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와 NC 다이노스의 더블헤더 경기가 펼쳐진 이날. 경기만큼 관심을 끈 것은 최근 항저우아시안게임 최종명단에서 교체된 구창모(NC)와 이의리(KIA)의 활약상이었다. 부상을 이유로 교체된 두 선수는 이날 나란히 등판이 예고됐다. 지난 22일 LG전에서 복귀 후 첫 등판했던 구창모는 투구수 60개를 한계로 두고 더블헤더 1차전 두 번째 투수로 낙점됐다. 손가락 물집으로 빠졌다가 21일 대전 한화 이글스전에 마운드에 섰던 이의리는 80개 안팎의 투구수를 기준으로 더블헤더 2차전 선발 예고됐다.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강판되는 모습을 류중일 AG감독이 지켜보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첫 주자로 나선 구창모. 팀이 4-0으로 앞선 더블헤더 1차전 6회초 송명기에 이은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그는 삼자 범퇴로 산뜻하게 출발했다. 7회초 역시 세 타자를 차례로 처리했고, 8회초 선두 타자 박찬호에겐 이날 첫 삼진을 뽑아냈다.
지난 6월 2일 갑작스런 팔 불편을 호소하며 마운드를 내려가는 구창모. 이후 올시즌 아직까지 복귀하지 못하고 있다. 스포츠조선DB
그런데 구창모는 이후 이창진에 안타, 고종욱에 볼넷을 내준 뒤 만난 김도영에게 2S에서 3구째 슬라이더를 던진 뒤 갑자기 마운드 뒤로 물러나 벤치에 신호를 보냈다. 놀란 NC 코치, 트레이너진이 마운드에 오른 가운데 구창모는 왼손을 부들부들 떨면서 난감해 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결국 김수경 투수 코치가 교체 사인을 냈고, 구창모는 부상을 직감한 듯 얼굴을 감싸쥐며 허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원인은 지난 6월 3개월 이탈의 계기였던 왼 전완부. NC는 "구창모가 왼 전완부 불편함을 느껴 교체돼 아이싱 조치했으며 병원 검진을 받는다"고 밝혔다. 구창모는 결국 더블헤더 1차전 도중 인근 병원 응급실로 급히 이동했다. NC는 3점을 더 보태 KIA를 7대0으로 완파했으나, 웃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이어진 더블헤더 2차전.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KIA 이의리는 올 시즌 최고의 투구를 선보였다. 7회까지 NC 타선에 단 3안타(1볼넷)만 허용했을 뿐, 실점 없이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를 펼쳤다. 7회까지 이닝별 최고 투구 수가 12개(1회)에 불과했을 정도로 뛰어난 완급 조절을 펼쳤다. 3회말 1사후 첫 볼넷을 허용했으나 후속 타자를 병살타로 처리했고, 빠르게 승부를 유도하는 등 올 시즌 지적된 제구 문제도 완벽하게 해결했다. KIA 김종국 감독은 한계 투구 수를 80개로 설정했으나, 이의리가 7회까지 던진 공은 77개로 한계치를 밑돌았다. 이의리의 역투에 힘입어 KIA는 더블헤더 2차전에서 NC를 6대1로 제압하면서 1차전 패배를 설욕했다. 이의리는 이날 승리로 시즌 11승을 달성, KBO리그 데뷔 후 한 시즌 개인 최다승(10승) 기록을 갈아치우는 기쁨도 맛봤다.
◇스포츠조선DB
2023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가 21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다. KIA 이의리가 역투하고 있다. 대전=박재만 기자pjm@sportschosun.com/2023.09.21/
아시안게임 대만-일본전 결전병기로 기대를 모았으나 교체된 두 선수. 와신상담하며 마운드에 오른 구창모는 또 부상 변수에 눈물을 흘렸다. 반면 "70~80구를 소화할 수 있을까 의문이 들었다. 80구 이상 못 던지면 곤란하다 생각하고 교체했다"던 이의리는 보란듯 77개의 공으로 7이닝 무실점을 완성하는 QS+ 투구를 펼치면서 가을야구행 기로에 놓인 KIA를 모처럼 웃음 짓게 했다.
항저우행 비행기에 오르기 전 국내에서 보내는 마지막 밤, 이제 시계를 되돌릴 순 없다. 두 선수의 투구를 지켜본 류 감독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