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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핫포커스]고정관념에 도전하는 멀티 외인들, 수비-성격은 합격...관건은 타격

정현석 기자

기사입력 2020-04-13 16:44 | 최종수정 2020-04-14 06:30


자가격리를 마치고 합류한 살라디노. 사진제공=삼성라이온즈

[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외국인 타자=거포'

1998년 용병 제도 도입 이후 오랜 기간 이 명제는 유효했다. 간혹 예외가 나왔지만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하지만 이 같은 공식은 올 시즌 부터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외국인 타자=거포 or 멀티맨 ' 양분화 시대가 열리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딕슨 마차도(28), 삼성 라이온즈 타일러 살라디노(31), 키움 히어로즈 테일러 모터(31)가 변화를 이끄는 주인공. 모두 빼어난 수비력을 바탕으로 멀티 포지션이 가능한 내야수들이다.

장점은 어디를 맡겨도 안정감 있는 전천후 수비력과 팀에 잘 녹아드는 쾌활한 성격. 단점은 단숨에 경기 흐름을 뒤집을 수 있는 한방이 없다는 아쉬움이다.

전통적 거포 외인 대신 잔재주 많은 선수들을 뽑은 이유는 뭘까. 각 팀 포지션 약점 메우기가 으뜸 이유. 지난해부터 시작된 공인구 반발력 저하에 따른 스몰볼의 필요성도 한 몫 했다.

통상 외국인 선수 시장에서 수비 잘하는 내야수는 귀하다. 멀티 능력을 갖춘 유틸리티 맨의 경우 빅리그에서 생존 가능성이 더 높다. 만약 타격까지 빼어나다면 가치는 폭등한다. 7년 간 2억4500만 달러의 초대형 FA 게약으로 LA에인절스에 안착한 3루수 앤서니 랜던이 대표적이다.

거꾸로 이야기 하면 타격까지 빼어난 내야수가 한국에 오기란 쉽지 않다. 특히 지금처럼 100만 달러 상한제가 있는 상황이라면 더욱 그렇다. 롯데 성민규 단장은 "만약 수비력이 좋은 포수나 내야수 외인이 타격능력까지 갖추고 있다면 당연히 한국이 아닌 메이저리그에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모든 걸 다 갖춘 완벽한 선수를 데려올 수는 없다.

현실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타격을 완전히 포기할 수는 없다. 팀 타선의 중심에 서야할 외국인 타자이기 때문이다. 비록 홈런을 펑펑 날리지는 못한다 해도 내심 찬스에 강한 중장거리 클러치 히터 정도는 희망한다. 타격이 너무 평범할 경우 국내 선수들과의 변별력을 찾을 수 없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청백전에서 안타성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 점프 송구해 아웃시키는 마차도의 환상 수비 장면.
출처=MBC스포츠플러스 중계화면 캡쳐

일단, 세 선수 모두 수비와 적응 면에서는 합격점이다.

마차도는 연습경기에서 유격수로 출전, 3-유 간을 빠지는 타구를 역모션으로 잡아 강한 어깨로 잡아내는 메이저리그급 수비 실력을 선보였다. 유연성, 포구 자세, 강하고 정확한 어깨 등 나무랄 데가 없는 유격수다. 타격도 최근 청백전에서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안치홍과 함께 새로운 명품 키스톤 콤비 탄생을 예감케 하고 있다. 쾌활한 성격으로 팀에 빠르게 녹아들고 있다.

살라디노 역시 수비력 만큼은 최상급이다. 내야 어느 포지션에서든 안정감 있고 여유 넘치는 수비를 선보인다. 빅리그에서도 생존했던 유틸리티맨 답게 폭넓은 활용도를 자랑한다.

타격 솜씨 역시 만만치 않다. 일본 오키나와 캠프 당시 실전경기에서 매서운 타격 솜씨를 뽐냈다. 홈런 보다는 2루타 등 중장거리 타자로 타선에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

좋은 성격과 적응력도 큰 장점이다. 필리핀인 증조할아버지와 일본 오키나와인 증조할머니를 둔 그는 어릴 때부터 동양인 문화에 익숙하다. 캘리포니아 출신 특유의 쾌활함에 아시안에 대한 친근감이 더해져 동료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마차도와 살라디노는 한국에 오기 직전 해인 지난해 트리플A에서 홈런이 늘었다. 마차도가 17홈런, 살라디노가 18홈런이었다. 하지만 이 수치를 보고 깜짝 홈런타자의 탄생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지난해 트리플A 역시 반발력 좋은 '탱탱볼'이 공인구로 사용됐기 때문. 많은 홈런보다 찬스에 강한 타자의 탄생을 기대하는 편이 현실적이다. 실현 가능성은 충분하다.


키움 히어로즈 선수단이 13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훈련을 했다. 모터가 타격 훈련을 하고 있다. 고척=정재근 기자 cjg@sportschosun.com/2020.04.13/
자가격리를 마치고 팀 훈련에 합류한 키움 모터 역시 쾌활한 선수다. 13일 훈련에는 태극기 머리띠를 하고 나와 눈길을 끌었다. 훈련을 마친 뒤 코칭스태프를 향해 허리 인사를 하는 등 새 팀에 빠른 적응력을 보이고 있다.

일단 3루 수비는 합격점. 다만 타격이 관건이다. 그가 타선에서 메워야 할 선수는 바로 지난해 타점왕이자 골든글러브 수상자 제리 샌즈. 가장 싼 몸값에 KBO리그로 진출한 선수 입장에서 다소 부담스러운 목표다. 샌즈 만큼의 장타력은 아닐지라도 얼마 만큼 정확한 타격 솜씨를 선보일 수 있느냐가 생존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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