단장을 맡아 함께 하고 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