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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인터뷰]롯데 안방 고민 해결사로 떠오른 정보근, 실제 만나보니…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5-01 08:00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그물 너머로 만난 정보근. 그는 자신감 넘치고 당당한 젊은 포수였다. 대구=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지난해 출간된 책 '다크호스 dark horse'에서는 '다크호스'의 어원을 1831년 소설 '젊은 공작'에서 찾는다. 이 영국 소설에서 주인공이 경마에서 돈을 걸었다가 '전혀 예상도 못했던(dark, 알려지지 않은) 말이' 우승하는 바람에 큰 돈을 잃는 대목이 나온다. 이 소설 문구가 빠르게 유행을 타면서, 이후 '다크호스'는 표준적 개념에 따른 승자와는 거리가 있어서 주목을 받지 못했던 뜻밖의 승자를 지칭하게 됐다.

프로야구 롯데 자이언츠 포수진에도 다크호스가 있다. 고졸 3년 차 젊은 포수 정보근(21)이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차 9라운드 83순위로 롯데에 입단한 포수.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선수가 롯데 자이언츠 주전 포수라는 설레는 목표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안정된 수비력을 바탕으로 지성준 김준태 등 선배들과의 경쟁에서 밀리지 않으며 화제를 모으고 있는 새로운 젊은 포수.

대체 어떤 선수일까. 궁금했다. 27일 삼성전이 열린 대구 라이온즈파크에서 주인공을 만났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언택트 시대. 최근 인터뷰는 그물을 사이에 두고 이뤄진다. 구단 홍보직원의 인도 하에 씩씩하게 걸어오던 그는 마스크를 쓴 취재진을 올려본 뒤 "마스크 쓰고 나와야죠"하면서 라커에서 마스크를 착용하고 나왔다.

인터뷰에 임한 정보근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무엇보다 씩씩했다. 확신에 차 있었다. 그러다 보니 자신감이 넘쳤다. 투수를 이끌어야 할 포수가 꼭 갖춰야 할 자질. 3년 차 어린 선수라는 점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정보근은 지난해 9월1일 확대엔트리를 통해 처음으로 1군 무대를 밟았다. 15경기에 출전했다. 기대 이상이었다. 무엇보다 수비가 안정적이었다. 어린 선수답지 않게 투수 리드가 과감했다. 롯데 포수진의 고질이던 블로킹도 안정적이었다. 프레이밍도 평균 이상이었고, 어깨도 좋았다. 도루저지율이 무려 4할4푼4리(도루저지 4번/도루시도 9번). 1군 무대를 첫 경험 한 2년 차 포수, 자신감을 얻게 된 계기다.

"지난해 9월 부터 1군에서 조금이라도 쌓은 경험이 출발점이었어요. 그동안 프로와서 배웠던 걸 1군에서 써먹었는데 나름 잘 됐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시즌 후 좋은 기억을 가져가려고 했죠. 뭔가 할 수 있겠다고 느꼈고, 욕심이 생기더라고요. 비 시즌 기간 동안 웨이트와 순발력 운동을 많이 했던 게 도움이 됐습니다. 기본기부터 다시 한다는 생각으로 다져가야 합니다."


행크 콩거 배터리코치 부산=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믿을 만한 포수의 등장. 롯데가 새로 영입한 행크 콩거 코치의 역할이 있었다.


"기술 보다 기본기 부터 알려주셨어요. 이해가 잘 되도록 설명해주시고, 늘 소통 하시니 도움을 많이 받을 수 있었죠."

포수 정보근의 가장 큰 매력은 자신감, 그리고 발전 가능성이다.

겸손함 배제하고 스스로의 장점을 설명해달라고 하자 큰 망설임 없이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다.

"수비 쪽에서는 경기 운영하는 데 있어 큰 실수 없이 안정감 있게 해나갈 수 있는 것 같습니다. 2루 송구나 블로킹 등 수비는 자신 있습니다."

'못 하는 게 없는 완성형 포수가 아니냐'는 농담에도 주눅 들지 않는다. 그는 "잘 안 돼도 할 수 없지만 포수는 자신감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당당하게 말했다. '포수 연차의 상대적 중요성'을 언급하자 "(연차는) 많이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 실력만 믿습니다. 나이 어리다고 포수가 주눅 들면 팀이 다운될 수 있으니까요"라고 말한다. 배짱 두둑한 외모 처럼 당당하고 듬직한 모습.

허문회 감독은 "방망이는 지성준, 수비 면에서는 정보근이 나은 것 같다"고 중간 평가한다.

그렇다면 정보근에게 공격력은 기대할 수 없을까. 지난 시즌 막판, 15경기 타율(0.125)은 큰 의미가 없다. 그의 시즌은 2020년 부터이기 때문이다. 비록 연습경기에서 아직 무안타에 그치고 있지만 속단은 이르다. 겨우내 착실히 준비를 해왔다.

"일단은 수비가 우선이라 생각해요. 방망이는 덤이라 생각하지만 소홀히 할 건 아닙니다. 우선 수비를 잘 하되 방망이가 잘되면 좋고, 안되면 수비라도 열심히 하자는 생각입니다. 제 생각에는 겨우내 배팅이 많이 늘었다고 생각해요. 잡동작이 없어진 거 같고, 타구 방향도 센터라인 쪽으로 많이 가고, 그런 면들이 좋아진 것 같아요. 히팅 포인트만 앞으로 살짝 당겼습니다."

포수가 불안한 팀은 절대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 포수가 불안하면 투수가 불안해지고, 결국 수비 전체가 무너진다. 악순환 고리, 지난해 꼴찌 롯데가 꼭 그랬다. 그래서 겨우내 롯데의 으뜸 화두는 '포수 안정화'였다. 새로 부임한 성민규 단장이 동분서주해 영입한 선수가 바로 지성준이었다. 그의 영입으로 한숨 돌렸지만, 수비 불안감이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었다.

그런 와중에 고졸 3년 차 정보근이 안정된 수비를 무기로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그저 고민 해소만 바랐던 롯데로선 선택지까지 생겼으니 이 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

"야구할 때 만큼은 파이팅이 넘친다"는 무서운 신예의 등장. 달라진 롯데를 이끌 선수 중 하나다.

인터뷰 말미 '롯데 포수진 걱정안해도 되는거죠?'라고 물었다. 듬직한 체구만큼 묵직한 대답이 돌아온다. "예."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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