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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선수는 정당한 권리를 행사했고, 구단은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이젠 KBO의 객관적인 판단을 받으면 된다. 하지만 일부 비딱한 시선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불필요한 '확전 움직임'도 엿보인다. KT가 야수, 선발 투수에게 후한 금액을 쳐주면서 불펜에는 유독 박한 것 아니냐는 것. FA 자격을 행사하지 않은 불펜 투수 유원상이 연봉 8000만원에 사인한 것을 두고도 그에 걸맞은 보상을 해주지 못한 것으로 치부하고 있다. 유원상은 지난해(4000만원)보다 100% 인상된 금액을 제시받고 이를 받아들였다. 나머지 불펜 투수들 대부분도 높은 인상률로 재계약 했다. 이런 결과가 과연 '선수는 항상 약자'이기 때문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창단 후 4시즌 연속 꼴찌에 머물다 지난해부터 반등을 시작한 KT 선수 대부분이 저연봉-저연차로 구성돼 있는 부분도 생각해봐야 한다.
곧 열릴 KBO 조정위에선 주 권 쪽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KBO 전체 불펜 투수 WAR(대체 선수 대비 승리 기여) 5위(2.58), 31홀드 등 뛰어난 기록이나 팀 공헌도 등 플러스 요인이 많다. 현직 변호사인 에이전트의 존재도 주 권에겐 큰 힘이다. 구단의 연봉 고과 산출 근거에 맞출 여력 없이 혈혈단신 맞섰던 예전과는 분명 다른 상황이다.
주 권과 KT 모두 이번 연봉조정 신청이 대립각을 세우는 게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주 권은 연봉조정 신청 뒤 선수 권리를 두말없이 받아준 KT에 고마움을 드러냈다. KT 이숭용 단장 역시 연봉협상 중 선수와 만나지 않는다는 원칙을 깨고 주 권과 마주 앉아 권리 행사 의지를 듣고 뜻을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당하게 자신의 권리를 행사한 주 권의 연봉조정 신청은 박수받아야 할 일이다. 소신을 굽히지 않고 자신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행동에 나섰다. 구단도 선수 입장을 경청하고 KBO 결정을 따르겠다며 '힘의 논리'와는 동떨어진 행보를 보였다. 이런 모습은 그동안 권리 행사에 소극적이었고 약자로만 여겨졌던 KBO 선수들의 인식 개선에 적잖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발전적 방향으로 흘러야 할 이번 연봉조정 이슈를 승패 논리나 한쪽의 잘잘못으로 재단할 이유가 없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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