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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피플]한화 가을야구 선물했던 호잉 "3년간 좋은 추억, 도움 못돼 미안해"

김영록 기자

기사입력 2020-06-23 10:05


호잉. 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팀이 어려운 상황인데, 도움이 못돼 미안하다. 한화는 내 야구 인생의 좋은 추억으로 남을 팀이다."

한화 이글스에 11년만의 가을야구로 선물했던 제라드 호잉이 팀을 떠난다.

한화는 지난 22일 호잉을 대체할 새 외국인 타자 브랜든 반즈의 영입을 발표했다. 이로써 호잉은 2018년 한화 이글스 입단 이래 연차로 3년만에 떠나게 됐다.

올시즌 호잉은 타율 1할9푼4리(124타수 24안타) OPS(출루율+장타율) 0.577로 규정 타석을 채운 KBO리그 모든 타자들 중 최하위, 유일한 1할 타자였다. 호잉의 교체는 가장 쉽고 빠르게 한화의 전력을 업그레이드하고, '쇄신과 반등'을 보여줄 수 있는 움직임이다.

한화에게 있어 호잉은 11년만의 가을 야구를 안겨준 '복덩이' 외국인 선수다. 2018년 한국에 첫 발을 디딘 호잉은 '호타준족' 그 자체의 활약을 펼쳤다. 빠른발과 적극성을 활용한 공격적인 주루플레이, 넓은 수비범위, 강한 어깨로 한화의 공수주 일체를 바꿔놓았다. 기대 이상의 장타력까지 과시했다. 오픈스탠스 타격폼의 뚜렷한 약점을 뛰어난 컨택 능력으로 극복했다.

호잉의 첫 시즌 성적은 타율 3할6리 30홈런 110타점 23도루 162안타 OPS 0.942. 한화 포스트시즌 10년 암흑기를 깬 일등 공신이었다. 호잉은 외국인 타자 하면 거포 일색이던 KBO리그에 중장거리 타자 유행을 부른 주역이었다.

여기에 팀동료는 물론 상대 선수들까지 아끼고 걱정하는 인성, 팬서비스 무한대를 과시할 정도의 팬사랑도 돋보였다. 신사적인 행동과 사람좋은 미소도 인상적이었다. 대전은 호잉의 첫 딸이 유치원을 다니고, 둘째 딸이 태어난 곳인 만큼 호잉 본인의 팀과 연고지에 대한 애정도 남달랐다.

2019년에는 다소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타율2할8푼4리 18홈런 73타점 22도루 OPS 0.800의 기록은 아쉬움이 많았다. 지난해에 비해 뚜렷한 약점을 드러내며 리그 9위로 내려앉는 팀을 구하지 못했다. 다만 이해 무주공산이나 다름없던 한화 외야를 메꾸느라 시즌 아웃 직전까지 발목 피로 골절을 참고 뛴 투혼은 높게 평가된다.


헬멧을 집어던지는 호잉. 스포츠조선DB

하지만 3번째 시즌이었던 올해, 호잉은 야구 내외적으로 실망스런 모습을 노출했다. 약점이 집중 공략당한 결과 방망이를 맞추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러자 짜증이 늘었다. 공격을 실패하고 나면 어김없이 불만을 토로했다. 때론 헬멧까지 집어던져 팬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했다. 올시즌 몸값이 115만 달러에 달하는 고액 선수인 만큼 한화 구단 측도 인내심을 갖고 컨디션 회복을 기다렸지만, 40경기를 넘기도록 변화가 없었다.

호잉의 비중은 한화의 공격 뿐 아니라 수비에서도 컸다. 호잉이 빠질 경우 우익수 대체 1순위가 정진호일 만큼 한화 외야의 뎁스는 얇았다. 하지만 한화는 지난 18일 노수광을 트레이드로 영입했다. 최원호 감독 대행은 노수광을 외야 전 포지션에서 테스트했고, 익히 알려진 스피드는 물론 어깨 면에서도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호잉의 방출은 정해진 수순이었다.

호잉은 구단과의 마지막 면담에서 '미안하고 고맙다'는 뜻을 전했다. "한화에서 뛴 3년은 잊지 못할 것 같다. 내 야구 인생에 남을 좋은 추억을 줘서 고맙다. 어려운 상황에 처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해 미안하다"면서 "팀의 결정을 충분히 이해한다"는 속내를 전했다. 마지막 인사까지 팬들의 가슴을 울린 호잉이다. 대구 원정길에 동행했던 호잉은 23일 선수단과 작별 인사를 나눈 뒤 대전으로 돌아와 떠날 준비를 할 예정이다.

호잉은 한화의 '비밀번호'를 끝내고 11년만의 가을야구를 선물한 주역이었다. 그것만으로도 한화 팬들의 가슴에 오래도록 기억되기엔 충분하다.


딸과 함께 웃고 있는 호잉. 사진=호잉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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