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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에 빠진 도쿄돔' 한국은 왜 16년만에 호주에게 졌나[현장 분석]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3-03-09 15:58 | 최종수정 2023-03-09 18:00


'충격에 빠진 도쿄돔' 한국은 왜 16년만에 호주에게 졌나[현장 분석]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B조 1차전 한국과 호주의 경기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렸다. 8회초 1사 2,3루 호주 로비 퍼킨스가 3점홈런을 날렸다. 아쉬워하는 양의지의 뒤로 호주 선수들이 환호하고 있다. 도쿄(일본)=허상욱 기자wook@sportschosun.com/2023.03.09/

[도쿄(일본)=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최선을 다해 준비했지만, 준비했던 호주가 아니었다. 상대는 예상보다 더 강했고, 한국야구는 무너졌다. 최악의 결과. 도쿄돔 참사다.

이강철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9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B조 1라운드 호주와의 첫 경기에서 7대8로 완패를 당했다. 첫 상대 호주에 패하면서, 이강철호의 8강 진출 가능성은 희박해졌다. 다음 상대는 일본이다. 조 2위 안에 들어야만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대표팀 기술위원회와 코칭스태프, 선수들은 대회를 앞두고 호주전에 총력을 기울였다. 데이터 분석 및 영상 분석 등 최선을 다해 호주전 승리에 초점을 맞췄다. 객관적으로 막강한 일본의 전력을 감안할 때, 호주를 이기면 8강에 진출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다음날 열리는 한일전에 대한 부담도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한국 야구는 기회를 살리지 못한 채 무너지고 말았다. 4회까지 상대 투수들을 전혀 공략하지 못해 단 한명도 출루하지 못했다. 5회 양의지의 홈런으로 역전에 성공하면서 반등하는 듯 했으나 경기 후반 불펜이 무너졌다. 믿었던 김원중 양현종이 7,8회 스리런 홈런을 연달아 허용하면서 점수 차가 크게 벌어졌다.

한국 벤치와 응원석에서는 깊은 침묵이 흘렀다. 8회말 무사 만루에서 3점을 더 얻어 1점 차까지 추격했으나 거기까지였다.

객관적인 전력, 선수들의 커리어, 최근 리그에서의 활약 등 모든 것을 감안해도 한국 대표팀이 호주 대표팀보다 월등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막상 실제로 상대한 호주는 더 강했다. 대부분 호주프로야구(ABL),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뛰고 있는 호주 대표팀 타자들은 강한 스윙으로 적극적인 타격을 하는 타자라는 특성을 인지하고 있었지만, 세밀함이 떨어지는 약점을 적절히 공략하지 못했다.

오히려 호주 타자들이 한국 투수들의 빈 틈을 놓치지 않았다. 일본 구단들을 상대로 한 평가전에서 2경기 연속 호투했던 김원중이 실투 하나에 무너졌고, 컨디션이 올라오고 있던 중이던 양현종도 마운드 위에서 자신의 공을 던지지 못했다.

호주는 세밀한 부분에서도 한국 대표팀의 예상을 뛰어 넘는 플레이로 한국을 당혹스럽게 했다. 5회말에는 1루 주자 나성범을 견제로 잡아내는 센스를 발휘했고, 7회말에는 2루타를 치고도 세리머니를 하다가 발이 베이스에서 떨어진 강백호의 허점을 놓치지 않고 2루수 로비 글렌디닝이 끝까지 태그하면서 아웃시키는 장면을 연출했다. 이 플레이 이후 경기 흐름에 찬물이 끼얹어졌다. 호주는 수비에서 단 하나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예상보다 훨씬 더 집중력 있는 플레이였다.


ABL이 KBO리그보다 한 수 아래일지 모르나, 단기전인 WBC에서 보여준 집중력은 호주가 더 앞섰다. 도쿄돔 참사의 근본적 요인이었다.

한국 성인 야구 대표팀이 국제 대회에서 호주에 패한 것은 2007년 이후 16년 만이다. 당시 야구 월드컵 예선에서 1대2로 패한 이후로 호주전 8연승을 달리고 있었지만, A대표팀이 무릎을 꿇으며 연승을 이어가지 못했다.


도쿄(일본)=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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