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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 22일 오후, 대구 라이온즈파크 3층 복도. 청년 투수는 열심히 달리고 있었다.
사실 그는 시즌 초 남 모를 마음 고생을 했다. 겨우내 야심 차게 준비한 변화.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애써 스피드업과 슬라이더를 장착했지만 효과적이지 않았다. 빠르게 던지려다 보니 몸에 불필요한 힘이 들어갔다. 제구가 흐트러졌고, 볼 갯수가 늘었다. 첫 두차례의 선발 기회 모두 5이닝 밖에 채우지 못했다. 특히 두번째 선발 등판이었던 15일 수원 KT전이 두고두고 아쉬웠다. 타선이 4-2 리드를 안겼지만 지키지 못했다.
딜레마에 빠졌다. "사실 고민이 있었어요. 준비만큼 결과가 안나오니 (변화를 계속 이어가야 하나) 확신이 안 서더라고요. 그래도 포기하지 않고 이어갔던 게 결국 저에게는 좋은 결과로 돌아온 것 같습니다."
"제가 두번 다 5이닝 밖에 못 던져서 불펜에 죄송하다고 했거든요. 앞으로는 맞아서 4, 5점 내주더라도 적극적인 승부로 6,7이닝 길게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래서 초구 스트라이크 잡고 투스트라이크 이후에도 도망 안하고 바로 붙었어요. 민호 형도 바로 들어오라고 사인을 내주셨고요. 자신감 가지고 던지려고 했죠."
물러설 곳 없는 절망의 순간, 기적 처럼 희망이 찾아온다. 원태인에게도 반전이 찾아왔다. 큰 욕심 없이 공격적인 피칭만 하자 하고 올라간 LG전. 1회 부터 패스트볼 위주로 승부했다. 그러다 덜컥 채은성에게 선제 투런 홈런을 맞았다. 하지만 원태인은 절망하지 않았다.
"사실 던지면 안될 코스였어요. 그래도 '1회 홈런 맞으면 결과가 좋다'라는 생각을 했죠. 실제 생갭다 좋은 피칭으로 이어졌고요. 홈런 맞고 덕아웃에 들어왔을 때 정현욱 코치님께서 '점수 주더라도 네 것만 하면 된다. 앞으로 점수 안주고 퀄리티 하면 된다'고 하신 말씀이 큰 힘이 됐어요."
1회 피홈런, 각성제가 됐다. 이후 원태인은 주눅 들지 않고 씩씩하게 던졌다. LG 강타선을 상대로 더 이상 실점도 없었다. 올시즌 가장 긴 7이닝을 소화했다. 시즌 첫 퀄리티스타트+였다.
가장 힘들었던 순간, 주저 않는 대신 용기를 내 박차고 일어선 대가는 달콤했다. 진통 끝에 찾아온 변화는 원태인에게 돈 주고 못 살 큰 자신감을 던졌다.
"직구가 빨라지다보니 제 주무기인 체인지업도 과감하게 쓸 수 있고 잘 통하는 것 같아요. 승현이 형하고 뷰캐넌에게 배운 슬라이더도 완성단계까지는 아닌데 카운트 싸움을 유리하게 가져갈 정도는 되거든요."
LG전 터닝포인트 이후 원태인은 마인드도, 자신감도 완전히 달라졌다. "좋은 피칭이 제 생갭다 일찍 나와서요. 결과는 알 수 없지만 좋은 시즌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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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는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 시행착오를 통해 끊임 없이 전진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멈추는 순간, 더 이상 청춘이 아니다.
싱그러운 미소를 남긴 채 원태인은 뜀박질을 이어갔다. 그리고 더 이상 뒤돌아보지 않았다. 앞만 보고 달렸다. 마치 자신의 찬란한 미래를 향한 발걸음 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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