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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가 주도해 2006년 출범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분명히 세계 최고 수준의 '야구'대회다. 국제축구연맹(FIFA)이 주관하는 축구월드컵의 '야구 버전'이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뛰는 메이저리그의 주축선수가 출전하는 유일한 국가대항전이다. 2017년 4회 대회를 치른 후 6년 만에 열린다.
인구 1000만명이 조금 넘는 카리브해의 소국 도미니카공화국이 '야구 종주국' 미국과 대등하게 우승 경쟁이 가능한 대회다.
그런데 선수 면면을 들여다보면, '세계 최고'라는 수식어가 어색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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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로 치면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가 뛸 수 있는데 월드컵에 불참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미국대표팀의 '주장' 트라웃처럼 적극적으로 나선 선수도 있지만, 시즌 개막 직전에 열리는 WBC에 무관심한 선수가 많다. 이른 실전경기 출전에 부상 위험이 따르고, 선수 개인적으로 보면 소속팀에서 시즌을 준비하는 게 낫다. 한국, 일본처럼 WBC에 총력을 쏟는 국가는 없다.
이번 대회 총 상금은 1440만달러(약 188억원)다. 우승팀에 상금 100만달러(13억원)가 돌아간다. 조별리그 출전 상금과 8강, 준결승, 결승 진출 상금은 따로 지급된다. 1라운드 조별리그에서 1위를 하고 우승까지 하면 최대 300만달러(약 39억원)가 된다.
총상금이 메이저리그 구단의 주전급 선수 1명 연봉이 안 된다. KBO리그의 외국인 선수 첫해 연봉 상한액이 100만달러다.
'세계 최고 대회'라고 부르기엔 초라한 상금 규모다.
남자 테니스 세계랭킹 1위인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는 지난달 열린 호주오픈에서 우승해 상금 297만5000호주달러(약 26억5000만원)를 받았다. 이 대회 총 상금이 7650만호주달러(680억5000만원), WBC보다 세배 이상 많았다.
지난 주말에 끝난 남자골프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대회 총상금은 2000만달러(260억5000만원)였다. 2타차로 샴페인을 터트린 존 람(29·스페인)이 우승 상금 360만달러(약 47억원)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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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스포츠 이벤트, 축구월드컵과는 비교가 민망하다.
32개국이 출전한 2022년 카타르월드컵. 총상금이 4년 전 러시아월드컵보다 4000만달러(약 521억원)가 증가한 4억4000만달러(약 5732억원)였다. 결승전에서 프랑스를 꺾고 우승한 아르헨티나가 상금 4200만달러(약 547억원)를 가져갔다. 준우승팀 프랑스는 3000만달러(약 391억원)를 챙겼다. 조별리그에서 탈락한 팀도 900만달러(117억원)를 받았다.
WBC 총상금이 축구월드컵 총 상금의 3.3% 수준이다.
축구월드컵 수입의 대부분은 TV 중계권료, 기업후원금, 입장수입에서 나온다. 축구가 야구보다 저변, 주목도가 월등히 앞서다 보니 크게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FIFA 홈페이지 남자축구 랭킹을 보면 1위 브라질부터 211위 산마리노까지 나와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