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룡영화상후보작

스포츠조선

[SC핫포커스]'두뇌게임 시작됐다' 돌파구 찾는 선수-에이전트-구단

나유리 기자

기사입력 2020-01-07 10:34 | 최종수정 2020-01-07 11:40


롯데와 FA 계약을 체결한 안치홍.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얼어붙은 분위기에 서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안치홍의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이 시장에 시사하는 점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6일 안치홍과의 계약을 깜짝 발표했다. 원소속팀 KIA 타이거즈 잔류쪽으로 무게가 기우는 듯 보였던 안치홍과 롯데의 협상이 빠르게 진전되면서 도장을 찍었다. 계약 내용이 독특했다. 보통 그동안 KBO리그의 FA 계약은 4년 이내에 계약금, 연봉, 옵션으로 구성돼있다. 최근 베테랑 선수들에게 '+1' 옵션이 자주 붙긴 하지만, 안치홍의 경우 메이저리그에서 보던 '바이아웃' 옵션이 붙어있다.

현재 KBO리그 규정에 FA 계약시 '바이아웃'은 명문화된 규정이 아니다. 때문에 실질적으로 한국야구위원회(KBO)가 접수하게 될 안치홍의 FA 계약은 기간 2년에 최대 26억원이다. 롯데와 안치홍이 2년 후 '+2년 최대 31억원'에 합의는 마친 상태지만, 공식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제도 논의 개선이 절실한 것은 분명하나 현행 규정상으로는 어쩔 수 없다.

일종의 '우회 전략'이다. 롯데 구단도 '실질적 2년' 계약으로 금액에 대한 부담, 또 영입 실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게 됐고, 에이전트 입장에서는 난항에 놓여있던 계약을 보다 가치있게 만들어 성사시켰다. 선수도 만족할 수 있다. 안치홍이 앞으로 2년동안의 성적을 올리는데 자신감이 있다면, 2년 후 다시 시장의 평가를 받는 것이 결코 나쁠 것이 없다. 또 동기부여도 생긴다.

안치홍의 계약이 시사하는 바는 크다. 현재 FA 시장은 사상 초유의 한파다. '굳어있다'고 보는 것이 맞다. 대부분의 구단들이 외부 FA 영입에 큰 돈을 쓰는 것을 꺼리고 있고, 심지어는 내부 FA 계약에도 적극적이지가 않다. 단순히 지출의 문제가 아니라,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인식이 이전보다 커졌기 때문이다. 구단 입장에서도 내부 FA를 굳이 다 잡고 싶은 마음이 크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타팀 '러브콜'이 없는 이상 선수는 오갈 데가 없기 때문에 협상은 차일피일 미뤄질 수밖에 없다.

또 KBO와 이사회 그리고 선수협까지 머리를 맞대 고민한 FA 제도 개선안이 곧 시행될 전망이다. 사실상 올해 FA가 제도 개선 이전의 과도기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이번 FA 선수들에게는 더욱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결국 안치홍은 이런 분위기를 인정하고 돌파구를 찾은 셈이다. 에이전트와 구단도 마찬가지다.

최근 몇몇 FA 선수들은 에이전트를 교체하거나, 에이전트 대신 본인이 직접 협상 테이블에 앉는 쪽으로 전략을 바꾸고 있다. 기존의 방식대로 협상을 해서는 결과물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기 때문이다.

시장 분위기가 전체적으로 굳어있기 때문에 분명 그동안과는 다른 묘안이 필요하다. 온정주의를 탈피해 실리를 챙기는 쪽으로 기울고 있는 구단들과 최대한 좋은 조건의 계약을 이끌어내야 하는 에이전트, 그리고 보장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선수들의 새로운 '두뇌 게임'이 FA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


2020 신년운세 보러가기

눈으로 보는 동영상 뉴스 핫템

:) 당신이 좋아할만한 뉴스