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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이드→필승조→선발, 더 큰 책임감 안은 베테랑 투수의 도전[SC인터뷰]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2-02-20 23:03 | 최종수정 2022-02-21 05:30


◇이태양. 사진제공=SSG 랜더스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SSG 랜더스 우완 투수 이태양(32)의 지난 시즌은 분주했다.

필승조 보직으로 출발했던 그는 시즌 중반 선발로 자리를 옮겼다. 외국인 투수 아티 르위키 퇴출에 이어 박종훈, 문승원의 줄부상으로 구멍난 선발진 한 자리를 채우는 중책을 맡았다. 갑작스런 변수에서 빈 자리를 메울 만한 투수가 부족했던 SSG에게 선발 경험이 있는 이태양은 최후의 보루와 다름 없었다. 이태양은 6월 16일 KIA전에서 5이닝 1실점의 호투 속에 1459일만의 선발승 감격을 누렸다. 9월 24일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7이닝 3실점의 퀄리티스타트 플러스(선발 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의 눈부신 호투를 펼치기도 했다. 이태양은 "기회라는 게 그렇게 갑자기 찾아올 수 있다. 잘 던진 경기도 있었지만, 크게 무너진 적도 많았다. 다시 선발 투수로 경쟁력을 보여줄 수 있었다는 데 만족하지만, 기복을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양은 한때 차세대 선발로 주목 받던 투수였다. 한화 이글스 시절이던 2014시즌 본격적인 풀타임 1군 선발을 경험하면서 그해 인천아시안게임 대표팀에 선발, 태극마크를 달았다. 하지만 이후 혹사 논란 속에 수술대에 올랐고, 결국 선발에서 불펜으로 보직을 옮길 수밖에 없었다. 불펜 필승조로 자리를 잡아가던 그는 2020시즌 노수광과 트레이드돼 SSG로 유니폼을 갈아 입었다. 당시 트레이드 밸런스를 놓고 여러 말이 오갔지만, 이태양은 SSG 이적 후 좋은 활약을 펼치며 필승조로 거듭났고, 대체 선발 역할까지 잘 수행하면서 팀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음을 입증했다.

SSG는 올 시즌 초반에도 선발진 구성 숙제를 안고 있다. 박종훈, 문승원이 빠르면 6월에 복귀할 것으로 보이나, 전반기에 100% 컨디션의 선발 등판은 쉽지 않을 전망. 결국 윌머 폰트-이반 노바 외인 원투 펀치의 뒤를 받칠 국내 선발 3명 조합이 잘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준 이태양은 그 첫 주자로 꼽힌다.

제주 서귀포 스프링캠프 초반부터 불펜 피칭에 나선 이태양은 "공은 잡으면 언제든 던질 수 있지만, 몸이 아프면 하고 싶어도 못한다. 어떻게 하면 던질 때 좋은 퍼포먼스가 나올까 생각하며 몸을 만들었다"며 "불펜 피칭 결과 준비가 잘 된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어 "지난해엔 갑작스럽게 선발로 가게 돼 투구 갯수를 갑자기 늘리기 쉽지 않았다. 적은 갯수로 이닝을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 스트라이크 위주 투구가 많았다. 그래서 피홈런도 많았던 것 같다"며 "올해는 공 한개 한개 마다 어떤 목적을 가질지 생각하면서 풀어가려 한다"고 했다. 또 "변화구 완성도를 키우는데 집중하고 있다. 직구는 구속 여부와 관계 없이 원하는 곳 어디든 던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포크볼 외에 슬라이더, 커브 등 변화구 완성도를 높여야 이닝 풀기가 좀 더 수월해질 것 같다"고 밝혔다.

한동안 풀타임 선발과 멀어져 있던 이태양에게 올해는 가능성을 꽃피운 지난해보다 더 좋은 결과물을 남겨야 하는 해. 그만큼 책임감과 부담감도 클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태양은 "선발, 불펜 관계 없이 준비하려 한다. (선발 준비를 하고 있지만) 불펜에서 또 팀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을 찾을 수도 있다"며 "수치를 정해놓고 쫓아가기 보다, 최선을 다해 준비하고 시즌 뒤 성적표를 받아들이고자 하는 마음가짐"이라고 말했다.

이번 캠프 기간 이태양은 '아빠'라는 타이틀을 새로 얻었다. 지난해보다 더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하는 베테랑은 팀 뿐만 아니라 가족을 위해 던진다는 더 큰 책임감을 안고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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