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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다소 의외의 장면이었다.
큰 박수를 쳐주던 김택연 이름이 바로 뒤에 호명됐다.
전체 2번픽을 쥔 두산 김태룡 단장이 스카우트의 노고를 치하한 뒤 주저 없이 김택연 이름을 불렀다. 김 단장이 입혀준 두산의 흰색 홈 유니폼. 등 뒤에는 '김택연' 이름 석자가 선명하게 새겨져 있었다. '김택연 2024'.
1라운드를 어느 정도 공유하던 구단들의 관례는 사라진지 오래. 심지어 김택연은 최근 대만에서 열린 U-18 청소년대회에서 '혹사 논란' 속에 대회 탈삼진왕과 구원 투수 베스트9에 이름을 올리며 한국에 동메달을 선사한 인물. 강속구와 안정된 제구로 놀라운 '볼삼비'를 과시하며 최근 존재감을 부쩍 높였다. 1번 픽을 쥔 한화의 선택에 마지막 순간까지 관심이 모아졌던 이유.
하지만 한화는 확고했다.
문동주 김서현 등 최근 2년 간 고교 최고의 우완 파이어볼러를 확보한 상황.
좌투수가 필요한 상황에 고교 최고 좌완 황준서를 결코 외면할 수 없었다. 일찌감치, 일관되게 한화의 선택은 황준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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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취합한 정보로는 한화가 황준서를 뽑을 거란 믿음이 있어서, 김택연 유니폼만 준비했다. 행사를 진행하는 스태프에게 전달하면서 특별히 보안을 부탁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두산 측의 설명이다.
생각지도 못한 깜짝 선물에 김택연이 감동했다.
김택연은 "생각도 못했다. 친구들이 일반 유니폼을 받는 가운데 이름까지 새겨주실 지 생각도 못했다. 하나 하나 신경써주셔서 감사드린다. 구단이 제게 어떤 기대를 하고 있는지 느껴졌다"며 "기대에 부응하도록 더 열심히 하겠다"고 감사의 뜻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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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했다. 한화 측은 "뒤에 지명될 후순위 선수들을 배려했다"고 설명했다. 1라운드 선수만 특별 유니폼을 맞춰 주는 것은 모두 하나의 원팀 속에 녹아들어야 할 구단의 미래 루키 선수들 전체를 고려하면 바람직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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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무늬 드래프트 유니폼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는 팀. 이번에는 1년 동안 불철주야 옥석을 가리기 위해 현장을 누빈 민동근 팀장 이하 스카우트 팀 전원이 드래프트 유니폼을 입고 행사장에 나타났다.
5번 픽이었던 NC는 고유의 드래프트 유니폼에 놀랍게도 '김휘건' 이름을 새겨 나와 눈길을 끌었다. 4개 구단을 거쳐야 차례가 오는 5번째 순서로서는 그야말로 파격, 그 자체였다.
NC 측은 "이 선수를 뽑고 싶은 구단의 바람이 컸고, 우리 순서가 올 확률이 높을 거란 판단에 김휘건 선수 유니폼만 준비했다. 혹시 미리 지명될 상황을 대비해 이름이 없는 일반 유니폼도 한벌을 따로 준비해 행사 진행하시는 분께 미리 말씀드렸다"고 설명했다.
미리 두벌씩 준비하는 치밀한 사전계획. 그야말로 새 식구 기살리기 007 작전이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