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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아버지께서…제게 말 한마디 없이 보러오셨더라고요."
고교 시절 넘버원 투수로 군림하며 프로에서의 앞날이 창창해보였던 그다. 하지만 KBO리그의 벽은 만만치 않았다. 데뷔 첫 2시즌 동안 64경기(선발 36)에 등판, 11승 17패 평균자책점 5.32를 기록했다.
기대에 미치지 못한 만큼 기회는 줄어들었다. 지난해 서준원의 선발 등판 기회는 8번에 불과했다. 올해는 이날 전까지 단 1번도 주어지지 않았다.
올해는 달랐다. 지난해 11월 아들 해온이를 얻으며 마음가짐을 새롭게 했다. 110㎏에 달하던 체중도 97㎏까지 줄였다.
주어진 역할은 선발이 일찍 무너진 경기에서 이닝을 책임지는 롱맨. 글렌 스파크맨의 '어린이날 참사' 당시 0이닝 6실점으로 물러난 그를 대신해 5이닝 동안 마운드를 지킨 주인공이 바로 서준원이었다. 5월 14일에는 1⅔이닝 만에 교체된 김진욱을 대신해 4⅓이닝을 책임졌다.
때를 기다려야했다. 외국인 투수 2명과 박세웅, 이인복까지 선발 4자리가 워낙 확고했다. 남은 한 자리 역시 서준원보다는 김진욱과 나균안에게 먼저 기회가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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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는 어리지만, 엄연히 처자식을 둔 가장이다. 가족 이야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한층 차분해졌다.
"어머니랑 장인장모께서 전화로 격려를 해주셨어요. 그리고 오늘 아버지께서 제겐 말 한마디 없이 보러오셨더라고요. 경기 시작전에 (관중석에 있는)아버지를 제가 발견했는데…아버지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어 기쁩니다."
이날 서준원과 배터리 호흡을 맞춘 강태율은 "오늘은 제구면 제구 구위면 구위 완벽했어요. 원하는 곳에 정확히 공이 오는데,. 올해 최고의 컨디션이었던 것 같아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서준원 역시 좋은 결과를 내고 나니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하고자하는대로 잘 됐더요. (강)태율이형 믿고 타자에만 집중하다보니 힘이 붙었죠"라고 강조했다.
"19살, 20살 때 절 떠올렸어요. 넌 서준원이다, 스스로에게 다잡았죠. 아내도 자신감을 북돋아줬고요. 다이어트를 비롯해서 그동안 노력한 보람이 있네요. 팔을 올렸다 내렸다 하면서 여러가지 변화를 주고, 가운데만 보고 자신있게, 내 템포대로 강약조절한게 잘 먹혔어요. 직구 슬라이더 외에 변화구도 다양하게 던졌어요. 파워로 밀어붙일 필요도 있지만, 타자들을 빠르게 잡아낼 수 있는 연구가 잘 됐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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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구는 이제 완전히 자신있어요. 슬라이더 커브도 자신감이 많이 붙었습니다. 체인지업, 투심, 소크라테스 삼진 잡을 때는 스플리터였고요. 그동안 2군에서 연습한 스플리터를 딱 한번 던졌는데 연습한대로 잘 들어갔네요."
서준원에게도 이대호의 은퇴 시즌은 소중하다. 마지막까지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마치고 싶습니다. 남은 시즌 어느 보직이든 좋으니, 팀이 원하는 방향대로 최선을 다할 거예요. 가을야구 정말 가고 싶습니다"라는 간절함을 숨기지 않았다.
광주=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