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SC분석]롯데 허문회 감독, '전준우 겸업' 대신 '이대호 1루' 카드 꺼낸 이유는?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4-22 05:30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결국 '구관이 명관'이었던 것일까.

롯데 자이언츠 허문회 감독이 당분간 이대호(38)에게 1루수를 맡기겠다는 뜻을 밝혀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FA 외야수 전준우(34)의 1루 겸업을 제안했고 실험해왔던 기조와 달리 그동안 체력부담을 이유로 지명 타자 위주의 활용을 했던 이대호를 수비에 투입하는 결단을 내렸기 때문이다.

'1루수 이대호'는 어느 정도 예견된 그림이었다. 허 감독은 지난달 21일부터 진행했던 10차례 국내 청백전 중 대부분의 경기에서 이대호에게 1루 수비를 맡겼다. 1루 백업 요원으로 거론됐던 정 훈, 한동희, 김민수도 세 차례씩 1루 수비에 나섰지만, 이대호만큼의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FA계약 당시 내야수로 활용한다는 플랜을 세웠던 전준우도 1루 수비에 나섰지만, 좌익수 선발 출전 후 이대호가 빠진 뒤 1루로 포지션을 변경하는 게 대부분이었다.

'외야의 중요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인다. 외야 수비는 지난해부터 경기 판도 자체를 바꾸는 요소가 됐다. 공인구 반발력 감소로 홈런이 줄고, 장타로 연결되는 빠른 타구가 늘어났다. 풍부한 경험을 갖춘 외야수들의 활약이 그만큼 중시됐다. 롯데는 전준우를 1루수로 전환하고 민병헌-손아섭이 지키는 외야에 내야수 강로한, 고승민의 포지션 변경으로 해법을 찾고자 했다. 그러나 두 선수가 기대만큼 안정감을 주지 못했다. 2차 드래프트로 영입한 최민재는 부상, 최근 트레이드로 데려온 추재현은 즉시전력감이라고 보긴 어렵다. 허 일, 김재유의 경쟁력도 물음표가 붙어있다. 전준우를 1루수로 기용할 경우 외야 빈자리를 채울 마땅한 자원이 없는 가운데 허 감독이 변화를 택하긴 쉽지 않았을 것으로 풀이된다.

1루도 마찬가지다. 허 감독은 그동안 1루수 자리에 정 훈, 한동희, 김민수를 차례로 투입하며 실험을 거듭했다. 하지만 한동희, 김민수 모두 1루가 아닌 3루 활용 쪽에 좀 더 시선이 맞춰져 왔다. 청백전에서 드러난 두 선수의 실적도 3루수 출전 시 안정적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뛰어난 활약을 펼쳐온 정 훈은 풀타임 1루수 타이틀을 달기엔 수비에서 여전히 보완해야 할 점이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공수 전반에서의 안정감뿐만 아니라 라인업 전체의 무게감까지 더할 수 있는 이대호의 1루수 출전이 좀 더 도움이 될 것이라는 계산을 했다고 볼 수 있다. 허 감독은 "이대호의 체력이 안 떨어진다면, 계속 1루수로 뛰게 할 생각이다. 저렇게 할 수 있는 타자가 없다. 비시즌 동안 준비를 잘했다. 나이는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믿음을 보냈다.

이대호 자신의 의지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겨우내 올인한 반등 의지의 연장선상이다. 4년 계약의 끝자락인 올 시즌 팀을 위해 의미 있는 결과물을 남기고 싶다는 욕심이 크다. 이를 위해 비시즌 기간부터 캠프, 국내 훈련에서도 쉼 없이 개인 훈련을 소화해왔다. 1루수 출전이 지명 타자에 비해 경기 감각 유지나 집중력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고, 실제 이대호가 1루수 출전 시 나쁘지 않은 실적을 남긴 부분도 꼽아볼 수 있다. 허 감독은 "이대호가 그동안 준비해오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접근을 시도하는 것 같다. 캠프나 국내 훈련 등을 돌아보면 이대호가 그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런 준비 과정을 보고 있기 때문에 잘해줄 것이라는 믿음을 갖고 있다"고 했다.

허 감독의 고민과 결정 모두 성공에 맞춰져 있다. 그동안 "준비 자세, 컨디션 등 가장 좋은 선수를 먼저 기용하겠다"던 자신의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그 결단이 만들어낼 결과물이 주목된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무료로 알아보는 나의 운명의 상대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