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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실=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예상하지 못했던 타자가 팀 승리를 불러오는 한방을 쳤을 때의 짜릿함은 이루 말할 수 없는 쾌감을 불러온다.
허도환은 2차전서 9번타자로 나섰다. 사실 허도환에게 타격을 기대하기는 무리. 올시즌 타율이 1할3푼2리(38타수 5안타)에 그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타순도 9번에 놓았다.
그런데 첫 타석이 하필 타격을 해야 하는 찬스였다. 0-2로 뒤진 2회말 2사 2,3루에 허도환의 타석이 왔다. 무사나 1사에서의 찬스였다면 번트를 댔을지도 모를 일. 염 감독이 번트를 가장 잘 대는 LG 선수로 허도환과 김민성 서건창 등을 꼽는다. 이들에겐 상대 수비가 100% 번트 수비로 압박을 들어와도 희생번트 사인을 낼 수 있을 정도로 믿음이 깊다. 하지만 이번엔 2사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쳐야 했다. 풀카운트에서 149㎞의 낮은 직구에 타격을 했으나 높게 뜬 3루수 파울 플라이.
선수들이 얼마나 허도환의 홈런이 놀라고 즐거웠는지 더그아웃에서 어깨동무로 원을 만들어 함께 뛰는 세리머니에서 허도환을 기다리는 척 하다가 허도환이 세리머니를 하러 오자 일부러 자신들끼리만 세리머니를 하며 즐거워했다. 이 홈런이 발단이 돼 LG는 4회말에 3점을 더 뽑아 7-2로 앞서며 승부를 완전히 갈랐다.
허도환은 초반 흔들리는 임찬규를 끝까지 도와 5회까지 던지게 했다. 1회초 4연속 안타를 맞고 1점을 내줬지만 하재훈과 김성현을 연속 삼진으로 추가 실점을 막았고, 3회초에도 2루타와 4사구 2개로 만루 위기에 몰린 뒤 하재훈에게 안타를 맞아 1점을 주고서 연속 내야 땅볼로 결국 추가 실점을 하지 않았다. 이후 4,5회엔 연속 삼자범퇴로 임찬규를 승리투수로 만들었다. "초반에 안타들이 나와서 패턴을 조금 바꿨다. 오늘 찬규의 직구가 너무 좋아서 직구 위주로 패턴을 바꿨는데 그 점이 잘 통한 것 같다"라고 했다.
5회말 타석 때 박동원으로 교체되며 자신의 임무를 다했다. 출전이 규칙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나이가 들어서 더 힘들지만 야구 선수로서 당연히 해야하는 일이다. 팀을 위해서 더 해야한다고 생각한다"는 허도환은 "팬분들께 너무 감사 드리고, 시즌이 얼마 안 남았는데 끝까지 1위 자리 지키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잠실=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