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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병역 혜택이 없는 3월에 열리는 최고의 야구 무대. 월드베이스볼클래식은 야구 선수들이 가고싶어하는 '꿈의 무대'이면서 한편으로는 피하고 싶은 무대이기도 하다.
투수들도 팬들이 기대한 피칭이 아니었다. 선발 고영표와 소형준이 몸에 맞는 공을 던지면서 주자를 출루시켰고, 그것이 그대로 실점으로 이어졌다. 호주타자들에게도 쉽게 홈런을 맞았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베스트 컨디션이 아니라고 볼 수 있었다.
WBC는 개최 시기도 좋지 않다. 아무리 좋은 대회이고 최고의 선수들이 나와서 한번 출전해서 세계적인 선수들과 겨루고 싶다고 하지만 3월에 열리는 대회는 부담될 수밖에 없다.
큰 대회라고 하지만 선수들의 야구인생을 볼 때 정규시즌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WBC에서 아무리 잘했더라도 KBO리그에서 못하면 팬들에게 욕먹고 연봉이 깎일 수 있다. FA라면 대박을 놓칠 수도 있다. 당연히 초점이 대회보다는 정규시즌이 될 수밖에 없다. 부상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정규시즌보다 한달 정도 전에 열리기 때문에 선수들에게 체력적인 부담도 있다. 역시 대회에서 부상을 당할 경우 결국 본인만 손해를 입게 된다.
그렇다고 혜택이 큰 것도 아니다. KBO는 각종 국제대회 성적에 따라 FA 등록일수를 혜택으로 준다. 하지만 이는 크지 않다. 병역 혜택이 있는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은 병역 미필인 선수들이 기를 쓰고 한다. 선배들도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성적을 내야한다는 압박감이 있다. 하지만 WBC는 2006년 첫 대회때는 4강에 오를 경우 병역혜택이 주어졌지만 2009년 2회 대회부터 그 혜택이 사라졌다. FA 등록일수 혜택만으로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 그나마 메이저리그 등 해외리그에 진출하고 싶은 마음이 있는 선수들에겐 자신을 알릴 좋은 기회이긴 하다. 이는 개인적인 이유이기에 팀 전체에 영향을 끼치진 않는다.
이번 대회는 야구의 인기를 살리겠다며 야구계가 뜻을 모아 노력했다. 선수들도 모두 개인적으로 노력을 하며 준비했다. 하지만 당근은 없고 부담만 큰 대회의 결과는 또 참담하게 다가오고 있다.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