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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몰리면 맞는다, 류현진의 한계가 드러난 경기인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경기였다. 토론토는 절체절명의 와일드카드 순위 경쟁을 벌이고 있다. 2위 자리를 힘겹게 지키고 있는데, 류현진의 호투가 절실히 필요했다. 하지만 류현진은 응답하지 못했다.
4⅓이닝 7안타 3볼넷 2삼진 5실점. 7안타 중 3개가 홈런이었다. 류현진이 한 경기 3개의 홈런을 내준 건 지난 2021년 8월27일 시카고 화이트삭스전 이후 처음이었다.
사실 류현진은 컨디션에 크게 영향을 받는 스타일의 투수가 아니다. 늘 안정된 제구와 경기 운영을 자랑한다. 하지만 이날 같이 마음 먹은대로 공이 들어가지 않는다는 건, 평소보다 구위가 떨어진 날임을 스스로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공에 힘이 없으니, 제구에 더욱 신경을 쓰려다 오히려 몰리는 공이 나오고 아예 빠져버리는 공들이 나오는 것이다. 1회 두 번째 홈런, 로에게 스리런 홈런을 내줄 때 류현진은 공을 뿌리지마자 고개를 돌렸다. 던지는 순간 큰 타구를 맞을 수 있는 실투임을 직감한 것이다. 3번째 베탄코트에게 내준 4회 홈런 역시 높았다. 공에 힘이 있다면 범타가 될 수 있었지만, 힘이 없으니 좋은 먹잇감이 되고 만 것이다.
류현진에게 이번 시즌 복귀 후 투구는 많은 의미가 있다. 먼저 팀의 가을야구를 이끌어야 한다. 선발진이 어려운 상황에 돌아와 천군만마 역할을 해야 했다. 그리고 자신의 쇼케이스 무대이기도 하다. 팔꿈치 수술을 했고, 나이가 많지만 여전히 메이저리그 선발로서 경쟁력이 있음을 보여줘야 했다. 이번 시즌 종료 후 FA다. 마지막 큰 계약을 따내는 게 류현진의 현실적 목표다. 하지만 탬파베이전과 같은 투구를 한다고 하면, 어떤 팀도 좋은 내용의 계약서를 보여주기는 힘들다. 단순 컨디션 문제가 아니라, 여기서 구위가 더 올라올 수 없다고 판단을 해버리면 위험하다. 류현진도 신이 아니기에, 모든 공을 원하는대로 기계처럼 던질 수는 없다. 몰리면 장타라는 인식을 준 게 뼈아프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