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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럽혀진 '최고의 명승부'→국대 우완의 쓰라린 하루 "야수들 도움안돼" 레전드 탄식 [수원리포트]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3-09-21 20:52 | 최종수정 2023-09-22 06:51


더럽혀진 '최고의 명승부'→국대 우완의 쓰라린 하루 "야수들 도움안돼" …
롯데 나균안. 부산=최문영 기자deer@sportschosun.com /2023.09.12/

[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이 승부가 오늘 최고의 명장면 같네요. 어?"

국가대표 우완과 리빙 레전드 타자의 치열한 대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하던 레전드의 목소리에 짙은 실망감이 어렸다.

투수는 자기가 할 역할을 다했다. 하지만 '야구는 혼자 하는 스포츠가 아니다'라는 격언만 뼈저리게 되새겨야했다. 야수진이 도움을 주기는 커녕 어이없는 실책으로 투수의 힘을 빼길 거듭했고, 결국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한채 무릎이 꺾였다.

21일 수원KT위즈파크. 롯데는 항저우아시안게임 대표팀 소집을 앞둔 나균안이 선발로 나섰다. 상대 선발은 '롯데 킬러' 배제성.

앞서 3경기 연속 110구 이상을 던지며 자신의 단일 경기 최다 투구수를 잇따라 경신한 나균안이다. 3경기 모두 퀄리티스타트였다. 이종운 롯데 감독대행은 "오늘도 5이닝 이상을 던져주길 기대한다. 6이닝 해주면 최고"라고 했다.

대표팀 소집전 마지막 등판. 나균안의 의지도 남달랐다. 컨디션은 좋았다. 직구는 최고 148㎞, 커터는 141㎞까지 나왔다. 주무기인 포크볼의 낙차도 컸다. 강백호 박병호 등 KT의 간판타자들이 헛스윙을 한 뒤 당황하는 모습이 연신 포착됐다.

1회 2사 1,2루 위기를 잘 넘겼다. 2회는 3자 범퇴였다. 그리고 운명의 3회말.


더럽혀진 '최고의 명승부'→국대 우완의 쓰라린 하루 "야수들 도움안돼" …
8일 수원KT위즈파크에서 열린 SSG와 KT의 경기, 1회말 1사 2,3루 KT 박병호가 2타점 동점타를 치고 기쁨을 나누고 있다. 수원=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9.08/
첫 타자 오윤석은 유격수 땅볼. 하지만 노진혁의 실책이 나왔다. 상위타순을 앞두고 9번타자가 어이없이 살아나간 것. 힘빠진 나균안은 김민혁에게 안타, 베테랑 황재균에게 7구 승부 끝에 볼넷을 내줬다.


하지만 국대 블러드는 달랐다. 무사 만루에서 강백호를 삼진 처리했다. 그리고 1사 만루에서 박병호와 마주했다.

승부처의 냄새를 맡은 대타자는 끈질겼다. 존 구석구석을 공략하는 나균안을 상대로 거듭 파울을 치며 10구까지 버텼다. 전직 메이저리거 김선우 해설위원은 "이 승부가 오늘 경기 최고의 명장면"이라며 감탄했다.


더럽혀진 '최고의 명승부'→국대 우완의 쓰라린 하루 "야수들 도움안돼" …
롯데 노진혁. 스포츠조선DB
나균안은 기어코 유격수 땅볼을 이끌어냈다. 타구 속도와 박병호의 주력을 감안하면 병살이 유력했다. 2루에서 선행주자 아웃, 여기서 1루를 향한 박승욱의 송구가 빗나가며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병살로 끝날 이닝이 순식간에 2실점(무자책). 다음 타자 알포드의 1타점 2루타가 이어지며 점수는 순식간에 0-3이 됐다. 키스톤 콤비가 실책 하나씩을 주고받으며 국대 선발을 뒤흔든 모양새다. 3회말 한이닝 투구수만 31구에 달했다.

4회에는 나균안 본인의 실책이 나왔다. 1사 후 김상수의 투수 왼쪽 땅볼 때 급하게 처리하려다 1루에 악송구를 한 것. 1안타 1실책으로 기록됐지만, 후속타를 끊어내며 실점은 하지 않았다.

5회말 또다시 나균안의 힘을 빼놓는 장면이 나왔다. 선두타자 황재균이 안타로 출루한 상황. 나균안은 강백호를 2루 땅볼로 유도했지만, 박승욱이 공을 잡다 떨어뜨려 선행주자만 잡는데 그쳤다.


더럽혀진 '최고의 명승부'→국대 우완의 쓰라린 하루 "야수들 도움안돼" …
롯데 박승욱. 스포츠조선DB
나균안은 다음타자 박병호를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마지막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알포드에게 기어코 투런포를 허용했다. 이날 나균안의 성적표는 5이닝 5실점(2자책)으로 기록됐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투수가 야수의 도움을 받으면서 투구수를 아껴야하는데, 오히려 끝나야할 이닝이 끝나지 않으면서 투구수가 늘어났다"면서 "투수가 할 일을 다했는데 야수들의 도움을 받지 못했다. 저러면 투수는 확신 없이 혼자 하는 야구를 하게 된다"며 안타까워했다.


수원=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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