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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시선]#2001양키스 #2013라쿠텐, KBO리그도 '치유제' 될 수 있을까

박상경 기자

기사입력 2020-04-09 06:00


KBO. 사진=스포츠조선DB

[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KBO리그가 코로나 사태의 긴 터널을 빠져나올 채비를 하고 있다.

최근 실행위를 통해 개막 일정이 가시화 됐다. 확진자 안정세 지속, 무관중 경기 등 제약이 달린 조건이나 오랜 기간 야구를 기다려 온 팬들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코로나 사태로 지친 팬들에게 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선수들의 활약상은 위안거리가 될 만하다.

하지만 KBO리그가 예년과 같은 활기를 띨지는 미지수다. 무관중 경기, 뒤늦은 개막으로 인한 단축 시즌 등 수익 감소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다. 일각에선 그동안 KBO리그의 훈장과도 같던 '국민스포츠' 타이틀이 사라질까 우려하는 눈치다. 매 시즌 벌어진 사건사고, 경기력 저하, FA 거품 논란 등 KBO리그에 누적된 피로도에 코로나 사태로 지친 팬들의 마음에 사라진 여유를 떠올려 보면, 우려는 커질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는 때론 슬픔과 절망을 보듬는 '치유제' 역할을 하기도 한다. 2001년 월드시리즈 준우승팀 뉴욕 양키스, 2013년 일본시리즈 우승팀 라쿠텐 골든이글스가 그랬다.

양키스는 9·11테러로 슬픔에 잠긴 뉴욕 시민뿐만 아니라 미국에 감동을 안긴 팀이었다. 1998년부터 2000년까지 월드시리즈 3연패를 달성한 양키스는 그해 95승65패, 승률 5할9푼4리를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 우승을 차지했다. 포스트시즌에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에 2연패를 당하며 벼랑 끝에 몰렸지만, 내리 연승을 거두는 '리버스 스윕'을 펼쳤고, 그해 정규시즌 최다승 신기록(116승)을 세운 시애틀 매리너스를 4승1패로 제압하며 월드시리즈에 올랐다. 7차전에서 '끝판왕' 마리아노 리베라가 루이스 곤살레스에게 끝내기 안타를 내주며 3승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지만, 4~5차전에서 잇달아 명장면을 만들어내면서 진한 여운을 남긴 바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라쿠텐의 2013년 창단 첫 우승도 마찬가지였다. 라쿠텐은 도호쿠 대지진의 직격탄을 맞은 팀이었다. 대지진에 홈구장이 파손돼 연고지와 수 백㎞ 떨어진 간사이의 고베에서 더부살이를 했고, 2011~2012시즌 연속 최하위에 그치며 눈물을 흘렸다. 이 와중에도 라쿠텐은 팔에 항상 '힘내라, 동북!' 메시지를 달고 뛰었고, 2013년엔 '투장' 호시노 센이치 감독의 지휘 아래 2013년 퍼시픽리그 정상에 올랐다. 클라이맥스 시리즈에서 지바 롯데 마린즈를 넘은 라쿠텐은 일본시리즈에서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상대로 7차전까지 가는 승부 끝에 4승3패로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6차전에서 160개의 공을 던진 라쿠텐의 에이스 다나카 마사히로가 7차전 마무리 투수로 다시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 지었다. 대지진과 쓰나미, 원전 폭발로 궤멸적 타격을 입고 '우울 사회'로 불렸던 일본에서 라쿠텐의 우승은 동북 지역 팬, 나아가 일본 사회에 재기의 희망을 쏘아 올린 사건이었다.

중국에서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대한민국에 깊은 상처를 남겼다.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 확진자에 시민들은 공포에 떨었고,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행렬을 이뤄야 했다. 발원지 중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이 '입국 금지 조치'로 한국인에게 등을 돌리기도 했다. 의료진의 헌신, 시민들의 사회적 거리 두기로 코로나 확산세는 크게 줄었고, 세계도 한국의 대처에 주목하고 있다. 하지만 코로나가 우리 사회, 시민들에게 남긴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을 전망이다. 불안과 공포로 누적된 피로와 무기력감이 코로나 이후의 사회의 그늘로 지적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과연 KBO리그는 양키스, 라쿠텐처럼 우리 사회의 치유제가 될 수 있을까. 800만 관중 시대를 열어준 팬 사랑에 걸맞은 경기력, 프로라는 이름값에 걸맞은 품격을 선수들이 증명한다면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일이다. 존재 이유인 팬들에게 즐거움을 선사할 수 있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KBO리그의 '국민스포츠' 타이틀은 한층 공고해질 것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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